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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리치 왕의 분노' 에서 마침내 리치 왕 아서스가 죽었습니다.
스토리 상으로 이젠 돌아올 수 없는 영웅이 되었군요. 아쉽고 허전한 감이 큽니다.


아서스 메네실은 게임계 사상 가장 유명한 폐륜아(...)이자 가장 완벽한 안티 히어로였습니다.
워크래프트3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확장팩에서도 주연을 맡아 워크래프트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줬지요.
워크래프트 세계관에서 제일 유명한 영웅이 바로 그일겁니다.

그래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는 온라인 게임에서 그가 최후를 맞이한다는 것은 팬들에게 그다지 달갑지 않은 이야기일 겁니다. 아서스가 라스트 보스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죽는다는 소식에 기뻐하는 팬들은 적었고 대다수가 아쉬워 했지요. 아서스의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되어야 한다는 데에 반론은 없지만, 모두의 사랑을 받는 영웅에 걸맞는 최고의 이야기를 기대했기 때문이겠죠.
온라인 게임에서 맞이한 죽음이 나빴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모두가 박수치며 극찬할 만한 최후는 아니었습니다.─그만큼 아서스의 존재는 워크래프트에서 컸습니다.


아서스는 로데론의 왕자로 태어나, 정의를 신봉하는 성기사가 되어
자신의 왕국을 지키기위해 언데드들과 맞서 싸우다 악마의 검, 서리한을 집고 타락.
국왕인 아버지와 스승을 비롯해 수많은 인간들을 살해하고 왕이 되었지요.
(↑게임계 역사에 획을 그은 폐륜적인 장면이 여기서 나왔음)

그 후 리치 왕의 부름을 받아 머나먼 노스렌드로 여행을 떠났고, 수많은 시련을 거쳐
마침내 리치 왕이 있는 '얼어붙은 왕좌' 에 도착, 리치 왕과 합체하여 새로운 리치 왕이 되었지요.
여기까지가 워크래프트3 확장팩 스토리.

그리고 그 후가, 그가 라스트 보스로 나오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리치 왕의 분노 입니다.


이 점을 살짝 용서할 수 없는 것이, 아서스를 이런 악역으로 돌려버리기엔 그는 너무 멋진 영웅이었다는 겁니다.
어디가 멋졌냐고요? 그는 악당일지언정 영웅이 거쳐야할 모든 길을 걸었습니다.

고귀한 혈통으로 태어나,
여러모로 비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말가니스와의 목숨을 건 처절한 싸움,
서리한을 손에 넣고 싸움에서 승리,
다시 (라이벌)일리단에 의한 위기,
켈투자드와 아눕아랍과 같은 조력자의 도움을 얻어,
마침내 최종 승리.

...라는 단계를 밟고 있습니다.
예, 아서스는 영웅이었고 워3의 주인공이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아눕아랍의 도움을 받아 아줄네룹의 지하통로를 거쳐 얼어붙은 왕좌에 도달하는 장면이었죠. 이 부분은 주인공이 아니면 절대 해낼 수 없는 연출이었고, 그만의 카타르시스가 존재했습니다.
플레이어가 그 후레자식에게 감정이입이 된 상태에서 워3는 끝났고, 그 감각은 와우에까지 이어졌습니다.

'우리의 주인공' 인 상태에서 아서스는 바로 라스트 보스가 된 셈인데... 이게 썩 만족스럽지 못했지요.
잔뜩 폼을 부리고 있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것처럼 묘사됐습니다.
처음 리치 왕을 봤을 때의 감동이나 두려움이 조금이나마 있었지만, 나중에는 그런 것도 없었네요.
캐릭터성이 너무 약해진 것이 한없는 아쉬움입니다. 아서스의 마지막은 그런저럭 괜찮다는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본래 캐릭터를 살리지 못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워3를 플레이했던 감동이 있기에 와우를 했습니다.
그 감동의 30%는 쓰랄, 20%는 일리단, 50%는 아서스가 차지하고 있었죠.(개인 기준)
그런데 와우의 세계관은 스토리를 따라가기 보단 게임성을 따라갔습니다. '이러면 더 재밌겠다' 하는 생각에 해서는 안될 일까지 저질러 버렸죠. 나엘 마법사라던가, 나엘 마법사라던가, 나엘 마법사라던가.
게임은 재밌게 하고 있지만, 여기에 대해선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이 사람은 아직도 기억합니다. 워크래프트3 확장팩 엔딩에서 아서스가 리치 왕이 되는 장면을 본 감동을 말이죠.
아서스가 눈꺼플을 부들부들 떨다가 눈을 떴을 때, 리치 왕이 되었다는 신호로 푸른 불길이 일었던 것을 보고 감탄했었습니다. 그 후에 왕좌에 앉은 아서스의 모습은, 수 년이 지난 지금도 이 사람의 마음 속에 판타지 최고의 명장면으로 손꼽히고 있지요.


워크래프트3; 얼어붙은 왕좌 엔딩



아서스의 죽음이 온라인 상에서 게이머들의 분신에 의해 이루어 졌다는 것은
신화가 현실이 되어 다가왔다는 느낌일까요.
블리자드의 말마따라 아무리 멋진 이야기도 마무리가 있어야 합니다.
아서스는 이렇게 끝났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플레이어들의 손에 의해.
마지막이 이벤트성 전투라는 것이 그나마 맘에 드네요.

아래는 리치 왕의 분노 마지막 엔딩. 예, 엔딩있는 온라인 게임입니다.
초반의 40초만이라도 보세요. 워3 휴먼 엔딩을 아는 사람은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리치 왕의 몰락─반면 이번 이야기로 티리온 폴드링, 이 아저씨는 완전 급부상했습니다.
처음에 얼음에 갇혀서 뭐하나 싶었더니 마침내 성검 '파멸의 인도자' 로 서리한을 박☆살!
스토리 상으론 티리온이 아서스를 물리친 것이 되었네요.
이 늙은이, 죽음의 기사 이벤트 때부터 알아봤어. 덕분에 이 사람이 성기사를 하고, 덕분에 지금 천민.
티리온 폴드링에 대한 이야기는 전에 한 적이 있죠.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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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40시절과 요즘 시절


이 사람이 키우는 캐릭터입니다. 성기사가 너무 천민이라 뭐라 말할 수 없군요.
능력이 좋아서 많이들 한다고 생각하렵니다. 확실히 나쁘지 않고.

아직 아서스를 잡기는 커녕 근처도 못 가봤지만, 대격변 이전에는 잡게 되겠죠, 뭐.
아서스가 직접 다운되는 감상은 그때나 느껴보겠군요.

ps. 아서스가 뛰어난 캐릭터였던 또 하나의 이유는, 그가 본래 빛의 신봉자였다는 점.
'타락' 이라는 키워드를 자주 써먹는 블리자드지만, 아서스의 타락은 그야말로 훌륭했습니다.
빛을 신봉→악을 증오함→악에 대한 복수를 실행→증오! 복수! 증오! 복수!→어라? 뭔가 잊어버린거 없나?→아, 양심이 없다는 게 이렇게 상쾌할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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