─2015년도 이젠 12월입니다. 엊그제 서울에서 눈이 내렸었지요.ㅋㅋ 본격적인 겨울이란 느낌이네요.

겨울이 되니 갑자기 생각나는 애니가 있습니다. 같은 올해 겨울, 올해 1월에 방영한 유리쿠마 아라시네요.


─처음 유리쿠마 아라시를 봤을 때, 뭔가 알 수 없는 연출에 감이 딱 왔었습니다.
"아, 이거 핑드럼 감독의 작품이구나." 하고 말이죠.

핑드럼은 특유의 연출이 마음에 들긴 했지만 너무 난해하고 초반부가 지루해서 결국 보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리쿠마 아라시도 계속 봐야하나 하는 고민에 빠졌었죠. 게다가 평소에 잘 안보는 백합물...

그래도 어찌저찌 2화, 3화도 보게 되었습니다.
일단 그림이 깔끔한게 예뻤고, 특유의 연출은 여전히 마음에 들었고요.
브금으로 쓰인 아베마리아도 좋아하는 곡이었고.
(사실 곰을 증오하는 쿠레하가 어떻게 둘과 사이가 좋아지나 그 과정이 궁금하기도 했습니다.ㅋ)
무엇보다 1쿨이다 보니 전개가 빨라서 내용이 보다 직관적이었고 내용 이해하기가 편했습니다.
3화쯤 되서 왜 그런 연출을 썼는지는 몰라도, 그 연출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것 같더군요.


─그러다 4화를 보게 됐습니다.
4화는 이전 스토리와 다른 독립적인 이야기로 루루의 과거를 다룬 에피소드였죠.

그 화를 보고 상당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별로 재밌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이 애니를, 한 화가 끝날 때까지 정신없이 빠져 보았던 겁니다.

내용은 동화책에 나올 것 같이 단순하고, 상징도 알기 쉬우면서 적절하게 잘 쓰였습니다.
대사 한마디 한마디와 나레이션, 이야기 묘사 방식이 연극을 보는 것 같더군요.
유리쿠마 아라시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다루면서, 작중 메인 스토리와는 거의 상관없는 이야기라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순히 취향이 맞았던 걸지도 모르지만요.
유리쿠마 아라시 4화 만큼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대단한 에피소드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리쿠마 아라시 전체가 좋은 애니였다고 생각하지만, 4화는 다른 화와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좋았어요.


─그래서 계속 보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뭐, 유리쿠마 아라시가 너무 재밌어서 견딜 수 없었을 정도로 빠져 보지는 않았습니다.
지금도 그 정도는 아니고요.

그래도 이 애니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애니였습니다.
작품의 주제가 너무나도 확실합니다.
그리고 그 이외의 모든 것이 작품의 주제를 위해 존재합니다.
등장인물, 인간관계, 음악, 연출, 오프닝과 엔딩까지.

마치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나의 색상으로 이루어진 옷을 보는 것처럼, 이 애니는 오직 하나의 주제를 위해 존재하는 애니였습니다.

나는 "좋아"를 포기하지 않아.

이 주제 하나는 진짜 애니를 보는 내내 반복해서 부각되고,
결국 "좋아"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게 작품의 결말이었죠.

뭐, 왜 하필 곰인지, 왜 하필 투명한건지 이것저것 생각할 거리가 있기도 하지만
결국 저 주제 하나만이 가장 중요하며,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있었던 애니라고 생각합니다.


─작품 내 배경이 겨울이었기 때문인지, 이걸 방영했을 때가 겨울이여서 그런지
겨울이 오니 유리쿠마 아라시가 갑작스레 생각나더군요.ㅎㅎ

어제 간만에 유리쿠마 아라시를 다시 봤는데 방영 전과는 다른 마음으로 볼 수 있어서 보다 재밌었습니다.
무엇보다 4화는 아무 생각없이 다시 보다가 한 화 내내 넋놓고 보게 되는건 여전하더군요.ㅋㅋ

제일 좋아하는 대사는 역시 4화에서 루루가 미룬에게 한 대사.
"대체 어디에 갔던거니, 미룬. 모두가 널 죽었다고 알고 있어."
이 평범한 대사에 등장인물(루루)의 오만가지 감정이 실려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ㅋㅋ 4화는 정말 좋네요. 대체 몇 번이 되풀이해서 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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