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이 게임에 대한 소식을 듣고 흥미가 가서 중고로 하나 구매했습니다.

한 2주일 붙잡고 있었네요.


이 게임에 대하여 간략하게 표현하자면...


어제는 조카를 사지로 보내 죽였다!

오늘은 친누나를 사지로 보내 죽인다!

내일은 친동생을 사지로 보내 죽일거다!!


...입니다.



어느 날, 평화로운 마계(...)에 트릴리온이란 괴물이 나타나고

그 강대함에 대마왕조차 이기질 못하고 목숨만 건져 도망치죠.

그런 트릴리온을 쓰러뜨리고 마계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히로인들을 훈련시켜 트릴리온과 싸워야 합니다.


문제는 트릴리온이 너무 강한 나머지, 사실상 히로인들이 이기긴 힘들고, 몇 명의 희생이 필수불가결이란 점.

첫번째 히로인이 죽으면, 그녀가 남긴 대미지와 특수능력을 이어받아 다음 히로인이 나가 싸웁니다.

트릴리온의 1조 HP를 다 깎는 순간까지.


사실 전 RPG게임 같은 것을 하다보면 이런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주인공 일행은 허구한날 필드에서 잡몹을 사냥하죠.

혼자서 수백, 수천을 죽입니다.

이걸 잡몹의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요? 수백, 수천이 덤벼들어도 죽지않는 주인공.

괴물이 따로 없죠.

이건 너무 불합리하지 않은가. 그저 주인공이란 이유로 엑스트라 잡몹을 혼자서 쉬지않고 학살합니다.

게임이니깐 다소 어쩔 수 없지만요, 때로는 반대로 주인공 일행이 압도적인 힘을 가진 괴물에게 계속 도전하는 게임이 있어도 좋지 않을까, 싶었죠.


이 게임이 그런 게임입니다.

그래서 재밌었나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ㅅㅋㅋㅋ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나름 재밌게 즐겼지만 스트레스는 확실하게 받더군요.

히로인들이 다 목숨을 버리며 꼴아박아도 죽지 않는 적을 보면서 낄낄 웃는 것도 한 두번이여야지.

이 히로인들이 허세는 존나 세서 "나는 반드시 이길거야, 두고 봐!" 이러는데

솔직히 양성 시작하는 시점에서 '아, 이 년도 글렀구나' 하는 감이 확 옵니다. 하다보면.

어차피 싸워도 이기지 못하고 죽을 히로인을 키워나가는 것도 괴롭더군요.


게다가 이 게임, 마계에 마왕인데 굉장히 착하고 건전한 면이 많아서 말이죠.

히로인들도 하나같이 착한 아이들이고, 무엇보다 주인공인 대마왕이 선하디 선한 친구입니다.

그래서 감정이입이나 정들기 쉽고, 그래서 더욱 죽는게 허무하고 안타깝죠.


캐릭터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캐릭터는 식상하면서도 잘 만든 수준입니다.

특히 주인공인 대마왕 제아볼로스가 대단하죠.

특이한 설정이나 중2병스런 부분이 전혀 없는데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뭐가 매력적이냐 하면, 울때 울어주고, 화낼 때 화내주는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네요.

당연한 것일지 모르지만 이게 잘 안되는 주인공 캐릭터들이 많다보니.

슬픈 장면인데 감정이입에 실패하거나, 너무 슬퍼해서 되려 보는 사람이 짜증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게임의 주인공은 웃을 때 웃고, 슬플 때 슬퍼하고, 화낼 때 화내고, 둔감할 때 둔감해 합니다.

이런 부분에서 균형을 잘 맞춰서 좋은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점이 놀랍네요.


그 외에 히로인들은 하나같이 다 착한 애들입니다.

다만 히로인들이 조카가 둘, 친누나가 하나, 친동생이 하나, 사촌동생이 둘, 소꼽친구가 하나...

생판 남은 한 명 뿐이네요.

그래서 결국 엔딩을 보면 조카나 친누나랑 이어지거나 그럽니다. 오호홍...

가장 인상적이었던게 조카인 루셰인데, 언제나 오만한 태도의 로리로 작은 아빠 앞에서 늘 츤츤데다가

엔딩에서 멋진 아가씨로 성장하면서 주인공을 보고 "얼릉 나이 들어서 주름이 더 늘면 좋을텐데, 그래야 다른 여자들이 당신을 안 보고 나만 보게 되잖아." 같은 소리를 하네요.



하지만 제가 제일 좋아했던 히로인은 생판 남이었던 파우스트.

성우가 히카사 요코라서... 가 아니라 쿨 계열이 점점 데레해지는게 좋더군요.ㅋ

엔딩에서 결혼식 장면이 나오는데 웨딩드레스 차림이 나오는데 보고 좀 웃겼습니다.

진짜 결혼하듯이 머리가 과하게 정돈해서...(한쪽에 가르마를 줘서 이마를 드러낸 스타일) 

보통 2D에서 결혼식이라 하면 원래 캐릭터에 웨딩드레스만 입혀놓곤 하는데, 준비 잔뜩하고 웨딩드레스 입었다~ 라는 느낌이 팍 들어서 인상적이었네요.


게임성은 그냥 그랬습니다. 적당히 할 만 했어요.

다만 트릴리온 마지막 형태가 너무 강해서 토가 나올 뻔 했다는 건 큰 문제라고 봅니다.

그거 빼고는 가벼운 게임. 좀 지겨운 면도 있던 게임이지만 아까 말한 캐릭터나 스토리가 적당히 볼만해서 좋았습니다.


요즘 칭송받는자3도 그렇고, 콘솔게임 다시 하고나니 재밌네요.

다음 번엔 무슨 게임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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