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 문방구는 우리가 초딩이었던 시절부터 오랫동안 신세를 져온 문방구입니다. 거의 얼마 전까지 건재했는데 최근 문을 닫았죠.
친구A: 원래 학교 앞 문방구들은 망할 일이 없지만... 요즘은 학교에서 준비물을 다 나눠준다고 하더라.
나: 엉? 그래? 우리 때는 필요한 것이 있으면 문방구에서 다 샀잖아.
친구A: 그러게. 학생들 입장에선 편리해진 셈이지만, 문방구 입장에선 큰 돈 줄을 잃은거지.
친구B: 사실 피노키오 문방구도 학용품 잘 안팔리고 사실상 유희왕 카드 팔면서 연명했었지.
아닌게 아니라 그 문방구는 유희왕 카드를 사는 학생들로 바글거렸죠. 근처에 버려진 카드들이 엄청 많았다능;;
친구A: 우리가 옛날에 유희왕 할 때 그런 애들을 찾아다니며 카드 교환하고 그랬어. "있잖아, 번개랑 게이트 가디언이랑 바꾸지 않을래?" 하고 말야.(낄낄)
나: 응... ....엉? 번개는 금지 카드 아냐? 그걸 게이트 가디언이랑 바꿔?
친구A: 응. 지금은 안 그렇지만 예전에 유희왕이 국내에 막 들어왔을 때, 레어 카드가 들어있는 부스터팩 상자는 뭔가 포장이 달랐어. 아마 제작공정에서 레어 카드가 들어있는 상자랑 일반 상자가 다른 라인으로 생산되어서 그랬던거 같은데, 여하튼 그래서 부스터팩 상자를 잘 살펴보면 어떤 상자에 레어 카드가 들어있는지 알 수 있었지. 그래서 나랑 B는 동네 문방구를 돌면서 이상한 포장을 발견하면 "이걸 놓칠 순 없지!!" 하면서 죄다 싹쓸이 해갔어. 그 와중에 번개만 넘쳐나서.
친구B: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동네 꼬마들은 일반 부스터를 뜯으며 "난 레어가 한 장도 안 나와. 잉잉.." 거렸지.
나: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잔인한 놈들이ㅋㅋㅋㅋㅋㅋ
10년 넘게 지나서 밝혀지는 동네 레어 헌터들의 비화였습니다.ㄷㄷㄷ
참고로 친구A와 B는 유희왕계에서 꽤나 유명한 놈들. 특히 배드럭(A)이란 아이디는 전설 취급 받아 준다고...
─여러분의 최고 영광의 시기는 언제였나요? 전 지금... 이 아니라, 역시 학창시절이었던거 같습니다. 한 건 아무것도 없지만.
─만화에 나오는 청춘들처럼 스포츠나 연애나 다른 뭔가에 몰두하지 않고 그냥 보냈던 시간들이었지만 그래도 즐거운 시기였습니다. 특히 중학교 2학년 때가 즐거웠지요. 언제나 놀 수 있는 친구들이 있었고 세상은 늘 새로운 것들로 가득 차 있었고 게임은 한없이 즐거웠지요. 특히 중2 때에 비트매니아가 나와서 학교에서 애들이 학교 컴퓨터로 쉬는 시간에 비트매니아 게임을 하던 추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지금처럼 온갖 종류의 게임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없었고, 집에는 아직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아서 애니를 볼 수도 없었고, 콘솔 게임기는 게임잡지 안에만 있는 물건이었고, 컴퓨터 게임을 사기 위해 용산을 방문해야 했죠. 그즈음 인기를 끌기 시작한 피씨방에 가서 다른 사람들이 스타에 열중하고 있을 때, 저와 친구들은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하며 매일을 보냈습니다. 지금이라면 몇 판하고 질려버릴 게임을 몇 달이고 비슷한 맵을 이용해서 계속 즐겼던 겁니다.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텔레토비 개그 같은 유치개그를 하며 낄낄 거리며 놀았고, 아직은 좀 덜 히키히키거리던 시기라 밖에서 농구도 하곤 했지요. 그래도 주로 즐기던 것은 게임이었기 때문에, 친구들과 만나서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었습니다.(←이건 지금도 마찬가지) 컴퓨터 게임도, 게임 잡지도 한창 인기를 끌던 시절이라 이것들을 보는 것이 얼마나 즐겁던지. 게임잡지는 아직도 하나 나오고 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2003년을 넘어서면서 서서히 재미가 없어지고 정보지의 역할만 하는 느낌입니다. 내 생일이라고 게임잡지를 선물해주신 외숙모와 그것을 받고 즐거워 했던 그 시절의 저 자신을 생각해보면 참 서글픈 일이지요.
─단순히 시절이 좋아서 그 시기를 절정기라 꼽는 것은 아닙니다. 중2의 저로 말할 것 같으면 그야말로 살아있는 중2병의 화신... 은 고등학교 시절에나 되서 뒤늦게 찾아왔고, 아직은 순수함을 간직했던 소년이었죠. 지금에야 훤칠한 미남이지만 당시에는 성장 중이라 얼굴이 어딘가 울퉁불퉁했고 여드름이 심해서 자신이 없었던 시절입니다. 그래도 장난치길 좋아하고 쉽게 웃고... 학교와 학원을 반복하는 매일이었지만 학교에서나 학원에서나 친구들과 만나 교재에 낚서를 하고 웃곤 했습니다. 학원가기 전에 컴퓨터로 게임을 하고, 학원 쉬는 시간에 동네 오락실에 가서 오락 구경을 하는 등 촌음을 틈타 놀았지요. 만화책도 잔뜩 봤는데, 그 시절부터 매일같이 대여점에서 하루에 한 권씩 빌려 봤습니다. 이 버릇은 고등학교를 지나 대학교, 최근 1년 전까지 계속 됐었었네요.
