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곧 있으면 2013년입니다. 2013년, 왠지 무지 어색하게 느껴지는 숫자네요. 하지만 매 새해가 늘 그렇죠.
이 사람이 군 제대를 2008년 1월 초에 했는데 그 때 2008년이란 숫자가 왜이리 어색하게 느껴지던지.
지금도 어색하게 느껴지긴 합니다. 전혀 다른 의미로.(...)


─2008년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 시절에 대체 뭘 했나 기억이 안 난단 말이죠. 아쉬운 일입니다.
초등학교 때 매일같이 일기를 써서 지금 일기를 보면 어렴풋이 기억나곤 하는데...
중학교 올라오면서 일기쓰는 의무가 사라지니 지나간 과거 회상하기가 그렇게 어려워요.

블로그가 생긴 이후부터 그래도 일기 비스무리하게 자신의 행적을 적는 취미가 살아난건 좋은데,
트위터 하면서 매일 트윗트윗하기만 했지 블로그는 방치 상태가 되서 다시 지난 날 되돌아보기가 어려워 졌지요.


─뭐, 불평은 이쯤하고.
하여간 그런 이유로 2012년을 기억해보자는 취지로 연말 정산을 해볼까 합니다.
나는 대체 2012년을 뭐하고 놀면서 보냈을까요.


리그 오브 레전드

─2012년은 이 게임 빼고 말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열심히 할 때는 농담 안하고 매일 했어요.
재밌는 것은 사실 하는 사람들 중에선 보통 수준이었다는 거죠. 그만큼 2012년 리오레는 한국에서 대성했으니깐요.

작년 9월에 북미판이었던 이 게임을 접하고 정말 오랫동안 즐겨왔습니다.
얼마나 즐겼냐하면 이 게임을 접게 될 날이 올까, 아니 오겠지만 상상이 안 간다, 는 식으로 생각할 정도였지요.
다양한 챔피언을 움직이고 기술이나 아이템을 연구하고 매일 승률 계산하고 친구랑 같이 하면서 싸우기도 하고..ㅋㅋ
정말 한 판 한 판에 추억이 서려있는 게임이었네요.

근데 요즘은 영 안 합니다. 접을 때가 됐죠ㅋ 영원할 것 같은 와우도 하락세고 정말 미래는 알 수 없는 거라니깐요.
당분간은 온라인 게임이라는 것 자체에 흥미가 안 생길것 같습니다.
좀 심심하긴 하지만 좋은 일인거 같네요. 요즘은 피방가면 월오탱 잠깐 하는 정도일까요.


페이트 엑스트라

올해에 플레이한 몇 안되는 게임.
원래는 안 할 생각이었는데 저 빨강 세이버가 너무너무 매력적으로 보여서 결국 했습니다.ㅠㅠ
뭐라고 딱히 감탄도, 불만도 말하기 힘들 수준으로 적당적당 재미있었네요.

사실 페이트 엑스트라 ccc가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미리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샀는데...
정작 ccc는 아직도 안 나왔다는 슬픈 이야기... 이제와서 ccc에 대한 흥미도 떨어져 버렸...;;;


부신제로

─부신제로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PS2 게임으로 게임 자체는 몇 년 전에 재밌다는 소식을 듣고 산거지만 중간에 쌌죠.
그런데 갑자기 이 게임이 떠올라서... 인터넷에서 잠깐 검색해보니 "플스2를 빌려서라도 해봐야 할 명작" 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구석에 박아둔 플2를 찾아다가 다시 플레이해 봤습니다. 확실히 재밌었네요.

부신제로는 위자드리 형식으로, 자신의 분신인 플레이어 캐릭터를 만들고 동료들을 모아 던젼을 탐색하는 게임입니다.

위자드리 게임이라는 것이 던젼 탐색이라는 원초적 재미를 추구한다는데,
어두컴컴한 던젼에서 갑작스런 적과의 조우, 함정, 아군이 죽으면 다시 위로 올라가야 하는 고통, 저주받은 아이템...
요소들은 단순해 보이지만 이런 것들을 잘 버물리고 난이도 조절을 좀 어렵게 해두면 꽤 재밌는 게임이 되더군요.
거기다 위자드리 게임답지 않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뛰어나면서 암울한 스토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픽이 모에와는 백만광년 떨어져 있었지만 이 암울한 스토리와 잘 어우러져서 좋았네요.

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여러모로 영감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게임이라고 할까요.
위자드리 형식의 재미를 알게되어 비타로 나온다는 위자드리 형식 게임을 또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게임의 교훈은 게임 난이도는 살짝 어려운 편이 딱임ㅋㅋ
요즘 게임은 너무 쉽고 배려가 잘 되어있어서 금새 흥미 붙였다가 금방 질리는 거 같아요. 특히 온라인 게임.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f

 


─블로그에 적지 않았는데, vita 샀습니다. 자꾸 벌여주는 이벤트의 유혹을 이기기 힘들었네요.

그래서 처음에 어새신 크리드3를 샀는데... 이거 전작 스토리를 모르니깐 영 못하겠더군요.;;;
결국 덕후인 이 사람은 놀던 물에서 놀아야 한다는 교훈을 깨닫고 오덕답게 하츠네 미쿠 게임을 샀습니다.
처음에 걱정 좀 했는데 의외로 엄청 재밌더군요. 노래들도 좋고.

막 만지면서 놀다가 영상의 캐릭터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바로 여캐와 남캐를 바꾸며 노는 만행을...
렌이 미쿠나 루카 대신 나와서 엉덩이 흔드는 모습을 보며 좋아라~ 하고 있고 뭐(...)

