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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리의 호소카와 시게키 ☆★


가면라이더 히비키는 2005년도에 방영한 가면라이더 시리즈입니다.
방영할 당시의 기억을 되살려 보면, 처음 히비키라는 신 시리즈의 소식을 듣고 상당히 못미더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전의 시리즈와는 너무 틀린 디자인과 설정이 사람 당혹스럽게 만들기 딱 좋았기 때문인데, 이런저런 홍보 덕분에 방영 전에 어떻게든 '볼만 할지도...'하는 심정까지 넘어올 수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이전 작품인 가면라이더 블레이드를 너무 재미있게 본 직후라 계속되는 흥분상태 속에서 기대가 점점 생겼습니다. 마침 PD도 쿠우가를 맡았던 그 PD라는 믿음직스런 정보도...

그 날의 기억을 되새겨보면, 결국 히비키가 망한 데에는 정말 '비운'이라고 밖에 말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가면라이더 히비키가 특이했던 점은 '거대한 요괴와 싸운다' 라던가 '음격으로 적을 물리친다' 같은 설정도 있지만 무엇보다 스타일에 있습니다. 히비키는 특촬물로서 이야기의 초점을 적과의 싸움이 아니라, 사람들을 구하는 히어로들의 드라마에 맞춰져 있지요. 어떤 적과 어떻게 싸우냐 보다는 히어로들의 평범한, 혹은 특별한 이야기가 주요한 흐름입니다. 쿠우가와 마찬가지로 2화씩 하나의 얘기를 다루고 있는데, 전투가 중심이 아닌지라 흥미진진한 진행은 볼 수 없어도 시나리오 하나하나의 완성도는 꽤 높은 편이였습니다.

처음 등장할 때부터 완성된 히어로인 히비키. 30대 중견의 배우, 호소카와 시게키가 연기한 히비키는 잘생긴 마스크와 여유로운 모습, 친근한 이미지로 작품 내에서나 외에서나 평판이 아주 좋았습니다.(친숙한 이미지가 성룡을 닮았다고도) 강할대로 강하고, 정신적으로도 성숙한 히비키와, 우연히 그를 만난 소년 아다치 아스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주로 힘든 일상(...)에 고민하는 소년 아스무를 히비키가 이리저리 이끌어주는 식인데, 꽤 좋은 구도라 생각합니다.

설정상 자주 나타나는 자연풍경은 확실히 도시배경보다는 좋았고, 음악도 좋아서 한참 귀에 계속 맴돌았습니다.
등장인물들은 히비키를 포함, 멋진 아저씨들이 많아서 정말 좋았고(아마 히비키 최고의 장점이 아닐까 싶네요) 여성진은 모치다나 아키라같은 미소녀가 등장하여 즐겁게 해주었지요. 아스무도 미소년이 될 수 있었건만 얼굴 찌푸리는 장면이 맘에 안드는데 왜이리 자주 나오던지...


작품 성격상 열광하며 보던 것은 아니지만 위와같은 이유로 즐거이 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히비키는 30화 이후의 전개 탓에 '망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지요.

잘 나가다 그냥 망했을 리는 없고, '흥행 부족에 따른 각본가 교체' 라는 사건이 터진 덕분이죠.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관련상품의 판매부진을 이유로 각본가가 교체되었고, 다른 각본가가 손을 댄 히비키는 망가지기 시작합니다. 기본 설정이 변하는 것도 그렇지만, 분위기가 180도 바뀌어 전투 중심의 스토리가 진행되기 시작했고, 작품에 탄력을 붙인다는 소위 '미움받는 등장인물' 이 나와 판을 엎었습니다. 완전히 바뀐 분위기에 기존의 등장인물들도 성격이 개조되다 보니(...)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이 괴로워 했다는 듯. 단순히 이전과 괴리감이 느껴지는 수준이 아니라 갈 길을 잃고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그들의 이야기' 였던 가면라이더 히비키가 '그들 만의 이야기' 가 되어버린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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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히비키라는 캐릭터만은 이후에도 줄곧 좋았습니다. 히비키가 나오는 장면만은 다 좋았죠.
망가져버린 후반부에서 좋았던 부분은 히비키가 나오는 장면뿐이였습니다.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높았던 것인지, 호소카와 시게키가 연기한 히비키는 이후로도 멋진 모습을 보여줬지요. 더없이 친숙한 모습으로 동경의 대상이 되어주었던 히비키. 파이즈보다 허접한 마무리로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던 마지막 화에서 조차 멋있었던 히비키의 모습을 떠올리면, 가면라이더 히비키는 정말 '승리의 호소카와 시게키' 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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