─중학교 때에 핸드폰이 나왔나 안나왔나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적어도 학생들이 가지고 다니던 시절은 아니었지요. 그래서 토요일, 일요일에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집으로 전화해야 했습니다. 아직도 몇몇 친구들 집전화는 외우고 있네요. 그러나 친구가 집에 없을 때면 혼자 나와 동네를 돌아다녔습니다. 애들 갈 곳이야 뻔했기 때문에 몇몇 포인트를 뒤지면 꼭 거기서 자리잡고 놀고 있었기 때문이죠. 가끔 이렇게 동네를 뒤지는 것이 지겨워서 친구들 위치를 알 수 있는 장치같은 것이 있으면 좋다고 생각한 적이 몇 번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핸드폰이 나오고, 스마트폰이 나오니 정말 세상 많이 변했죠.
─핸드폰 문화가 발달하면서 서로 편지 주고 받는 문화가 사라졌다고 서글퍼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바보같다고 생각했지요. 문명은 발달했고 그 시절보다 여러모로 편해졌습니다. 대체 편지를 주고받는 맛이 없어서 문명의 이기를 안좋게 보다니, 이처럼 바보같은 소리가 어디있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좀 알 거 같은 느낌이 듭니다.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없다는 말은 그냥 상징성이었죠. 중요한 것은 삶에 여유가 없어졌다는 겁니다. 적어도 그 시절에는, 시절 자체가 좋았던 덕분도 있지만 무엇보다 쫓기지 않는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어제같고, 내일은 오늘같았죠. 하루 하루는 변하지 않지만 언젠간 올 미래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뭔가를 바쁘게 하며 보내도, 설령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려도, 그 시절같은 여유는 되찾을 수 없는거 같습니다. 나이를 먹었고, 아무것도 안하고 있어도 시간이 날 쫓아오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 전환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예전에는 내가 시간을 쫓아가고 있었지요. 마음의 여유가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여유로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여유로와도 그 여유가 얼만큼 남았는지나 재고 있죠.
─세상은 더이상 새롭지 않고 모든 것이 구태의연하기만 합니다. 놀라웠던 경험도 익숙해지고 나면 당연한 것이 되죠. 그것이 반복되면서 새로운 경험에도 얻는 자극은 점점 줄어듭니다. 어쩌면 그 시절 못지않게 지금 주위에는 즐겁고 재미난 것으로 가득차 있을지 모르지만 머리 속에 쓸데없는 생각이 들어서면서 마음의 여유를 빼앗아가 버렸지요. 새로운 가게를 봐도 예전처럼 신기해 하기보단 "저 가게는 잘 될까? 망하진 않을까?" 같은 생각만... 이제는 고전게임인 택틱스의 ONE에 나온 것처럼 옛날을 그리워하며 영원을 꿈꾸는 존재가 되었지요. 나도 영원의 세상에 갈 수 있으려나.
음, 푸념처럼 적었지만 비관적인 말을 하고 싶은건 아니고 그 시절과 같은 여유나 즐거움을 다시 찾기 위해 노력해야 겠다는 다짐입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은 분명히 즐거웠는데 일기도 안쓰고 블로그도 안하다보니 도무지 어떻게 지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말이죠. 간만에 떠올릴려고 하니 힘드네요. 요즘도 일기같은 것은 적고 있지 않지만... 트위터 참 편리하고 재밌는데 이런 쪽으로는 도움이 안되고요. 즐거웠던 일들을 기록하면서 기억한다는 것은 여유를 찾는데 꽤 중요한 작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저에겐 말이죠.ㅎ
워낙 엄청난 아이디어라 비밀로 할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여기에 찾아오시는 분들에게만 살짝 알려드릴께요. 마침 포스팅거리도 없고심심하기도 하니.
─무슨 사업인고 하면 식당 사업입니다. 술집이라고 해도 되요. 도시 번화가 어딘가에 적당한 크기로 식당 겸 술집을 여는 거지요.
물론 보통 가게는 아니죠. 특별한 요리나 술을 내놓는 것도 아니고, 가격이 싼 것도 아니고, 그냥 좀 독특한 컨셉을 가지고 있어요.
─일단 가게 문은 이런 형태로 만들까 해요.
그리고 사람들은 점프하면서 입장
이 문을 통과하면 거기서부터는 이미 현실과 다른 이(異)차원의 세상. 아제로스의 세계가 펼쳐지는 거예요. (원래는 아웃랜드의 세계가 펼쳐져야 하지만...)
한마디로 식당의 디자인을 와우풍으로 꾸미는 거지요. 대충 이런 느낌으로.
외관
내관
아제로스의 세계에서 죽치며 살고 있는 와우저라면 아실테지요. 와우 게임 내에서만 맛볼 수 있는 그 특유의 분위기와 느낌...
이 사람은 그 중에서 특히 건물에 애착이 많은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식당이나 술집을 와우풍으로 꾸미면 특정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내부 디자인은 저런 식으로 잡고 서비스도 와우를 연상시킬 수 있다면 금상첨화지요.
예를들어, 가게를 반으로 나눠서 호드 좌석과 얼라 좌석을 따로 마련하고 테이블은 반드시 5인, 특별석으로 25인도 존재. 종업원을 부르기 위해 벨을 눌르면 느낌표가 뜨고, 종업원은 와우 NPC의 대사를 읊으며 다가옵니다. "바람을 따라 여기까지 오셨나요." 떠날때는 "또 죽지 마세요~" 라고 말하며 손을 흔들어 줍니다.
요리는 평범해도 상관없지만 메뉴는 특이하지요. '멀록 지느러미 스프' 와 '멀고어 양념빵'. 단체용으로 잔치요리도 제공됩니다. 술도 분위기를 살리는 이름으로 제공해야 겠죠?
그리고 가게는 일정 기간동안 이벤트를 하는데 그 이벤트들은 와우 내의 축제와 연동되어 이뤄집니다. 순례절 기간이라면 칠면조 요리를 제공한다던가, 손님들에게 음식을 던지는 이벤트를 마련한다던가.
스테이지를 마련해서 숙련된 춤꾼들의 /춤 을 보여줄 수도 있고 와우 인기스타인 윌프레드 피즐뱅의 성대모사같은 걸로 손님들을 즐겁게 할 수 있겠죠.
