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마스,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각 캐릭터 메인 위주로 나갈 때는 그냥저냥 보고 있었는데 20화 치하야 갈등이 풀린 이후로 아주 재밌네요.
캐릭터가 많아서 홀대받는 캐릭터도 있는 모양이지만, 
이 사람으로선 드물게 메이저한 인기를 가진 캐릭터를 좋아하는 작품이라.
(하지만 정말 좋아하는건 DS트리오...)


─그나저나 다음 화(23화) 예고에서 어두운 표정의 하루카가 나와서 큰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각하가 나올 것이냐, 미키와 P를 두고 수라장을 벌일 것이냐 로 말이 많네요. 기대가 큽니다.

그런데 저 표정을 보니 이 사람은 씁쓸했던 옛 추억이 떠오르는군요.
이 사람에겐... 하루카에게 굉장히 미안한 감정이 있습니다. 두어 번 살짝 얘기했던거 같은데...



─때는 바야흐로 2009년 여름.
마침내 엑박360을 손에 넣고 아이마스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었던 그 날.

처음 플레이할 때, 첫 아이돌로 누구를 키울까 고민을 했더랬죠.
당시 치하야를 무척 좋아했는데, 치하야는 고난이도라고 해서 처음은 시험삼아 스탠다드한 하루카를 키우기로 했습니다.

하루카는 기대대로 까다롭지 않은 아이였습니다. 시키는 대로 잘 따라오고, 긍정적인 마인드라 멘탈관리도 쉽고...
이 사람은 프로듀서로서 열심히 하루카를 훈련시켰죠. 목표는 톱 아이돌!


─아이마스는 쉬운 편이지만 처음 플레이시에는 왼쪽 오른쪽도 모르는 상황이기에 잘 키우기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이 사람은 일단 닥치는대로 훈련을 시켜서 능력치를 올리고, 간간히 오디션을 봐서 팬 수를 조금씩 늘려 나갔습니다.

이 과정을 52주에 걸쳐서 해야하는데, 이게 굉장히 지루하단 말이죠.
그래서 '아이마스 해봤는데 뭐가 재밌는지 모르겠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십분 이해합니다.

저도 하루카 키우다가 좀 지루한 감이 많아서 후반엔 대충대충.
결국 52주는 순식간에 지나가고 하루카는 '팔리지 않는 아이돌' 로서 활동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뭐, 여기까지는 예상했던 대로...


─문제는 라스트 콘서트에서 일어났습니다.
은퇴 기념으로 팬들을 위해 마지막 콘서트를 하기로 했지요. 무대는 무도관!

거기서 하루카는 처음 데뷔시 입었던 복장을 하고, 가장 인기있던 노래(태양의 젤러시)를 부르도록 시켰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라이브. 지금까지 노력해온 성과를 확인하는 이 때.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다 보면, 간혹 실수해서 넘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건 뭐의 영향인지 잘 모르겠는데...
마지막 라이브에서는 그것이 '룰렛' 을 통해 결정이 됩니다.
즉, 룰렛을 돌려서 Good이 나오면 성공, Bad가 나오면 실수로 넘어짐.

그런데 여기서 Good과 Bad의 비율이... 지금까지 프로듀서와 아이돌이 쌓아온 추억으로 결정(추정)되는 것 같단 말이죠.

...
......
...........

휴식은 고사하고 매일매일 톱 아이돌을 향해 보이스 트레이닝(당시에 노래 잘 부르는 아이돌이 제일 잘 팔렸음)만
시켰던 터라 하루카와 이 사람 사이엔 추억따윈 존재하지 않았고(...)
룰렛은 거의 Bad 일색. 룰렛이 나올 때마다 하루카는 라이브 중 콰당, 하고 넘어지는 것이였습니다.

은퇴 기념. 최후의 라이브에서.
바닥을 거의 기다시피 하며 마지막 곡을 부르는 하루카를 보면서 이 사람은 통한의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마치 하루카가 이 사람을 향해 "프로듀서 상~ 추억이 부족해요!!" 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든 룰렛을 잘 굴려보려고 노력했지만 Good 비율이 지나치게 낮아서리.

결국 하루카는 팬들의 야유 속에서 마지막 콘서트를 엉망으로 끝났지요.
그리고 씁쓸한 배드 엔딩.


─그 마지막이 너무 가슴 아팠고, 하루카에게 미안한 생각만으로 가득 했습니다.
내가 좀더 유도리있게 하루카를 훈련시켰다면, 좀더 많이 영업도 뛰고, 휴식시간을 보냈다면,
매일매일 '톱 아이돌' 을 외치며 훈련시키지만 않았어도!!!! ...참 트라우마입니다.

그 후에 미키를 키웠는데 매일 훈련시키지 않아도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이벤트 볼거 다 보면서 잘 키울 수 있더군요.
쳇.



─게임 하기 전에는 하루카는 그냥 '개성없는 도짓코' 라는 인상이였지만
이런 식으로 이 사람에겐 좀 특별한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사람은 관계(?)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법이죠.

저렇게 착한 아이가 못난 프로듀서를 만나 고생만 했습니다... 그러니 응원해주고 싶은 기분이 들어도 이상하지 않겠죠.
힘내라, 하루카!!! 미키에게 지지 마!!!!!!!!!

가끔 보면 애니마스에서 하루카 이마가 넓어 보이는 경우가 많아서 은근히 걱정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팬들 사이에서 탈모 의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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