요즘 보컬로이드 영상을 영 안보다보니 어떤 노래가 인기인지 전혀 몰랐는데 이번 기회에 꽤 많은 노래 알게 됐네요.
아직도 이 사람에게 보컬로이드 노래라고 하면 '미쿠미쿠하게 해줄께~' 인 줄 알았는데 ㅋㅋ


옥상의 백합령씨

 

─요새 에로게라는거 전혀 안 합니다.

...아니, 죄송해요. 전혀는 아니에요. 여하튼 잘 안하게 됐네요. 일단 하면 재밌는데 잘 손대지 않게 됐네요.

그런 나날 중에 우연히 알게되어 정말 드물게 '뭐야, 이 게임? 엄청 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어 하게 된 게임입니다.
근데 그게 백합물...

그래도 엄청 재밌었어요. 오락성이 뛰어났다기 보단 청춘과 사랑을 간결하고 알기쉬우면서 분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었죠.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청춘'. 그 감성을 간접적이지만 확 하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요즘 하두 중2병스럽거나 하드보일드한거 찾아보다가 이렇게 풋풋하면서 상쾌한 청춘을 보니 어찌나 눈부시던지.

에로게는 잘 안하지만← 그래도 이 작품은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 중에서 손꼽을만큼 명작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청춘은 아니지만... 청춘에 대한 관점이나 생각에 새로운 인식을 심어줬네요.


각종 추리소설들

─추리소설 겁나게 읽었습니다. 원래 좋아했지만 이번 2012년은 읽은 책의 80%가 추리소설이었네요.
유명하다는 소설도 읽어봤고, 예전부터 보고 싶었던 소설도 읽어봤고, 우연히 도서관 책장 지나가다 눈에 띈 것도 읽어봤고...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유머 미스테리와 빙과의 작가인 요네자와 효노부 작품들이 가장 인상에 남았네요.
히가시가와 도쿠야는 정말 재밌고 취향에 딱 맞는 책을 써서 좋지만 요즘 살짝 매너리즘이 보여서 아쉽고...
요네자와 효노부 작품은 예전 작품은 끔찍하게 싫어하는데 몇몇 작품은 이상할리 만큼 재밌고 취향에도 맞는 겁니다.

특히 '덧없는 양들의 축연' 과 '추상오단장' 이 두 작품은 꼭 읽어보시길 추천!
그리고 하드보일드 에그 라는 소설도 좋았네요. 이런저런 좋은 소설들을 건져서 행복했던 나날이었습니다.


어나더

 

이 중에 한 명, 졸업 못 하는 애가 있다!

 

─어나더는 2012년 1월 신작이었죠. 시작부터 무척 흥미롭게 봤는데 끝까지 재밌었습니다.
2012년 전체를 생각해봐도 이 애니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가장 좋았던거 같네요.
어두운 분위기도 좋았지만 애들이 다 훈남훈녀고...

메이쨔응이 너무 모에해서 중간부터 제대로 숨을 쉬면서 볼 수 없어서 괴로웠지요.ㅎㅎ
아카자와도 예쁘고 원작에 없는 비중도 생겨서 괜찮았지만 그만큼 처참한 결말이...ㅋㅋㅋㅋㅋ

어나더를 재밌게 볼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스포일러를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요즘 세상에 스포일러 피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다들 잘 아실겁니다. 인터넷을 끊지 않는 한 말이죠.
이 사람이 중학생 때에 가오가이가를 TV에서 봤는데 처음 제이아크 나오는 장면에서 뒤통수 맞은 느낌이 아직도 나네요.
그 당시에는 스포일러를 당하고 싶어도 당하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이제는 적극적으로 피해야 하는 시대니.


신세계에서

─어나더 얘기했으니 비슷한 작품인 신세계에서도.

진짜 이 애니는ㅋㅋㅋㅋ 처음에 작화도 좋고 애들이 로리쇼타한게 너무 귀여워서 잘 보고 있었는데
한 5화부터 갑자기 작화가 들쑥날락, 이야기는 뭔가 생략된 느낌이 막 나고 해서ㅋㅋㅋ

그래도 재밌게 보고 있는 애니에요. 사키x사토루 너무 좋아함.
작화가 들쑥날락하다고 했는데 10화 작화가 甲이었죠. 저렇게 예쁜 사키라니, 난 상상도 못 했어!!
처음부터 끝까지 저런 캐릭터 작화로 진행되는 애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요.

2쿨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진행이 루즈해지는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계속 앞으로 내용 기대됩니다.
5화에서 티격태격하던 둘이 갑자기 들러붙는 시츄는 한 동안 제 가슴에 불을 땡겼죠.ㅎㅎ


로보직스 노츠

─올해에 게임이 나왔고, 잽싸게 애니화 됐지요.
너무 빨리 애니화가 되어서 게임을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을 정도네요. 슈타게의 흥행 영향이 컸겠죠?

요즘 가장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아키호가 특히 귀여워요.
저렇게 생기발랄한 애를 보고 있으면 조교... 아니, 기운을 나눠받는 느낌이라.

주인공이 아니면서 잘생긴 조연 남캐인 스바루도 멋진 캐릭터! 원래 이런 캐릭터는 건방지고 밉상이기 마련인데
실제로 건방지긴 하지만 주변 사람들 알게 모르게 챙기는 모습이 너무 흐뭇합니다. 역시 츤데레는 최강인가요.

슬슬 이야기가 본 궤도에 올라섰나 싶었더니 연말이라고 2주 연속 휴방... 에라이.

걸즈 앤 판처

─바로 전에도 적었지만 걸즈앤판처 재밌게 보고 있지요. 근데 완결은 3월...ㅠㅠ

지금은 그냥 좋은 완결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동인그림이나 구경하고 돌아다니는 중입니다.
니시즈미공이 팬들 사이에서 군신으로 추앙받고 유카리는 어느새 개가 된 지금 상황이 무척 유쾌하네요.
확실히 니시즈미 미호는 프라우다 전 때 군신 포스를 발휘했고, 유카리는 그런 미포링을 매일 칭찬하며 추앙하고 있으니ㅋㅋ

10화를 보면 스케쥴이 정말로 촉박한지 미포링이 중간에 갑자기 옷이 갈아입혀지는 장면도 있고 엉망입니다.
그런 점을 생각해보면 완결이 뒤로 미뤄진 것은 잘된 것일지도 모르죠...
원체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되지만 일단 이렇게된 이상 말이죠. 최고의 완결을 보여주기를. 아자!!