─아하하, 와우 이야기는 그렇다치고 우리나라에 게임, 만화와 관련된 공간이 극도로 없다는건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뿐만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스타 크래프트를 필두로 해서 수많은 게임이 있고, 게이머가 있는데 그들을 위한 오프라인 공간이 전무하다는 것은 신기하고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 스타 크래프트는 프로리그 구경이라도 갈 수 있나요?
이젠 우리나라도 게임을 취미삼는 사람은 적지 않은데 게임을 즐기는 사람끼리 모이면 가는 장소는 PC방, 평범한 술집이라는 것이 안타깝네요. 온라인의 세력은 점점 커져서 오프라인에 까지 큰 영향을 미치는데 반해, 온라인→오프라인을 연결짓는 매체는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PC방이 바로 그거죠. 현실과 2차원의 경계가 아키하바라인것 처럼...) 위와 같은 와우 술집이 생긴다면 한국의 모든 와우 정모는 거기서 열릴텐데요. 수요가 있을것 같은데...
사실 수요 문제라기보단 저작권 문제겠죠.(웃음) 이 아이디어 떠올린게 오래 전인데 나중에 중국에 그런 가게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왠지 분한 느낌이 들었지요.
─와우같이 특정 컨셉도 그렇고 보다 대중적(?)인 게임, 만화를 위한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용산 건담 베이스같은? 우리나라에선 나름 블루오션이 아닐까 싶네요.
아이작 아시모프의 단편소설 '최후의 질문' 입니다. 어느 분이 번역한 것을 구했네요.
읽고 어떤 종류의 감동을 느꼈기에 올려봅니다.
미래와 우주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멋진 SF군요.
최후의 질문
작가는 아이작아시모프
최후의 질문이 반 농담으로나마 처음 던져진 것은 인류가 광명을 향해 막 첫걸음을 내디딘 2061 년 5월 21일이었다. 질문은 칵테일 잔을 사이에 둔 5달러짜리 내기의 결과였고,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다.
알렉산더 아델과 버트램 루포브는 멀티백의 성실한 조작원들이었다. 다른 모든이처럼 그들도 수마일에 걸친, 차갑게 불빛을 번쩍이며 딸깍거리는 소리를 내는 그 거대한 컴퓨터의 껍데기 속에 무엇이 있는지 잘 알지는 못했다. 그들은 한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정도를 훨씬 넘어선 컴퓨터의 회로 구성을 대충 이해하고있을 뿐이었다. 멀티백은 스스로 수리하고 관리하는 컴퓨터였다. 멀티백은 인간이 직접 수리하고 관리하기에는 너무도 복잡하고 거대한 컴퓨터이기에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때문에 아델과 루포브는 이 엄청난 거인에 대해 피상적인 지식밖에는 가질 수 없었다. 그들은 컴퓨터에 데이터를 입력하고, 컴퓨터가 읽어 낼 수 있도록 질문을 수정하며 컴퓨터가 낸 대답을 인간의 언어로 번역하였다. 물론 그들은 멀티백이 이루어 낸 성과에 대한 영예를 동료들과 함께 향유할 수 있었다.
지난 수십 년간 멀티백은 인류가 달, 화성, 금성에 도달할 수 있도록 우주선의 설계와 탐사 계획을 도와 왔다. 그러나 그보다 더 멀리 갈 수 있는 우주선을 제작하기엔 지구의 자원이 불충분했다. 장기간의 여행에는 에너지가 너무도 많이 소모되었다. 화석 연료와 우라늄의 이용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 연구되었으나, 그 매장량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멀티백이 서서히 이 어려운 문제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고, 2061년 5월 14일에 드디어 이론이 현실화된 것이다. 지구전체가 마음껏 쓰고도 남을 만한 태양 에너지를 한꺼번에 저장하고 여러 가지 형태로 변환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인류는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 연료와 우라늄의 사용을 중단하고, 태양 에너지 변환기를 지구와 달의 중간 지점에서 지구를 돌고 있는 지름 1마일의 인공위성에 연결시켰다. 이제 지구 전체가 보이지 않는 태양 에너지 광선에 의해 움직였다.
일주일에 걸친 축제에도 그 열기가 완전히 식지 않았기 때문에 아델과 루포브는 간신히 공공행사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들은 멀티백의 본체가 숨겨져 있는 지하실에 숨었다. 그들이 거기에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데이터를 정렬하는 듯 느리게 딸깍거리는 멀티백도 마치 휴가를 받은 것처럼 만족스러워 보였다. 그들은 처음에는 멀티백의 휴식을 방해하고픈 생각이 없었다.그들은 술병을 하나 들고 왔으며, 그들의 관심은 한잔 하면서 긴장을 푸는 것뿐이었다.
"정말 대단해."
아델이 입을 열었다. 멀티백의 커다란 얼굴은 피로로 인해 주름져 보였다. 아델은 술잔 속의 얼음을 무심히 쳐다보며 유리막대로 잔을 저었다.
"에너지를 영원히 공짜로 사용할 수 있다니. 지구를 몽땅 녹여서 쇳물로 만들더라도 거기에 사용될 에너지를 아까워할 필요가 없잖아. 이젠 공짜로 에너지를 영원히 영원히, 또 영원히 쓸 수 있겠지."
루포브는 머리를 옆으로 비스듬히 기울였다. 루포브는 반대하고 싶을 때면 즉시 핑계거리를 생각해 내는 재주가 있었고, 또 지금은 그가 얼음과 잔을 가지러 왔다갔다해야 하기 때문에 약간 심술이 나 있었다.
"영원한 건 아니지."
"이런, 제기랄, 거의 영원하다고 할 수 있잖아. 태양이 없어질 때까지는 말야."
"그건 영원한 게 아니야."
"맞아. 하지만 수십 수백억 년이 지난 다음이라구. 한 백억 년 정도? 그럼 됐나?"
루포브는 얼마 안 남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술을 홀짝거렸다.
"백억 년은 영원한 게 아니야."
"적어도 우리 시대는 지탱할 수 있잖아?"
"화석 연료와 우라늄만으로도 우리 시대는 지탱할 수 있어."
"맞아. 하지만 이젠 우주선을 태양 스테이션에 연결시키기만 하면 명왕성까지 수없이 왕복하더라도 에너지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 화석 연료나 우라늄을 사용한다면 불가능한 일이지. 믿지 못하겠다면 멀티백에게 물어 보라구."
