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콘키스타라는 게임을 했어요. 비쥬얼 노벨이에요."

"헤에, 재미있나요?"  "아하하, 글쎄요..."

"스토리는 어떤가요?"  "딱히... 좋았다고 말할 수는 없네요."

"캐릭터들은요?"  "나쁘진 않지만 특별한 점이 없어서 많이 아쉬워요."

"그럼 개그라던가 에로쪽이 강한가요?"   "전혀."

"그렇다면 별 볼일 없는 게임이네요."  "아니요, 그게..."



"엔딩이 아주 끝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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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이란 참 중요한 겁니다. 엔딩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작품 전체의 느낌이 변화하지요.
아무리 재미있던 게임도 마무리가 허탈하다면 플레이 후에 좋은 느낌으로 남기가 어렵습니다. 엔딩에 따라 작품의 방향이 틀려지기도 하고요. 제작자에게도, 플레이어에게도 엔딩은 큰 의미를 지니지요.

레콘키스타는 근래에 했던 게임 중에 이 엔딩이 가장 멋있었던 게임입니다.
아쉽게도 게임 자체는 그다지 좋았다고 할 수 없지만, 클리어 후 감상이 한순간에 바뀔 정도의 뛰어난 엔딩을 보여주었지요.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최고라 칭할만 했던 모 게임과 비교해도 엔딩만큼은 레콘키스타가 몇 수 위라고 생각되네요.

엔딩이 멋있다는 이유로 모든 것은 용서되는가, 하는 의문도 들 수 있겠네요.
하지만 조금 틀리다고 생각합니다. 엔딩을 보고나서 용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이해가 되는 것이니깐요.
(물론 마지막까지 이해 못할 부분도 있긴 합니다만, 그 부분은 적당히 용서합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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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게임을 시작하며 받는 느낌은 스릴러, 혹은 오컬트물의 감각입니다.
하지만 결코 스릴러물이거나 하지 않습니다.

이 부분이 초반 플레이의 큰 장애가 됩니다. 당연히 게임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멋진 스릴러를 기대하지만 레콘키스타는 절대 그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않지요. 스릴러치고는 엉성한 구성과 떨어지는 긴박감이 플레이어에게 실망을 안겨줄 뿐. 허투로라도 초반의 진행이 재밌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이 게임의 재미를 이야기할 때는 늘 망설여 집니다.

하지만 2부에 들어서면서 작품의 주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할 때면 꽤 재밌어 지네요.
생각해보면, 레콘키스타에 등장하는 소재들은 전부 하나의 '주제'를 위한 요소가 아닌가 싶습니다.
간단한 예로 주인공(중의 한 명)은 9년 전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고 다른 여성에게 관심을 가지려하지 않습니다. 주위 여성을 빨리 공략해야 하는 에로게(...)에 있어 귀찮기 짝이 없는 성격이지만 작품의 주제전달을 위해서는 필요한 설정이였지요.

레콘키스타에 나오는 모든 것이 그렇습니다.
각 등장인물의 과거도, 사람 수 적은 신도시를 잘 표현했던 사운드도, 오컬트적인 요소와 스릴러같은 사건도...
그 자체가 의미를 지니기보단 엔딩, -즉 하나의 주제를 이야기하기 위한 소재로서 존재하고 있습니다.
'죽음'과 '사랑'에 관한 테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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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츤츤→겉으로는 츤츤, 속으로는 데레데레→완전히 데레데레' 라는 완전한 공식을 지닌 시이네같은 캐릭터나 게임 본연의 재미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레콘키스타는 이거 하나를 위한 게임이였다고 생각합니다. 마호코 엔딩에서 느꼈던 충격과 시이네 엔딩에 혼이 빠졌던 기억들을 떠올려보면 분명 좋았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다만 그런 점을 재서라도 어쩔 수 없었던 큰 단점이 있습니다.
가장 속이 쓰라렸던 것은 도무지 감정이입이 힘들다는 거죠.