 

─음, 적고 보니 왠지 중간부터 밀린 감상문을 적는 느낌이 드네요.
그래도 뭐 어떤가요, 어떤 것을 보고 어떤 것을 느꼈는지 적어두면 나중에 이 시절을 떠올리기 좋겠죠.

좀더 체험한 일을 떠올려보면 역시 4월 경에 일본에 다녀온 일일겁니다.
거기서 맛의 달인에 나온 타코야끼를 먹은 일은 귀한 경험이었죠.
라노베도 많이 읽었고... 음, 로큐브 재밌었네요, 로큐브.(...)
세간의 화제작보다는 단순히 달달한 연애담이 담긴 소설을 선호했던지라... 왠지 밀당 분위기가 센 라노베에서 큰 인상을 받은 작품은 적다는게 아쉽네요.

간단히 추려서 정리해 봤는데 쓰면서 생각해보니 꽤나 접한 것들이 많네요. 그런데 적질 않아서 잊어버렸죠.orz
블로그가 쇠퇴기라고 하지만 차후를 위해서 좀더 감상글을 짧게나마 많이 남겨버릇 해야겠습니다.

2013년에도 이 블로그는 안 망하고 잘 운영해나갈 터이니 들려주시는 분들 자주자주 방문해 주세요.
기왕이면 덧글도 ㅋㅋ

그럼, 좋은 한 해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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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의 마실트와 Q의 만담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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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헐, 소식 들었나요? 진연희무쌍이 맹장전(萌將傳)이란 이름으로 새로 나온다네요.
무려 진연희무쌍 엔딩 이후의 뒷 이야기.
그렇게 기다리더니 좋으시겠수?

마실트: ......

Q: 왜 그래요? 뭔가 있어보이는 어두운 표정으로.

마실트: 이 게임에는 슬픈 전설이 있어.

Q: 전설따윈 필요없어?

마실트: 아니야, 바보야. 좀더 진지한 얘기란 말야.



마실트: 그것은... 내가 한참 진연희무쌍을 열심히 플레이하던 때에 일어난 일이야.

(회상)

마실트: 본래 나는 삼국지라 하면 촉, 오, 위 순으로 좋아했어.
촉이라는 나라가 딱히 좋았다기 보다는 촉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좋았던 거야. 제갈량이나 조운같이.

반대로 위나라 애들은 싫어하는 편이였어. 어린시절 읽었던 그놈의 촉한정통론 탓도 있지만
하여튼, 조조를 필두로해서 하후돈이나 순욱같은 애들은 암만봐도 좋게 볼 수 없었던 거야.

내가 진연희무쌍을 할 때, 촉 루트를 먼저 플레이하고 오 루트를 클리어한 후
위 루트까지 플레이해야 하나 고민했던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지.
원판 인물들을 비추어 볼 때, 맘에 드는 캐릭터는 없었으니깐.



그래도 내가 기어코 위 루트를 플레이하게 된 이유는 순욱(케이파) 때문이었어.
오나라인가? 플레이를 하다가 적으로 등장한 케이파의 모습을 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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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얄미운 얼굴로 책략을 쓰는 모습이 왠지 가슴에 큥~♡ 했어.

비록 '적' 으로 밖에 인식하지 못했던 위나라 애들이지만
위 루트를 밟게되면 같은 편이 되는거고, 그러면 그쪽 애들과 새콤달콤한 이벤트(...)를 볼 수 있겠거니
하는 생각이 든거지.

'헤헤헤, 쟤는 어떠 모에모에한 모습을 보여줄까?' 하는 기대가 갑작스레 부풀어 올랐고
당장에 위 루트를 처음부터 플레이하기 시작했지.

이 진연희무쌍이란 게임은 볼륨이 어마어마하지만 늘 재밌던 것은 아니라
솔직히 하나의 루트만 깨도 지루하다 느낄 법 해서 다음 루트는 건드리기 망설여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플레이했다는 것은, 내가 위나라에 얼마나 큰 기대를 가졌는지에 대한 반증일거야.

특히 저 케이파에게 말이지. 가장 기대했던 캐릭터였어.




오프닝부터 초반부까지, 무난한 재미였지만 역시 지루한 느낌이 들었어.
게임이 지루한게 아니라 내가 지쳐버린거야.
솔직히 플레이 타임이 몇 시간이 됐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지.

그러다 마침내 거점 포인트가 왔고, 나는 잽싸게 케이파의 이벤트부터 감상하기 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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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시나리오에서도 알 수 있었지만 케이파는 백합녀로 남자, 특히 주인공을 혐오하지.
케이파가 주인공을 대하는 말투는 그야말로 가시투성이.
그건 담당 이벤트에서도 변하지 않았어.
이벤트 내용은 한 마디로 케이파와 주인공이 아웅다웅 싸우는 이야기.


그래도 케이파는 귀엽고, 행동거지도 재밌어서 이벤트는 꽤 볼 만했지.
어떤 때는 케이파가 주인공을 함정에 빠트리고,
어떤 때는 케이파가 곤경에 처해서 주인공이 어쩔 수 없이 도와주는 이야기.

기대했던 새콤달콤은 없었지만 그래도 개그극장을 보는 느낌이 들어 나쁘지 않았지.