"멀티백에게 물어 볼 필요는 없어.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그럼 멀티백이 한일을 자꾸 깎아내리지 말라구. 멀티백은 아주 멋지게 일을 처리해 냈단 말야."
아델이 발끈해서 말했다.
"누가 뭐래? 난 단지 태양이 영원히 지탱하지는 못한다고 말했을 뿐이야. 그게 내가 말한 것의 전부라구. 우리는 백억 년 동안은 무사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 다음엔?"
그렇게 말한 루포브는 상대방을 향해 손가락을 흔들어 보였다.
"또 다른 태양을 이용하면 된다고 대답하진 말라구."
둘 다 잠시 조용해졌다. 아델은 때때로 잔을 입술로 가져갔고, 루포브의 눈은 서서히 감겼다. 그들은 쉬고있었다. 갑자기 루포브가 눈을 번쩍 떴다.
"우리 태양의 수명이 다하면 다른 태양으로 바꾸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 그렇지?"
"그런 생각 한 적 없어."
"아니, 틀림없이 했을 거야. 넌 논리에 약한 것이 문제야. 너는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소나기를 만나자 나무 밑으로 몸을 피한 사람과 비슷해. 알다시피 그사람은 전혀 걱정을 하지 않았지. 나무가 젖어서 비가 새기 시작하면 다른 나무밑으로 가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무슨 소린지 알겠어. 그러니까 그렇게 소리지르지는 말라구. 태양의 수명이 다할 때면 다른 별들의 수명도 다할 거라 이거지?"
"물론 그렇겠지. 대폭발로 시작한 우주는 모든 별의 수명이 다 할 때 끝나는 거야.
일부는 다른 것들보다 수명이 빨리 다하겠지. 거성들의 수명은 1억 년도 채 안돼. 태양은 백억 년을 지탱할 테고 난쟁이 별들은 길면 2백억 년 이상을 살아남을 거야. 하지만 1조 년이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이 어둠 속에 잠기겠지. 엔트로피는 최대에 달하고. 그럼 모든 것이 끝이야."
"엔트로피에 대해서는 나도 알아."
아델이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시겠지."
"네가 알고 있는 정도는 나도 안다구."
"그럼 언젠가는 모든 것의 수명이 다한다는 사실도 알겠네?"
"물론이지. 누가 아니래?"
"네가 그랬잖아, 이 멍청아. 우리가 필요한 에너지를 영원히 얻을 수 있다며? 영.원.히."
이번엔 아델이 반대하고 나설 차례였다.
"언젠가는 우리가 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
"절대로 못 해."
"안 될 게 뭐야? 언젠가는 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안 돼."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멀티백에게 물어 보자."
"좋아, 멀티백에게 물어 봐. 할 수 없다는 쪽에 5달러 걸겠어."
아델은 취해 있었지만 다음과 같은 뜻의 문장을 멀티백이 알아 들을 수 있도록 번역하여 입력할 수는 있었다.
<언젠가는 늙어서 수명이 다한 태양에게 에너지의 소비 없이 젊음을 되찾아 줄 수 있게될까?>
이 문장은 간단하게 이렇게 번역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우주 전체의 엔트로피 총량이 대량으로 감소될 수 있을까?>
멀티백은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천천히 반짝이던 불빛은 아예 꺼져 버렸고 딸깍거리는 소리도 멈추었다. 겁에 질린 기술자들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게 된 순간에 멀티백에 연결된 텔레타이프가 활기차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출력된 결과는 겨우 네 단어에 불과했다.
<자료 부족으로 대답이 불가능함.>
"내기는 무효가 되었군."
루포브가 속삭였다. 그들은 급히 바깥으로 나왔다.
다음날 아침, 숙취로 인해 머리가 쿡쿡 쑤시고 입안이 깔깔해진 그들은 어제의 사건을 금세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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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드와 제로딘 그리고 제로뎃 I.II는 초공간을 통과했다는 문구가 비지플레이트에 나타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즉시 미세한 분말처럼 깔려 있던 별들의 모습이 화면에서 사라지고 구슬 정도 크기의 밝게 빛나는 원반이 하나 나타났다.
"저게 X-23이야."
제로드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뒷짐을지고 있던 자신의 마른 손에 힘을 주었다. 여자아이인 제로뎃들은 초공간 여행을 처음 경험하였기 때문에, 안에서 바깥 쪽으로 빨려나가는 듯하던 그 짜릿하고 흥분된 순간을 되새기고 있었다. 그들은 웃음을 멈추고 엄마의 주위를 빙빙돌며 외쳤다.
"X-23에 도착했대요! X-23에 도착했대요! X-23에......"
"조용히 해, 얘들아!"
제로딘이 날카롭게 말했다.
"확실해요, 제로드?"
"저 녀석이 실수하는 걸 본 적 있어?"
제로드는 천장 바로 아래에 불쑥 튀어나온 멋없는 금속 상자를 보며 말했다. 그것은 방을 가로질러 양쪽 벽면 끝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금속 상자의 길이는 우주선 전체의 길이와 거의 비슷했다. 제로드가 마이크로백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질문을 하면 대답해주고, 사람이 질문을 하지 않는 동안에는 미리 정해진 목적지로 우주선을 조종해 가는 역할을 하며, 여러 곳에 퍼져 있는 준 은하급 발전소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고, 또 초공간 점프를 위한 방정식을 계산한다는 정도였다. 그 밖에는 이 두꺼운 금속상자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제로드와 그의 가족은 단지 우주선의 편안한 거주 지역에 살면서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누군가 제로드에게 마이크로백(Microvac)이라는 단어의 마지막 두 글자가 고대영어로 <자동 컴퓨터 Automatic Computer> 라는 뜻이라고 말해 준 적이 있었지만, 그는 그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다. 비지플레이트를 바라보는 제로딘의 눈은 촉촉히 젖어 있었다.
"어쩔 수가 없네요. 지구를 떠날 때는 무척 재미있을것 같았는데......."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제로드가 물었다.