여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로 등장인물의 사고패턴을 이해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처음에는 그냥 사고방식이 틀린가 보지, 해서 어떻게든 행동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무리였습니다. 혹시 내가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있나 고민도 해봤지만 결국엔 그냥 주인공이 이상한 녀석이라는 결론을 내렸지요. 잘못내린 결론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네.(...)

둘째로 우연이 너무 심했습니다. '복권에 당첨됐다'는 우연은 인정해줄 수 있지만 '태평양에 던진 콜라병을 10년후 한강에서 줏었다'는 우연은 이야기의 흐름을 망치고 감정이입을 크게 방해하지요. 사소한 부분도 아닌 중요한 접점이 이런 식으로 처리될 수는 없는겁니다.

위와같은 우연은 몇번 안 나오고 지루함이나 이해불가도 후반에 갈수록 줄어드니 다행이네요.



레콘키스타에 관한 다른 글들을 살펴보니 하나같이 '엔딩이 좋았다'고 합니다.
게임의 재미를 놔두고 엔딩만 좋아서 뭐하냐, 는 식의 생각도 해보지만...
그 이전에 '재미'라는 것이 무얼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스탭롤이 올라가기 직전, 흘러나오는 음악과 두 사람의 마지막 대사가 아직도 선명히 떠오릅니다.
─────────────────────────────────────────────────
 

"엔딩이 아주 끝내줘요."


"엔딩이요? 멋진가보죠?"  "예에, 아주 많이요."

"어느정도로 멋진가요?"

"음... 정확히 게임을 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멋져요."



 


보통 매드 동영상같은 것은 저도 잘 보는 편도 아니고해서 올리지 않는 편이지만...
간만에 대폭소를 한 동영상이 있어서 올립니다.

이걸보니 막 루루슈를 응원해주고 싶은 기분이 드네요.
코드기어스도 사실은 커플제국을 물리치고 솔로나라를 건설하는 이야기?(웃음)

'운전은 혼자해야 기교가 는다'는 장면에서 폭소를 금할 수 없네요.
저건 혼자하는 것도 아니잖아?


하여간 스자크는 용서할 수가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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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머나, 부인. 소식 들으셨어요?
세익스피어 씨의 그 수많은 작품이 세익스피어 본인이 쓴 글이 아니라네요.

마실트: ............
뭐, 최근에 또 관련서적도 나왔고 말이지. 예로부터 여러가지 소문이나 추측이 무성하지 않았나?
세익스피어는 실존인물이 아니다, 라던가 세익스피어의 작품은 여러 명이서 적은 것이다, 하는 이야기였지.

Q: '사실은 다른 사람이 지은 작품들이다' 식의 주장에 힘이 실린 것 같지만...
누가 작품을 썼는가, 하는 의문보다는 한 사람이 그렇게 많은 작품을 쓸 수 있는가, 하는 쪽이 더 미스테리해서 흥미가 가네요.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그 작품들을 다 창작하기엔 인생이 너무 짧았다던데?

마실트: 흐음... 한 사람의 작품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작품이 존재한 것이 문제겠지.
그러니 '세익스피어, 정말이 당신이 전부 쓴 글인가요?'하는 식의 의문이 제기되는 거야.

나는 세익스피어가 어쩌면 당시의 소문이나 이야기, 민담을 모아 작품으로 엮은 것이 아닌가 생각해.
사람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재미난 이야기를 멋진 글솜씨로 풀어낸거지.
이러면 창작에는 크게 시간이 걸리지 않을테고...

Q: 암만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모짜르트는 4살 때부터 연주회를 가졌다는걸.
세익스피어는 갓난 아기때부터 시작했다고 하면...

마실트: 아니, 아마 그거하곤 이야기가 좀 틀리지 않을까....

Q: 하지만 조금 생각해보면 세익스피어가 그 많은 작품을 썼다는 것도...
그렇게 못 믿어줄 만한 얘기도 아니네요.

마실트: 어허?

Q: 우리 시대에도 이미 존재하지 않습니까.
세익스피어에 필적할 센스와, 작업량을 가지고있는 작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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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 1, 2백년쯤 후에는 이런 말이 나오지 않을까요? "김성모 씨, 정말로 당신이 다 그렸나요?"

마실트: ...난 지금도 궁금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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