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러브 코미디 붐이 왔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새 다양한 러브 코미디 작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군요.


'우리는 공부를 못해' 라던가 '5등분의 신부',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 도 인기에 애니화도 되고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우자키 양', '나가토로 양' 같은 옴니버스 식 만화도 화제를 몰고 있습니다.


이런 러브 코미디 붐 속에서 최근 굉장히 인상깊게 읽은 만화가 있습니다.






내 마음의 위험한 녀석. 

이 만화는 트위터에서 자주 단편이 올라와서 많이 봤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본편을 본 적이 없어서 무슨 내용인지는 몰랐었죠.


트위터에 올라온 단편들은 주로 주인공과 히로인이 꽁냥거리는 내용이였습니다.

히로인이 적극적인 태도이길래 이것도 타카기 양 같이 히로인이 남성을 리드하는 류의 옴니버스식 연애물인가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본편을 읽어보니 완전히 다르더군요. 다른 러브 코미디와 차별되는 독특한 만화였습니다.



주인공은 흔하디 흔한 음침계 중2병 중학생



'내 마음의 위험한 녀석'(이하 내마위)은 설정 상 특별한 점이 없습니다.


개성적인 히로인이 잔뜩 나와 히로인 쟁탈전을 벌이지도 않고,

판타지나 SF적인 설정도 없고,

특별한 부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주인공과 히로인 이외에 비중있는 조연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주인공과 히로인이 매번 작품의 메인 소재라 할 수 있는 뭔가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캐릭터 개성에 특별한 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주인공인 이치카와는 음침계 중2병에 찌들었고 히로인인 야마다는 미인에 살짝 4차원끼가 있죠.

중요한 점은 그런 개성이 확 눈에 띈다기 보단 도리어 현실에 있을 법하다고 느껴지게 만든다는 겁니다.



야마다는 '학교에 과자를 가져와 먹는 것' 정도가 특이해 보이는 히로인



작중 에피소드 전개도 특별한 게 아닙니다.

야마다가 이치카와에게 커터칼을 빌린다던가, 패스트푸드 점에 갔다가 우연히 만났다던가 같은 사소한 이야기.

우연적 요소가 적고 흔한 일상같은 에피소드가 진행되죠.


이 만화는 특별한 설정이나 소재에 기대지 않고 담담하면서 정중하게 중학생의 첫사랑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중딩, 어른은 아니지만 어린애도 아닌 사춘기. 그 존재 자체를 특별하게 보고 중학생만이 할 수 있는 생각과 행동,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보여줍니다.


이치카와는 야마다를 좋아하지만 처음으로 느낀 연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걸 특유의 음침계 중2병 망상과 결부시킵니다. 야마다는 이치카와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이치카와의 배려와 다정함에 끌리기 시작합니다.


첫사랑이기에 자기 감정의 정체도 몰랐고, 그것을 뒤늦게 깨달았어도 어떻게 행동해야 좋을지 모르는 중딩들.

대화도 나눠본 적 없는 두 사람이 조금씩 거리가 좁혀가는 과정과 그에 따른 감정의 변화가 손에 잡힐듯이 분명하게 표현되는 만화입니다.



만화를 여러 번 되풀이 해 읽으면서 다른 러브 코미디에 비해 이 만화가 왜 와닿았는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특별한 설정은 없지만 그래서 현실감이 있었지요.

비중은 엑스트라 수준에 불과하지만 주변 인물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 같은 생동감을 보여주고요.

배경과 소품들의 디테일은 파면 팔수록 깜짝 놀랄 수준이지요.

우연이 없는 전개와 이런 생생한 묘사들이 작품에 대한 감정이입을 매우 간단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내마위를 읽고 충격을 받을 만큼 재밌어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비슷한 느낌을 받은 팬들이 많던데 다들 감정이입이 쉽게 되었던 모양입니다.



─여하튼 아주 재밌게 봤습니다.

게임을 하든, 애니를 보든, 책을 보든 뭘 하던간에 가슴이 설레는 뭔가를 접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입니다.

그것 깨닫게 해주는 만화였네요.


요즘 엔간하면 감상은 트위터에 올리고 마는데 굳이 블로그에 적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포스팅했습니다.

이것도 하나의 감상 기준점이 되는거 같네요. 블로그에 쓰고 싶을 정도로 좋았는가? 같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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