하지만 그래도
이벤트를 감상하며 가장 신났던 것은 '요 계집이 언제쯤 떨어질까?'(...) 하는 기대감이었어.
주인공을 싫어하는 히로인. 이건 츤데레잖아?
츤데레의 묘미가 '평소에는 츤츤, 가끔은 데레데레' 에 있다고 한다면
츤데레 시나리오의 묘미는 츤에서 데레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지.

게임이 원체 야겜이니 H씬은 당연히 있을테고,
지금은 건방지게 날뛰어도 결국엔 숨겨졌던 데레가 보일거라고 굳게 믿었지.


게임이 진행되가며 이벤트는 계속 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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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이젠 슬슬 H씬인데 아직까지 츤이지?
했더니 카린(조조)이

"케이파가 실수했음. 벌로 네가 좀 괴롭히삼. ㅇㅋ?"

...라네. 주인공 입장으로는 완전 하라니 하겠지만 왠지 찝찝하다? 수준.



그 이후에도 이벤트는 계속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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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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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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츤!




데레가 없어!! 안 나와!!!!
그래도 저 위의 스샷의 대사가 케이파가 주인공에게 마지막에 한 가장 호감성 발언이야. 뭥미? 이거.

결국 케이파는 츤데레 비율 10:0 의 마녀였던 거지.

본래 케이파와 주인공의 관계가 톰과 제리와 같은 형식으로 만들진게 아닌가 싶어.
이유야 어쨌던 난 케이파에게 낚여버렸고,
그 슬픔을 이기지 못해 친구인 G타오에게 연락했어.


"이봐, 케이파가 데레를 안 보여줘!"

"난 순욱이 불쌍해서 못 봐주겠던데. 대체 어디까지 개인거냐?
이제 그만 순욱을 놔 줘. 그만 괴롭히란 말야."
(케이파는 조조에게 하악하악대는 강아지 수준)



Q: 그닥 진지하지도 않네요.

마실트: 후속작이 안온다고? 젠장! 그래봤자 케이파가 데레하는 모습은 평생 볼 수 없을거 아냐?
나오면 내가... 내가...

......큭!

Q: 그래도 일말의 기대는 하고 있군요.

아, 그런데 이 게임. 각 루트 공통 엔딩 이후를 차용하고 있기 때문에
오나라 애들은 다 애엄마인 상태로 시작한다네요?

마실트: ......설마 그럴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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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에로게를 전혀 하지 않아서 몰랐는데,
최근에는 시스템 중에 '위장(僞裝)' 이라는 것도 있군요.

이를테면 이렇게 게임을 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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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장면이 나올 것 같을 때, 뒤에 누군가(...)가 있다면
잽싸게 F1 키를 누르는 겁니다. 그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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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장으로 변신.
밑의 작업표시줄에도 메모장으로 표시됩니다. 거기다 실제 글이 적어지기도 하네요.
다만 일본어로 뜨기 때문에...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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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창을 보면 메모장 이외에 블랙 스크린을 만든다거나
창을 아예 없애버리고 윈도우 시계 옆에 작은 아이콘을 만들 수 있네요.
생각하기에 따라서 참 유용한 시스템이구나, 싶지만... 쓸 일이 있을련지.(웃음)
아... 기다리신 분들이 얼마나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기념이벤트, 제목은 위에 써있는대로.
플레이했지만 차마 감상 포스트를 올리지 못했던 에로게 총집편입니다.

기왕 하는거니깐, 이라는 생각에
'신사(gentleman) 리미터' 를 해제하고 신사(hentai) 모드로 전환.

그렇게 말해도 사실 적고 보니 별거 없네요. 아하하.
그냥 잼나게 읽어주세요.

여성 분이나 이런 게 싫다, 싶으신 분들은 자비심을 베풀어 제발 읽지 말아주시고.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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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를 믿고 있어!


─어느 날, 네토라레물이 갑작스레 땡겨서 붙잡은 게임.(...)
제목과 장르의 매치가 아주 절묘합니다. 그래도 저게 꼭 반어법적인 의미는 아닙니다.


─오랫동안 연인관계였던 두 사람. 일 관계로 주인공이 지방으로 가게되서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된다는 스토리.
그런데 떠나간 주인공에게도, 남은 히로인에게도, 주변에 이성상대가 접근하게 되죠.
이런저런 시련을 이겨내고 두 연인은 자신들의 사랑을 지켜낼 수 있을까, 하는 게임입니다.
물론 모든 것은 주인공이 하기 나름이죠.


─NTR게임이라고 해서 무조건 '바람피는 게임' 은 아닙니다.
일단 메인 히로인은 본래 연인인 아유무이고, 가장 해피엔딩도 아유무와의 사랑을 지키는 것이죠.
가장 H씬이 많은 것도 주인공과 아유무 커플.

일 관계로 떨어져 있다고 하지만 두 사람은 2주에 한 번씩은 만날 수 있다는 설정입니다.
결국 바람피지만 않는다면 장거리 연애를 하는 두 사람만 보다가 게임이 해피하게 끝날 수 있죠.
적당히 H씬이 많은, 그냥 그런 에로게는 될 수 있는 수준입니다. 큰 재미는 없지만.

바람을 핀다고 해서 바로 NTR로 들어가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이 게임은 매우 자비로운 편이여서,
다른 히로인을 공략했다고 해서 옛 애인을 버렸다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주지 않지요.
다른 히로인 엔딩을 보면, '어이저이 아유무하고는 헤어졌습니다' 라는 식으로만 나옵니다.
(불륜 엔딩도 있긴 하지만...)

결국 해피엔딩은 해피엔딩.
주관적인 의미로 주인공이 때려 죽일 놈일지라도(...) 플레이어의 기분을 언짢게하는 장치는 없습니다.
의도적으로 찾으려고 하지 않는 이상.


─공략을 보면서 플레이했기 때문에 정확한 조건을 까먹었는데
아마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애매하게 굴다보면 NTR루트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반드시 배드엔딩.