"지구에 남겨둔 것은 하나도 없잖아. 우리 것은 모두 X-23에 있을 거야. 당신은 혼자도 아니고, 개척자가 되는 것도 아니잖아. 그 행성에는 이미 백만이 넘는 사람이 살고 있어. 제기랄, 우리의 고손자는 X-23의 인구 밀도가 너무 높아져서 딴 행성으로 이주하게 될거라고."
생각을 하느라 말을 멈추었던 그는 잠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이것 보라구. 이렇게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는 시대에 컴퓨터가 항성간 여행을 가능하게 한 것은 정말 행운이란 말야."
"알아요, 안다구요."
제로딘이 울먹이며 말했다. 제로뎃 I이 즉시 말을 받았다.
"우리 마이크로백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 마이크로백이에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단다."
제로드가 제로뎃 I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마이크로백을 소유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고, 제로드는 자신이 그의 아버지 세대나 그 밖의 다른 세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을 고맙게 생각했다. 그의 아버지가 젊었을 때에는 한 대뿐인 컴퓨터가 백 제곱마일이나 되는 공간을 차지했다. 각 행성에는 컴퓨터가 오직 한대뿐이었다. 그들의 이름은 <행성 AC>였다. 컴퓨터의 크기는 거의 천 년 동안 꾸준히 커지다가 갑자기 엄청나게 작아졌다. 트랜지스터 대신 사용하게 된 분자밸브 덕택에 가장 큰 <행성 AC>라 하더라도 우주선의 절반 정도 크기로 축소될 수 있었다. 제로드는 자신의 마이크로백이 태양을 처음으로 길들였던 고대의 원시적인 멀티백보다 몇 배나 우수하고, 초공간 여행 문제를 처음으로 해결하여 항성간 여행을 가능케 한 지구의 <행성 AC>(가장 대규모였던)와 거의 비슷한 성능을 지니고 있다는데 은근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생각에 잠겨 있던 제로딘이 한숨 지으며 말했다.
"별도 많고 행성도 많으니까 미래의 가족들도 우리들처럼 영원히 새로운 행성을 찾아 나서겠네요."
제로드가 웃으며 대답했다.
"영원히는 아니지. 언젠가는 끝나. 수십억 년이 걸리겠지만 말이야. 당신도 알다시피 별들도 언젠가는 수명이 다하거든. 엔트로피는 계속 증가하고."
"아빠,엔트로피가 뭔데요?"
제로뎃 II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엔트로피란 우주의 수명을 나타내는 단어란다, 얘야. 너도 알다시피 모든 것이다 자신의 수명이 있지않니? 네가 가진 걷고 말하는 꼬마 로봇을 생각해 보려무나."
"로봇처럼 파워 유닛을 갈아 끼우면 안 되나요?"
"별들이 바로 파워 유닛이란다. 별들의 수명이 다하면 더 이상의 파워 유닛은 있을 수 없지."
제로뎃 I은 즉시 비명을 질렀다.
"안 돼요, 아빠! 별이 죽는 것은 싫어요."
"참 잘하셨네요."
분개한 목소리로 제로딘이 속삭였다.
"애들이 겁을 먹을 줄 어떻게 알았겠어?"
제로드가 다시 속삭였다. 제로뎃 I이 구슬프게 말했다.
"마이크로백에게 물어 봐요. 어떻게 하면 별을 도로살릴 수 있는지 물어 보세요."
제로딘이 말했다.
"빨리 물어 보세요. 그래야 애들이 조용해지겠어요."
제로뎃 I이 울자 제로뎃 II도 덩달아 울기 시작했다. 제로드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자, 얘들아, 내가 마이크로백에게 물어 보마. 걱정하지 말아라. 마이크로백이 어떻게 하면 되는지 가르쳐 줄 거야."
그는 마이크로백에게 질문을 던진 다음 재빨리 덧붙였다.
"대답은 인쇄하도록."
제로드는 얇은 셀룰로이드 필름을 움켜쥐고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얘들아, 때가 되면 마이크로백이 모두 알아서 할 수 있다는구나. 그러니 걱정하지 말거라."
제로딘이 말했다.
"그리고 이젠 잘 시간이 되었단다. 곧 새 집에 도착하게 될 거야."
제로드는 셀룰로이드 필름을 없애 버리기 전에 다시한 번 읽어 보았다.
<자료 부족으로 대답이 불가능함>
그는 어깨를 으쓱거린 다음 비지플레이트를 쳐다보았다. X-23이 바로 눈앞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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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메스의 VJ-23X는 소규모 3차원 은하계 지도의 어두운 내부를 응시하면서 말했다.
"이 문제를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니크론의 MQ-17J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당연히 심각한 문제지. 알다시피 지금 같은 속도로 인구가 증가한다면 5년 안에 은하계 전체가 꽉 차고 말 거라구."
그들 둘은 모두 키가 크고 잘생긴 젊은이들이었다. 20대 초반정도 되어 보였다.
"하지만 아직도 난 비관적인 보고서를 은하 의회에 제출한다는 게 망설여져."
VJ-23X가 말했다.
"다른 보고서를 제출할 수는 없어. 보고서가 한 글자라도 바뀐다면 전체 내용이 엉망이 되어 버릴 거야."
VJ-23X는 한숨을 쉬었다.
"우주는 무한히 넓어. 비어 있는 은하계의 수는 천억개도 넘는다구."
“천억 개는 무한한 것도 아니고 시간이 흐르면 점점 그 숫자가 줄어들어. 생각해 보라구! 인류가 최초로 항성 에너지를 이용하는 방법을 알아낸 것은 2만 년 전이었고, 항성간 여행이 가능해진 것은 겨우 몇백년 전이야. 인류가 최초로 한 행성을 가득 메우는 데는 백만 년이 걸렸지만, 은하계의 나머지 부분을 채우는 데는 1만 5천 년밖에 걸리지 않았어. 이제 인구는 10년마다 두 배로 늘어나고...…"
VJ-23X가 말을 가로막았다.
"그건 우리들이 영원히 살 수 있기 때문이지."
