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의 글은 특정 집단에 대한 비난, 혹은 비아냥의 의도가 없음을 밝혀둡니다.
NARUTO의 연재분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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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관심을 갖고 보는 소년만화가 몇가지인가 있다.
그 중 원피스처럼 연재 시작부터 봐왔으면서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 작품이 있는 반면,
착실하게 끝을 향해 달려가는 작품들도 있다.
우선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작품인 NARUTO를 보면 마무리의 형태가 대충 잡혀가는 것을 느낀다.
NARUTO는 지금 바야흐로, 최고의 클라이막스를 맞이하고 있다.


'질풍전'이라 불리는 2부에 들어와서 NARUTO는 이런저런 소리를 많이 들어왔지만,
최근에 들어 1부에 못지않는 전개와 소년만화 역사상 길이남을 명장면을 보여줌으로서,
'NARUTO의 가장 큰 전성기는 과거 그 어느 때가 아니라 지금 현재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들게 해 준다.
무엇보다 연재초부터 가장 큰 기대였던 '사스케 vs 이타치'가 부족함없이 잘 풀어져서 작품내적으로 좋은 결과를 냈다고 본다.

하지만 작품외적으로 이 '사스케 vs 이타치'는 생각치도 못한 볼거리를 제공해 줬으니...
그 일화(?)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NARUTO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나뭇잎 마을의 닌자, 우치하 사스케는 어려서 가족과 일족을 친형인 우치하 이타치에게 살해당한 경험이 있다.
존경하던 형이였기에 그 증오가 더욱 강했던 사스케는 인생의 목표를 형에 대한 복수로 잡고 살아왔다.
나뭇잎 마을의 닌자로 살아가면서 동료들과의 우정을 알게 된 사스케. 하지만 우정의 유대보다 형에대한 증오의 유대가 더 강함을 깨달은 사스케는 복수를 위해 동료들을 버리고 탈주닌자가 된다.

가족을 다 죽이면서 동생만은 살려둔 이타치.
냉철하고 침착한 모습의 그이기에 가족을 살해한 의도를 알 수가 없고, 사스케는 그저 형에대한 무조건적인 증오만을 품은 채, 복수의 날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이타치와 대면한 사스케.
싸움이 있기 전, 모든 증오에 앞서 왜 가족을 죽이고 자신만을 살려뒀는가 하는 질문을 형에게 던진다.
이에 이타치는 우치하 일족에 관한 옛 이야기를 들려주며, 자신의 눈이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음을 설명해 준다.
그리고... 그 빛은 친동생의 눈을 강탈함으로서 다시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즉, 이타치는 동생이 자신에게 복수하기 위해 동술(瞳術)을 강화시켜 오기만을 기다렸고,
자신은 동생을 죽이고 그 눈을 빼았을 생각이였던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스케!! 너는 나의 새로운 빛이다!]


사스케와 이타치의 이야기는 대충 위와 같다.

이 대목이 더없이 재밌어지는 이유는 NARUTO의 팬들이 대부분 사스케와 이타치를 좋아한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특히 동인녀들에게 있어 사스케와 이타치는 결코 싸워서는 안되는 '아름다운 형제'이며,
가족을 살해한 이타치도 '어쩔 수 없는 선역'였던 점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나는 옛날에 코믹월드에서 틀어주던 영상을 잠깐 구경한 적이 있다.
거기서 '강철의 연금술사'의 그 대령이 나온 순간이 있었는데, 당시 그 자리의 수많은 여성들의 환호성을 듣고 놀란 일이 있다. 여성들의 그 사랑은 결코 가벼이 여길것이 아니며, 그중에서 간혹 '극렬'한 이들도 찾아볼 수 있다. 그것이 나쁘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이런 사실을 이해한다면 이타치의 이야기가 NARUTO의 팬들에게 얼마나 큰 파문을 일으켰는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타치는 틀림없이 선역일꺼야'하고 믿어 의심치않던 이들에게 있어,
위 장면은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 자체였던 것이다.(...)


글쎄... 선역이기 때문에 그 캐릭터를 좋아했는지,
아니면 좋아하는 캐릭터가 선역이였는지. 나로선 이렇게밖에 구분을 못 짓겠지만...
만약 이타치가 개인의 존재를 떠나 '사스케와 이타치'로서 동인녀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면
사스케와 강렬히 대립되는 존재로서의 이타치는 문제되는 것일지 모르겠다.
(오로치마루가 엄청나게 미움받는 것도 생각하면... 그런데 오로치마루를 왜이리 싫어하는 거야?(웃음))

또 다시 생각해보면 이건 팬들의 반응에 대한 작가의 피드백일지 모르겠다.
작가가 팬들의 반응을 살피는 것은 분명하고 이타치에 대한 지대한 관심 역시 전해졌을 것이다.
만약 기시모토 마사시 선생이 이타치에 대한 그런 관심을 이용하여 작품에 탄력을 붙이려고 했던 것이라면...
놀랍다는 말 이외에 다른 할 말이 없다.


여하튼 그렇게 시작된 사스케 vs 이타치.
만화 속과 더불어 바깥에서도 치열한 싸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만화에 담긴 작가의 의중을 알아내려는 팬들의 싸움이...

어디까지나 이타치가 선역이길 바라는 이들은 몇몇 장면을 들어 '이것은 이타치가 선역임을 암시하는 장면이다'라고 주장하였다.(전혀 근거없는 소리는 아니였다) 그리고 싸움에 관해서는 어느 쪽도 응원하지 않으며 둘다 무사히 생존하기를 기원했다.

하지만 작가도 참으로 지독하게 굴었다.
동인녀들이 싫어하는 소재는 분명히 나눠지는데 본 싸움에서 그 소재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등장한 것이다.
그토록 사스케가 다치지 않기를 바랬지만 눈알이 뽑히는 장면도 나오고,
이타치가 좋은 녀석이길 바랬지만 중간에 조금도 그런 낌새는 보여주지 않고(게다가 죽어버리고),
거기다 나올 일이 없는 오로치마루도 등장했다. 솔직히 이 대목에서 폭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작가의 펜이 휘둘러짐에 따라 팬들의 아우성이 울려퍼졌던 것이다.
이야말로 근래에 봤던 최고의 볼거리였다.


바로 이번 주에, 사스케와 이타치의 싸움이 끝났다.
다행히 작가는 '소년만화'답게 끝을 맺을 모양이지만, 정말 한순간은 정신이 나가지 않았나 의심될 정도로 화려하게 활약하였다. 실제 작가의 의도같은 것은 불확실한 것이지만, 일어난 현상은 분명했다. 인터넷에서 동인녀들의 반응을 살펴보다 작금의 사태가 너무 재밌어서 한번 소개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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