주인공이 바람을 피면 조금씩 아유무에게 마수(魔手)가 뻗쳐옵니다.
상대는 주인공 친구, 학교 선배, 알바 점장인데,
각각 '마음이 완전히 돌아선 상태', '어.. 어... 안되는데... 하면서 맛이 가는 상태'. '조교' 이렇게 나누어지죠.
NTR에 괜히 충실하다고 해야 하나... 하긴, 원래가 NTR 게임인걸요.


─주인공이 바람을 피면 저리되는 이유는, 주인공이 2주에 한 번인 데이트 약속을 깨기 때문입니다.
결국 주인공 탓인데, 그러면 제목이 '나는 그녀를 믿고 있어!' 인 것이 이상하죠.
올바른 표현으로는 (아유무 시점으로)'나는 그를 믿고 있어!' 가 되야 합니다.
자기는 바람피우면서 '그녀를 믿고 있어!' 말하는 저 가증스러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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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다른 히로인으로 직장 후배인 아가씨가 귀여워서 좋더군요.
주인공에게 애인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알게모르게 접근하려는게 진짜 바람피는 듯한 미묘한 감각.
다른 히로인들은 너무 들이대는 느낌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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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마요우지2

─어느 날, 유부녀물이 갑작스레 땡겨서 붙잡은 게임.(...)
기대했던 대로의 에로게여서 무척 재밌었습니다.


─주인공은 신참 여행안내원(가이드?)으로, 갑작스레 15박 16일 장기 투어를 맡게되었다는 설정.
주인공이 워낙 젊고 신참이기 때문에 투어에 참가한 부인일행에게 놀림받기도 하고,
같은 가이드 동료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는 내용의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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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녀물 답게 공략 히로인은 두 명 빼고 전부 유부녀!!!!!
...같은 얘기는 잠깐 미루고, 이 게임의 재미난 점은 컨셉에 충실했다는 겁니다.

장기 여행을 소재로 한 작품인 만큼, 게임을 하는 내내 여행의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있습니다.
게임성은 거의 없지만 스케쥴을 짜는 시스템, 여행지에서 있을 법한 에피소드.
특히 주인공은 여행을 '놀러 온 사람' 이 아니라 '일하러 온 사람' 이기 때문에
그 특유의 고생도 살짝 느낄 수 있지요. 어디까지나 기분만 느낄 수 있는 수준으로.
골치아프게 생각하고, 고민할 필요 없이 게임에서 선사해주는 분위기만 즐겨주면 됩니다.


─유부녀물로서 이 게임이 어떤가, 하면
아주 좋습니다. 무엇보다 '여행지에서의 연애' 라는 관점에서 딱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네요.

유부녀물은 말이 좋지, 현실적으로 여러가지 제약이 많은 장르입니다.
네토리... 에 가깝다고 볼 수 있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게 유부녀 모에인 사람들이 다 그쪽 취미인 것은 아니고,
더불어 가정파탄이나 가슴아픈 이야기를 보고 싶어하는 것도 아닙니다.

츠마요우지2에서는 위와 같은 장벽을 시원하게 날려보냅니다.
여행지에서의 H는? 불장난! 이라는 공식을 무리없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죠.

한 예로 히요리를 보면, 그녀는 여행사의 선배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매달리는 듯한 관계인데
히요리가 주인공을 챙겨주다가 서서히 친해지고, 연회 때 술에 잔뜩 취해서 H.
그 이후에 실수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왕 했으니깐' 이라며 계속 그런 관계를 유지해 갑니다.
엔딩을 보면 더이상 친해질 생각은 없지만 당장 그만둘 맘도 없는 듯.

결국 히요리와 주인공은, 자신들의 관계가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지금 당장의 즐거움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당장 눈 앞의 욕망에 대한 긍정. 여기에 이 게임의 매력이 있지 않나 싶네요.

물론 진지한 사랑 이야기가 좋을 수 있고, 실제 그런 스토리가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진지한 사랑 이야기는 많은데 이런 가벼운 이야기는 적지요.
사실 저런 류의 스토리는 이 게임 안에서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다만 저 부분이 가장 큰 특징이라는 거죠.


─어쩌면 여행지에서의 불장난이나 유부녀와의 엔조이한 관계는
에로 판타지의 한 부류라고 볼 수 있지요.
비슷한 것을 추구하는 에로게도 있겠지만 츠마요우지2같은 경우엔 필요이상의 끈적한 감각이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토모에 루트와 히요리 루트 추천. 특히 히요리 루트의 친구이상 애인미만 같은 관계가 굿.


─히로인 공략하기가 은근히 어려워서 공략본을 보면서 했는데
왠만한 히로인들이 같은 날짜에 맺어지기 때문에 동시공략에 들어가면 주인공이 하룻밤 사이에 이 방에 들렸다, 저 방에 들렸다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뭐야, 이녀석.
현실적으로 가장 무서운 장면이었습니다. 어휴.


─진 히로인 취급인 그 아가씨는...
이야기만 보면 좀 평범한 이야기지만 이 게임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네요.
첫 눈에 반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맘에 든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얘기가 좋거든요.

아, 그리고 이 게임엔 특이한 시스템이 있는데
게임이 끝나고, 공략한 히로인의 시점으로 스토리를 짤막하게 다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어떤 시선으로 주인공을 바라봤는지, 왜 이렇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독백처럼 흘러나오는데
이것을 보다보면 '공략 대상' 에서 좀더 다른 캐릭터로 느껴진다는 것이 참 진기한 경험이 됩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타이틀 음악이 중독성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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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루쿠루쿠-루(くるくるく─る)


─어느 날, TS물이 갑작스레 땡겨서 붙잡은 게임... 이 아니라,
TS물(성전환물)은 별 관심 없지만 좀 흥미가 가는 설정이 있어서 해보게 됐네요.
다른게 아니라 '주인공이 성반전 된다!' 라는 설정.