"맞아. 이제는 죽는 사람들이 없지. 하지만 죽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커지는 거야. 은하 AC는 인류를 위해 정말 많은 일을 해냈어. 하지만 노화와 죽음을 방지하는 방법을 개발했기 때문에 다른 모든 업적을 망쳐버렸다구."
"하지만 너도 죽고 싶지는 않겠지?"
"물론 죽고 싶지는 않아."
MQ-17J는 대뜸 대답한 자신이 부끄러운지 목소리를 낮추었다.
"죽고 싶지는 않지. 아직은 젊으니까. 넌 몇 살이지?"
"223살. 너는?"
"난 아직 2백 살도 안 돼. 음, 본론으로 돌아가자구. 인구는 10년마다 두 배로 늘어나. 우리 은하계가 가득찬 다음에, 다른 은하계를 가득 채울 때까지는 10년이 걸릴 거야. 다시 10년이 지나면 4개의 은하가 가득 찰테고, 백 년 뒤면 천 개의 은하계가, 천 년 뒤엔 백만개가 넘는 은하계가 가득 차겠지. 그렇게 1만 년이 지나면 현재까지 알려진 모든 우주에 인간들이 넘치게 돼. 그럼 그다음에는 어떻게 하지?"
VJ-23X가 말을 받았다.
"부수적이지만 이주할 때도 문제가 있어. 한 은하계에서 다른 은하계로 그렇게 많은 사람을 이주시키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태양에너지 유닛이 필요할까?"
"좋은 지적이야. 인류는 이미 해마다 두 개씩 태양에너지 유닛을 소모하고 있다구."
"그중 대부분은 낭비되고 있지. 하지만 우리 은하계만 보더라도 해마다 천 개의 태양 에너지 유닛이 새로 생성되고 있어. 우리가 사용하는 것은 그중 겨우 두개뿐이란 말야."
"옳은 얘기야. 하지만 100퍼센트의 효율로 에너지를 사용하더라도 종말을 단지 지연시킬 수만 있을 뿐이야. 우리의 에너지 소모량은 인구 증가 속도보다 더 빨리 증가하고 있거든. 이주할 은하계가 없어지는 것보다 먼저 에너지를 모두 소모해 버리겠지. 좋은 지적이야. 정말 좋은 지적이라구."
"성간 가스를 가지고 새로 별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아니면 분산된 열을 한군데로 모아도 되겠지."
MQ-17J가 비웃는 것처럼 말했다.
"엔트로피를 역전시킬 방법이 틀림없이 있을 거야. 은하 AC에게 물어 보라구."
VJ-23X는 반농담으로 한 말이었으나, MQ-17J는 정말로 그의 AC호출기를 주머니에서 꺼내 책상 위에 올려 놓았다.
"해봐서 나쁠 것은 없겠지. 인류가 언젠가는 마주쳐야 할 운명이니까."
MQ-17J가 말했다. 그는 엄숙하게 자신의 조그마한 AC호출기를 쳐다보았다.
그것은 모서리 길이가 2인치에 불과한 육면체로 그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공간을 초월하여 모든 인류에게 봉사하는 거대한 은하 AC에 연결되어 있었다. 초공간 자체가 은하 AC의 일부분으로 통합되어 있는것이다. MQ-17J는 언젠가 은하AC를 보게 될 날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잠시 머뭇거렸다. 은하 AC는 과거에 사용되던 분자 밸브를 대신하여 중간자 회로들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역장으로 구성된 하나의 세계였다. 그러나 그 구성 단위가 원자보다 작음에도 불구하고 은하AC의 반경은 3백미터가 넘었다. MQ-17J는 그의 AC호출기를 향해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엔트로피는 역전될 수 있는가?"
VJ-23X가 당황하며 말했다.
"이것봐, 정말 물어 보라고 한 소리는 아니었어. 농담이었다구."
"물어 봐서 나쁠 것도 없잖아."
"엔트로피가 역전될 수 없다는 것쯤은 알잖아. 연기와 재로부터 나무를 만들어낼 수는 없어."
"네가 사는 곳에는 나무라곤 한 그루도 없는데, 그건 또 어떻게 알았니?"
MQ-17J가 말했다.
그들은 은하 AC의 목소리가 들리자 겨우 조용해졌다.책상 위에 놓인 조그마한 AC호출기로부터 들려오는 은하 AC의 목소리는 가늘면서도 아름다웠다.
<자료 부족으로 대답이 불가능함.>
“그것 보라구!"
VJ-23X가 말했다. 두 남자는 다시 은하 의회에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를 두고 입씨름을 벌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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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 프라임의 정신은 가루처럼 널리 퍼진 별들을 세며 새로운 은하계를 향하여 뻗어 갔다. 이 은하계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과연 모든 은하계를 다 돌아볼 수 있을까? 모든 은하계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하지만 행성의 표면에 존재하는 그들의 육체는 거의 죽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거의 모든 인간의 정신이 육체를 벗어나 우주에 머무르기 시작했다. 육체를 벗어난 정신만이! 불멸의 육신은 이제 끝없는 세월을 행성의 표면에서 헤매고 있었다. 인간들이 때때로 자신의 육체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것도 점점 드물어졌다. 새로이 태어나 믿을 수 없으리만치 위대한 대열에 함께 서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문제될 것은 없다. 현재 존재하는 사람만으로도 이미 우주는 비좁았다. 치 프라임은 또 다른 정신을 만나 겨우 자신의 공상에서 깨어났다.
"나는 치 프라임이라고 합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는 디 서브 운입니다. 당신은 어느 은하계에 삽니까?"
"우리는 그저 은하계라고 부릅니다. 당신은요?"
"우리도 우리 은하계를 그저 은하계라고만 부릅니다. 사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사는 은하계를 은하계라고만 부르죠. 그래서 나쁠 것은 없지요."
"맞습니다. 사실 모든 은하계는 다 똑같으니까요."
"모든 은하계가 다 똑같지는 않지요. 인류가 처음으로 태어난 은하계가 있습니다. 그 은하계 만은 특별하죠."
"어느 은하계인지 아십니까?"
치 프라임이 물었다.
"글쎄요. 전 모르겠군요. 하지만 우주 AC가 알 겁니다."
"그러면 우주 AC에게 물어 볼까요? 갑자기 궁금해지는군요."
치 프라임은 은하계 자체를 넓은 바다에 떠 있는 먼지 한 점처럼 여길 정도로 사고를 확장시켰다. 수천억이 넘는 은하계마다 우주를 자유로이 떠도는 정신과 그 정신이 한때 깃들어 있던 불멸의 육체가 함께 존재했다. 그러나 오직 한 은하계만은 인류가 발생한 은하계라는 이유로 특별했다. 수천억의 은하계 중 하나가 아주 먼 과거에 유일하게 인류가 살고있던 은하계였다. 치 프라임은 호기심에 가득 차 이 은하계를 보고 싶다는 소망을 말했다.
"우주 AC여! 어느 은하계에서 인류가 처음으로 발생하였는가?"
우주 AC는 모든 세계와 모든 우주에 걸쳐 퍼져있는 자신의 수신기를 통해 이 말을 들었고, 각 수신기는 초공간을 통하여 우주 AC가 존재하는 미지의 장소로 연결되어 있었다. 치 프라임은 유일하게 우주 AC가 존재하는 곳까지 자신의 사고를 확장시킬 수 있었던 사람이 한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우주 AC는 지름이 70센티에 불과한 빛나는 구체여서, 알아보기조차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작은 물체가 어떻게 우주 AC가 될 수있소?"
치 프라임이 물었었다.
"우주 AC의 대부분은 초공간에 존재합니다. 초공간에서 우주 AC가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지요."
또한 치 프라임이 알고 있기로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우주 AC를 만들거나 개량하는 데 관여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각 우주AC는 자신의 후계자를 스스로 설계하고 제작했다. 각 우주 AC는 또한 자신이 존재했던 백만 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 동안 축적된 정보를 모아 더욱 개선되고 우수한 후계자를 만들어 자신이 모아두었던 정보를 넘겨주고 자신도 그 일부로 흡수되곤 했다. 생각에 잠겨 있던 치 프라임은 우주 AC가 응답을 시작하자 정신을 차렸다. 우주AC는 아무 말도 않고 대신 한줄기 빛을 보내왔다. 치 프라임의 정신은 은하계들의 바다를 지나 한 은하계로 집중되는 빛을 따라갔다. 무한히 먼 곳에서 무한히 맑은 생각이 전달되어 왔다.
<이것이 인류가 발생한 은하계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다른 은하계와 별다른 것이 없었기 때문에 치 프라임은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를 따라온 디 서브 운이 갑자기 물었다.
"인류가 처음으로 태어난 별은 어느 것인가?"
우주 AC는 간단하게 답했다.
<인류가 태어났던 별은 폭발하여 신성(新星)이 되었다가 지금은 하얀 난쟁이 별이 되었습니다.>
"거기에 살던 인간들은 모두 죽었는가?"
치 프라임이 놀라서 생각해 보지도 않고 물었다. 우주 AC가 말했다.
<그런 경우에는 새로운 별을 만들어 그들의 육체를 옮겨 둡니다.>
“아, 그렇지."
그러나 치 프라임은 알지 못할 상실감이 자신을 압도해 오는 것을 억제할 수 없었다. 그의 정신은 인류가 태어난 은하계를 벗어나, 그것이 흐릿한 은하계 바다의 한 점으로 사라질 때까지 뻗어나갔다. 그는 그것을 다시는 보고 싶지않았다. 디 서브 운이 물었다.
"뭐가 잘못됐습니까?"
"별들은 죽어 가고 있습니다. 인류가 태어났던 별은 이미 죽었구요."
"별은 죽게 마련이죠. 그게 뭐 잘못됐나요?"
"하지만 모든 에너지가 사라지고 나면, 우리의 몸도, 당신과 나도, 결국 별들과 함께 소멸되고 말 겁니다."
"그건 수십억 년 뒤의 일이잖소?"
"설혹 수십억 년 뒤의 일이라도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참을 수 없습니다. 우주 AC여! 어떻게 하면 별들이 죽지 않을 수 있는가?"
디 서브 운이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지금 엔트로피를 역전시킬 방법이 있는지 묻고 있는 겁니다."
곧이어 우주 AC가 답했다.
<아직 자료가 부족하여 대답할 수 없습니다.>
치 프라임의 정신은 자신의 은하계로 돌아갔다. 그는 더 이상 디 서브 운과 노닥거리고 싶지 않았다. 디 서브 운이 1조 광년 밖의 은하계에서 기다리고 있는지 혹은 치 프라임의 별 바로 옆에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건 문제가 아니었다. 기분이 몹시 상한 치 프라임은 성간 가스를 끌어 모아 직접 조그마한 별을 하나 만들어 보았다. 별들이 죽어 가더라도, 새로운 별을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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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이제 인간은 정신적으로 하나가 되었다. 수백 수천억 년을 살아온 그의 몸은 방해 받지 않는 행성의 지하에서 기계의 보호를 받으며 조용히 쉬고 있었고, 또한 모든 육체에 깃들어 있던 정신은 하나로 합쳐져 이제 더 이상 구별할 수 없었다. 인간이 말했다.
"우주는 죽어 가고 있다."
인간은 침침한 은하계를 둘러보았다. 거성들은 이미 오래 전에 사라져 우주에서 가장 침침한 먼지의 일부로 변했다. 남아 있는 거의 모든 별들은 죽음을 향해 치닫고 있는 하얀 난쟁이 별이었다. 저절로 생기거나 인간이 직접 만든 별들이 우주 먼지로부터 생성되곤 했지만, 그것들도 이미 죽어 가고 있었다. 하얀 난쟁이 별들간에 충돌이 일어나 거대한 힘이 해방되면 새로운 별이 태어나곤 했지만, 천 개의 하얀 난쟁이별이 죽어 갈 때마다 하나꼴로 새로운 별이 태어났고 그나마도 이젠 끝나갔다. 인간이 말했다.