─사실 TS물에는 조예도 없고 관심도 없어서 이게 TS물로서 어느정도 물건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진연희무쌍도 TS물이라 하지만)
게임으로서 큰 재미는 없고, TS라 해도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성반전되기 때문에
거꾸로 남성과 여성의 구분이 모호해져서 캐릭터 매력이 이도저도 아닌게 된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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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 게임에서 눈여겨 볼 점이 한가지 있는데,
바로 주인공이 여자라는 사실입니다.
원래 남자지만, 여자로 변한 이후 몸만이 아니라 정신까지 바뀌었는지 그냥 여자처럼 나옵니다.(먼산)
그리고 이 캐릭터가 에로게의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죠. 선택지에 따른 것이지만...

보통 에로게를 생각해 볼까요? 에로게 주인공들은 어떻게 하고 다니나요.
학교에 가면 학교의 예쁜 여자 히로인을 만나 H를 하고,
알바를 하러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면 거기서 또 예쁜 히로인을 만나 H할 기회가 주어지고,
밤 중에 돌아다니면... 뭐, 어디를 가던간에 늘 예쁜 히로인이 꼬여서 H할 기회가 생깁니다.
그 다음은 주인공&게임 나름이지만 남자 주인공은 아무 죄책감없이 이 여자 저 여자 건드리고 다니고...
순애물인 경우엔 기회가 되도 안먹는 고자정신을 보여주지만 순애가 아니라면 늘 그렇죠.

그런데 이 쿠루~ 는 주인공이 여자가 됩니다.
그리고 저런 패턴을 비슷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자 주인공이, 이런저런 남자들과.

재미난 것은 이게 네토라레라던가 문란하다던가 그런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여타 다른 에로게처럼 주인공이 거쳐가는 과정과 똑같이 인식된다는 점이죠.
유키(주인공)는 딱히 그럴 의도는 아니였지만 주위에 이성이 꼬여서 실수로, 혹은 분위기에 이끌려서
얼굴도 안 나오는 남자 캐릭터와 H를 하는 시츄에이션이 많습니다.

이게 굉장히 신선한 느낌입니다.
기분 나쁘다고 생각이 들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전혀.
H씬이 여자 입장에서 서술되는 것도 아니고, 성별이 틀릴지언정 플레이어는 유키에게 감정이 이입된 상태로 상황을 인식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시츄에이션은 보통 에로게와 동일.
오히려 남자라면 야동을 볼 때, 남자는 아무래도 상관없고 여자에 집중하게 되는 것(...) 과 비슷하겠네요.

여자가 주인공인 노멀 에로게.
생각해보면 능욕, 조교, 근친 등 온갖 것이 나오는 야겜계에 이런 설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남자들을 위한 것이니 그렇지' 라고 말할 수 있지요.
그래도 이런 설정이 '남자의 판타지'에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평소, 에로게의 거지발싸개같은 주인공이 하렘을 꾸미고 돌아다니는데 위화감이나 죄책감을 느꼈다면
쿠루~는 반대로 주인공을 여자로 두어 같은 처지에 놓고 같은 행동을 하게 함으로서
'아, 이게 이래도 되는구나' 를 느끼게 해주는 안도감과 쾌감을 주는 위치에 있지요.


─위에 서술한 그 미묘한 느낌을 이해하시는 분들은 플레이해보셔도 좋을듯.
그래도 게임의 재미는 걍 그렇습니다. 닥치고 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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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천사 프리마베일 쯔바이


─어느 날, 변신소녀조교물이 갑작스레 땡겨서 붙잡은 게임.(...)
재밌어 보여서 했는데 실제로 꽤나 수작이었습니다.
제작사 측에서 애정과 공을 들인 흔적이 보여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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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악의 조직의 간부가 되어 프리마베일(2인조)과 싸운다는 스토리.
평범한 설정이지만 실제 해보면 악의 입장에서 변신소녀물을 보는 것이 꽤 재밌습니다.

초반 설정은 대체로 변신소녀물의 클리셰(약속)를 갔다가 쓰거나 살짝 비튼 수준인데
조직 상부에게 쪼여가며 악당 짓을 하는 주인공,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계획을 짜고 믿음직한 부하들과 수행하지만 변신소녀의 등장으로 허탕,
가증스러운 프리마베일과 싸워보지만(5대 1) 도통 상대가 되질 않는데다
프리마베일이 전투 중에 필살기라도 쓰면 죽었다 복창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죠.

간신히 붙잡아서 조교라도 할라치면 턱시도 가면같은 녀석이 나타나서 다 뒤집어서 탈출시키고...(먼산)


─게임성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설정과 어울려서 왠지 할 만합니다. 에로도 괜찮고요.
다만 이 게임은 노가다성이 좀 심합니다.
임무를 수행하는 것도 그렇고 붙잡았는데 다시 탈출하는 것도 그렇지만,
가장 짜증나는 것은 조교 과정이죠.

쉽게 조교되지 않기 때문에 이리저리 막 만져줘야 하는데
하다보면 프리마베일이 맛이 가기 전에 플레이어가 맛이 갈 지경입니다.
간단히 되지 않는 만큼 성취감(?)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하여간 귀찮아요.


─그래도 게임을 처음 잡았을 때 굉장히 재밌게 했습니다.
해본 변신소녀물 패러디로 가장 재밌었던 것 같네요.
캐릭터의 조형도 잘 되었고 스토리의 반전도 놀라운 수준.
'사랑의 전사' 프리마베일과 맞서 싸우는 악의 조직의 애환이 여실히 드러난 작품이기도 합니다.
에로도 충실했고, 하여간 웃으며 즐길 수 있는 게임.


─두 명의 프리마베일 중 언니 쪽인 루나는 게임이 시작하자마자 악의 조직에 잡혀가지요.
루나는 말괄량이인 동생보다 훨씬 성숙하고, 누님같은 스타일에 한없이 상냥한 타입인데
이 아가씨가 조교를 당하다 결국 타락한 모습이 기가막히게 끝내줬던(...) 기억이 나네요.
뭐라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아주.

그리고 웃겼던 게, 남자 캐릭터가 적은 것도 아닌데 후타나리는 왜이리 자주 나오는지.
생체개조의 로망...?


─변신소녀물을 에로게로 하는 즐거움이라면 역시 정의의 편인 하는 놈들을 괴롭히는 것일까요.
이 게임은 거기에 충실하기도 하면서 그저 어두운 이야기로 끝내지않고 마지막까지 밝은 마음(..)으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변신소녀물을 비판하면서 재해석한 엔딩은 최고. 멋진 게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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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우라레


─이건 기대도 없이 우연히 한 게임이었는데 재밌었던 케이스.
'앨리스2010' 에 수록된 볼륨이 작은 게임입니다.
설정만 보면 단순한 막장 에로게지만 거기서 이정도 재미와 에로를 뽑아내는 것이 앨리스 소프트구나 싶더군요.


─배경은 겉은 멀쩡하지만 속으로 부패할 대로 부패한 학교.
주인공은 반협박을 받아 학교 클럽에서 해는 봉사(매춘)활동의 관리를 한다는 이야기.
스토리보다는 게임성에 중점을 뒀습니다. 즉 여자애들 관리와 호객활동을 하며 즐기는 게임이죠.
시스템도 간단한 편인데 하다보면 의외로 빠져듭니다. 기본 설정에 심한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면요.


─이 게임은 상상에로가 극대화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사람들이 '캐릭터' 를 볼 때, 말과 행동으로 캐릭터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설정' 만으로 끌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인물은 가끔은 안경을 쓴다던가, 사실은 거유라던가, 여장남자라던가.
(반대로 설정만으로 싫어하는 경우도 있지요. 다 좋은데 빈유라서 싫다던가)

플레이어가 관리하는 수많은 여성 캐릭터들은 말과 행동이 없고 그저 설정만이 존재합니다.
말하자면 하나의 유닛으로 끊임없이 가꾸어주며 봉사에 내보내야 하는데,
그 유닛들에게 '스토리' 는 없지만 말투가 어떻다던가, 고향이 어디라던가,
의외로 음란한 성격이라던가, 남친이 있다던가,
처녀라던가, 경험이 있다던가... 하는 설정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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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우라레는 에로씬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여성캐릭터의 설정이 플레이어의 상상력과 결합하면 그게 어마어마하게 에로해 집니다.
더군다나 게임상 '설정' 이 꽤 중요하게 쓰이기도 하기에
몇몇 설정은 중간에 생겨나는 것도 가능하죠.
그 과정을 계속 거치다보면 게임성 자체에서 에로함을 느낄 정도입니다.


─게임을 꾸준히 플레이하다 보면 적당한 때에 과제를 줘서 도전하게 하고,
그 과제를 클리어하면 그제야 비로소 에로씬을 볼 수 있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그런데 설정도, 이야기 흐름도 어둡기 짝이 없는데다
봉사활동 관리라는 데에서 이미 거부감을 느낄 수준으로 퇴폐적이기도 합니다.
뭔가 즐거운 마음으로 할 만한 게임은 못 되겠지요.

하지만 게임성도, 에로도 저런 설정이 있어서 시너지 효과를 내었다고 봅니다.
저보다 덜한 설정이면 재미도 떨어졌을거라 생각하네요.

볼륨이 작은 게임인데 의외로 파고들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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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7일자 포스트)

발표합니다.

오늘부로 주식회사 스튜디오 에고의 대표이사를 사임했습니다. 이것을 계기로 어그리 그룹에서도 나갑니다.
현재의 스탭도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다 그만둡니다. 저 자신은 `주식회사 데보노스 제작소`를 설립하여
새로이 브랜드를 만들어 활동하겠습니다. 근일 중으로 홈페이지도 만들고 새로운 기분으로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스튜디오 에고의 대표이상였던 야마모토 카즈에 여사 및 다수의 스탭이 에고를 퇴사했다고 합니다.
위에 보시는 바와 같이 다른 브랜드를 만들 생각인 듯 하네요.

위의 내용만 옮겼지만, 실제 블로그의 글을 보면 에고사와의 마찰이 상당히 컸다는 것 같습니다.
결국 스탭 전원이 퇴사를 결심하고 자신들의 길을 찾아 나서는 식으로 마무리를 짓고 싶었던 모양인데...


...여러 모로 충격입니다. 에고가 이후에 계속 존속하더라도, 이젠 우리(?)가 알던 에고가 아니겠군요.
새로운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거기서 게임을 낸다고 하지만, 조금이라도 이전의 에고 스타일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주겠죠. 이타루 사단이 택틱스를 관두고 키(key)를 만든 사정과 비... 슷한가?(...)

여기서 주목할 점은, 오랫동안 시리즈 물로 울궈먹어 왔던 캐슬 판타지아, 이즈모 시리즈가
이젠 후속작을 내기 어려워 졌다는 거죠.
세상만사 불가능한 것은 없다고 하지만 이전처럼 쉽게 처리되진 않을테고.

뭐, 어찌됐던 팬으로서
단점이라 여긴 게임성과 스토리를 조금만 더 보강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향후의 움직임을 계속 지켜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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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충격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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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트: 배덕감이 느껴지는군.

Q: 오토보쿠의 미즈호로군요.

마실트: 여장남자계의 최강자지... 남자로 태어난 것은 분명 무언가의 실수일거라 생각되는데...
그건 그렇고 뭐냐, 저 그림은?