"코스믹 AC의 도움을 받아 주의 깊게 사용한다면 우주의 에너지는 앞으로도 수십억 년간 더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모든 것이 끝나고 말 것이다. 아무리 아낀다 하더라도 한번 사용한 에너지는 사라지고 다시는 복구될 수 없다. 엔트로피가 극대를 향하여 영원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엔트로피를 반전시킬 수는 없을까? 코스믹 AC에게 물어 보도록 하지."
코스믹 AC는 인간을 감싸고 있었지만 우주에 존재하지는 않았다. 코스믹 AC는 초공간에 존재하고 있으며, 물질도 에너지도 아닌 것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 크기와 본성에 대한 의문은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는 전혀 표현할 수 없었다.
"코스믹 AC여. 엔트로피는 얼마나 역전될 수 있을까?"
인간이 물었다. 코스믹 AC가 대답했다.
<아직 자료가 부족하여 대답할 수 없습니다.>
인간이 말했다.
"그렇다면 자료를 수집하라."
코스믹 AC가 말했다.
<나는 자료를 계속 수집할 것입니다. 나는 이미 천억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자료를 수집해 왔습니다. 내 선임자와 나는 이 문제를 여러 번 질문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자료가 충분치 않습니다.>
"엔트로피를 역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는 날이 오는가? 아니면 이 문제는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것인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보를 모두 갖추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 것인가?"
<자료가 부족하여 대답할수 없습니다.>
"해답을 찾기 위한 작업을 계속할 것인가?"
<물론입니다.>
인간이 말했다.
"기다리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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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과 은하계들이 죽어서 희미한 먼지로 변해 갔다. 우주는 10조 년에 걸친 멸망과정을 지나 점점 어두워졌다. 인간은 하나씩 AC와 결합하고, 그들의 육체는 손실이라기보다는 획득의 과정을 거쳐 정신적인 정체감을 잃어갔다. 인간의 마지막 정신은 증발하기 전에 잠시 우주 전체를 통하여 하나밖에 남지 않은 어두운 별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낮은 밀도로 퍼진 물질들을 둘러보았다. 여기저기에 남은 미소한 열의 흔적이 점점 사라져 가면서 모든 우주는 절대 영도를 향하여 치닫고 있었다.
인간이 말했다.
"AC여, 이것이 끝인가? 이 혼란이 극복되어 원래의 우주로 돌아갈 수는 없는가? 그것은 진정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말인가?"
AC가 말했다.
<아직 자료가 부족하여 대답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마지막 정신은 사라져 갔고 AC만이 남았다. 초공간의 내부에. 물질과 에너지의 시대가 종말을 맞이하자 공간과 시간도 함께 사라졌다. AC만이 10조년 전에 반쯤 취한 기술자들이 처음으로 질문을 한 이래 인간이 끊임없이 물어왔지만 한 번도 응답하지 못했던 최후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하여 남아 있었다. 다른 모든 문제는 해결되었으나, 최후의 질문에 응답하기 전까지는 자신의 작동을 중지시키지 않을 작정이었다.
수집할 수 있는 정보는 결국 한계에 다다랐다. 수집할 정보가 더 이상 남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수집된 정보는 아직 완전히 수정되지도 않았고 각 정보들 사이에 가능한 모든 관계를 조사해야 했다. 이 일을 하는데 무한한 간격(시간은 존재하지 않았으므로)이 소모되었다. AC는 마침내 엔트로피의 방향을 역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 하지만 AC가 최후의 질문에 대답해 줄 인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없었다. AC가 직접 시행해 보일 해답은 그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다. 또다시 무한한 간격을 소모하면서 AC는 해답을 시행할 최선의 방법을 모색했다. AC는 주의 깊게 프로그램을 작성했다. AC의 의식은, 한때는 우주였으나 지금은 혼돈으로 화한 것에 집중되었다. 작업은 한 단계씩 차근차근 진행되어야 했다.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벼라별 일이 있다지만,
최근 가장 큰 일이라면 역시 '4000골 증발사건' 이죠.(먼산)
친구와 함께 한참 광렙의 길을 걷고 있던 나날...
돈이 부족하지는 않았지만, 역시 많으면 많을수록 편해지기 때문에 대량의 골드를 원했습니다.
그리하여 물주로 탐색된 것이 바로 친구인 시간을 달리는 준하.
이 친구는 와우에서 가장 잘 나갔던지라 골드가 무척 많았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잘 안하죠.
마실트: 그러니깐 골드좀 주라. 1만골도 더 가지고 있으면서 게임은 하지도 않잖아.
많이 달라는 것도 아냐. 1/10이라도 나눠줘.
준하: 아니, 싫어.
마실트: 어째서?
준하: 그냥 아깝잖아.
...나중에 다시 와우를 할 생각인것도 아니고 그냥 싫다고 하는 것을 조르느라 고생을 했습니다.
결국 본인도 가지고 있어봐야 쓸모없다는 것을 알기에 결국 합의를 봤지요.
사실 그 친구와 만난 날, 준하가 술을 마시러 가자고 졸랐었습니다.
나와 다른 친구(망고)는 시간이 없다&돈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지만 자기가 사준다고 해서 갔는데
술자리가 협상 테이블이 되어서 결국 사준다는 술을 더치페이한다는 조건으로(......) 4000골을 받기로 했죠.
술집을 나와 피씨방으로 가서 와우를 키고 준하가 편지를 통해 망고 캐릭터에 4000골을 보냅니다.
보내기 전에 '네 캐릭터 이름 이거 맞냐?' 라고 물었지만,
망고는 확인하지 않고 '배아트리체(...)야, 베아트리체가 아니라.' 라고 답했을 뿐이죠.
그러나 우리의 준하는 기대를 배신하지 않고 '베아트리체' 라는 캐릭터에게 4000골을 보냈습니다. 아놔.
참고로 그 캐릭터는 아무래도 휴면계정같아서...
우체통에서 30일간 받지 않는 편지는 삭제되고 맙니다.
이 날의 사건을 두고 '우체통에서 녹은 4000골' 이라 하여 대대로 웃었습니다.
그래도 재미있는건 사건을 일으킨 준하는 별 소리 듣지 않았다는거.
뭐랄까, 나와 망고는 이 일을 두고 '왠지 그럴거 같았다' 라는 감상을 피력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