Q: 사실 여러가지 패션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는데,
저런 식으로 벗겨놓으니 또 참으로 불타오르네요.

마실트: 아악, 그래도 나는 속지 않아!
교묘하게 가리고 있지만 저건 결국 남자잖아!!!

Q: 하하하,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남자니깐 좋은 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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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콘키스타라는 게임을 했어요. 비쥬얼 노벨이에요."

"헤에, 재미있나요?"  "아하하, 글쎄요..."

"스토리는 어떤가요?"  "딱히... 좋았다고 말할 수는 없네요."

"캐릭터들은요?"  "나쁘진 않지만 특별한 점이 없어서 많이 아쉬워요."

"그럼 개그라던가 에로쪽이 강한가요?"   "전혀."

"그렇다면 별 볼일 없는 게임이네요."  "아니요, 그게..."



"엔딩이 아주 끝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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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이란 참 중요한 겁니다. 엔딩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작품 전체의 느낌이 변화하지요.
아무리 재미있던 게임도 마무리가 허탈하다면 플레이 후에 좋은 느낌으로 남기가 어렵습니다. 엔딩에 따라 작품의 방향이 틀려지기도 하고요. 제작자에게도, 플레이어에게도 엔딩은 큰 의미를 지니지요.

레콘키스타는 근래에 했던 게임 중에 이 엔딩이 가장 멋있었던 게임입니다.
아쉽게도 게임 자체는 그다지 좋았다고 할 수 없지만, 클리어 후 감상이 한순간에 바뀔 정도의 뛰어난 엔딩을 보여주었지요.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최고라 칭할만 했던 모 게임과 비교해도 엔딩만큼은 레콘키스타가 몇 수 위라고 생각되네요.

엔딩이 멋있다는 이유로 모든 것은 용서되는가, 하는 의문도 들 수 있겠네요.
하지만 조금 틀리다고 생각합니다. 엔딩을 보고나서 용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이해가 되는 것이니깐요.
(물론 마지막까지 이해 못할 부분도 있긴 합니다만, 그 부분은 적당히 용서합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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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게임을 시작하며 받는 느낌은 스릴러, 혹은 오컬트물의 감각입니다.
하지만 결코 스릴러물이거나 하지 않습니다.

이 부분이 초반 플레이의 큰 장애가 됩니다. 당연히 게임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멋진 스릴러를 기대하지만 레콘키스타는 절대 그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않지요. 스릴러치고는 엉성한 구성과 떨어지는 긴박감이 플레이어에게 실망을 안겨줄 뿐. 허투로라도 초반의 진행이 재밌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이 게임의 재미를 이야기할 때는 늘 망설여 집니다.

하지만 2부에 들어서면서 작품의 주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할 때면 꽤 재밌어 지네요.
생각해보면, 레콘키스타에 등장하는 소재들은 전부 하나의 '주제'를 위한 요소가 아닌가 싶습니다.
간단한 예로 주인공(중의 한 명)은 9년 전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고 다른 여성에게 관심을 가지려하지 않습니다. 주위 여성을 빨리 공략해야 하는 에로게(...)에 있어 귀찮기 짝이 없는 성격이지만 작품의 주제전달을 위해서는 필요한 설정이였지요.

레콘키스타에 나오는 모든 것이 그렇습니다.
각 등장인물의 과거도, 사람 수 적은 신도시를 잘 표현했던 사운드도, 오컬트적인 요소와 스릴러같은 사건도...
그 자체가 의미를 지니기보단 엔딩, -즉 하나의 주제를 이야기하기 위한 소재로서 존재하고 있습니다.
'죽음'과 '사랑'에 관한 테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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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츤츤→겉으로는 츤츤, 속으로는 데레데레→완전히 데레데레' 라는 완전한 공식을 지닌 시이네같은 캐릭터나 게임 본연의 재미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레콘키스타는 이거 하나를 위한 게임이였다고 생각합니다. 마호코 엔딩에서 느꼈던 충격과 시이네 엔딩에 혼이 빠졌던 기억들을 떠올려보면 분명 좋았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다만 그런 점을 재서라도 어쩔 수 없었던 큰 단점이 있습니다.
가장 속이 쓰라렸던 것은 도무지 감정이입이 힘들다는 거죠.

여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로 등장인물의 사고패턴을 이해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처음에는 그냥 사고방식이 틀린가 보지, 해서 어떻게든 행동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무리였습니다. 혹시 내가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있나 고민도 해봤지만 결국엔 그냥 주인공이 이상한 녀석이라는 결론을 내렸지요. 잘못내린 결론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네.(...)

둘째로 우연이 너무 심했습니다. '복권에 당첨됐다'는 우연은 인정해줄 수 있지만 '태평양에 던진 콜라병을 10년후 한강에서 줏었다'는 우연은 이야기의 흐름을 망치고 감정이입을 크게 방해하지요. 사소한 부분도 아닌 중요한 접점이 이런 식으로 처리될 수는 없는겁니다.

위와같은 우연은 몇번 안 나오고 지루함이나 이해불가도 후반에 갈수록 줄어드니 다행이네요.



레콘키스타에 관한 다른 글들을 살펴보니 하나같이 '엔딩이 좋았다'고 합니다.
게임의 재미를 놔두고 엔딩만 좋아서 뭐하냐, 는 식의 생각도 해보지만...
그 이전에 '재미'라는 것이 무얼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스탭롤이 올라가기 직전, 흘러나오는 음악과 두 사람의 마지막 대사가 아직도 선명히 떠오릅니다.
─────────────────────────────────────────────────
 

"엔딩이 아주 끝내줘요."


"엔딩이요? 멋진가보죠?"  "예에, 아주 많이요."

"어느정도로 멋진가요?"

"음... 정확히 게임을 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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