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의 일입니다.

밤 12시경, 친구들과 헤어져 집에 오는 길.
아파트 사이의 산책로를 걸으며 밤바람을 쐬고 있는데 어디선가 묘한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처음에는 어느 아파트 집에서 애 우는 소리가 나나, 싶었는데 그게 잘 들어보니 좀 이상하더군요.
아파트 안에서 들리는 것 같지 않고 아파트 밖에서 들리는 듯 해서...

어린 여자아이가 우는 소리가 짧게 여러 번 들리길래 한번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 봤습니다.
적당히 가까워지자 멈추는 울음소리.

음, 뭥미? 이 기묘한 느낌은? 가까이가자 멈추는 걸로 봐선 동물같긴 한데 소리가 사람 울음소리랑 너무 닮았고...
소리가 멈추길래 그냥 돌아갈까, 했습니다.

....에, 사실 12시 깜깜한 밤이여서 좀 쫄았습니다.
소리가 나던 장소는 아무래도 아파트 밑 화단 중간에 있는 작은 창고로 짐작됐는데
거기가 어찌나 으슥하던지.

그대로 돌아갈까 생각하다가 '혹시 정말 사람 소리면 어쩌지' 하는
거 참 쓸데없는 걱정이 생겨서 결국 발길을 돌려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지요.



화단 가운데에 1m정도 파인 장소가 있고 거기에 내려가는 계단과 철문이 있습니다.
자세히보니 그 철문 앞에 밝은 갈색털의 덩치큰 고양이가 문앞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는데,
한참을 하다가 꽤 가까이가니 잽싸게 튀더군요.

아그러쿠나고양이소리엿구나이젠집에가야지.



...예, 또 쫄았습니다. 아니, 솔직히 무섭잖아요. 진짜로.
소리가 나던 장소는 저기가 맞고, 거기엔 고양이가 있었는데
문제는 그 창고 안에 뭔가가 있느냐 하는 것이겠죠.

집에 갈까~ 하고 몇 걸음가다가
꺼림칙한 느낌을 떨쳐내지 못하고 결국 다시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런 류의 창고 철문은 잠겨있는 것이 보통일텐데, 열려있더군요.
잠금장치는 안 되있고, 완전히 닫힌 상태가 아니라 눈꼽만큼 열려 있었습니다. 안이 보이지 않을 만큼의 문틈.
아까 고양이는 철문에서 뭘 한다기보단 이 문틈을 노리고 있던것 같은데.
...역시 열어봐야 겠죠.


철문 끝을 잡고 천천히 문을 열어보았습니다. 끼이이이익...
도통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조금씩 멀리서 비춰지는 가로등의 불빛에 안이 보이는듯 하여 문을 활짝 열어 보았죠.
불빛이 약해 깊숙한 곳은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문 앞은 바구니나 잡동사니같은 것들만 놓여져 있었지요.

하아, 역시 아무것도 없는걸까.
...하고 조금 안심하면서 자세히 들여본 순간,


─횅,
하고 창고 안에서 검은 것이 튀어나오는 겁니다!
(그리고 이 사람은 놀라서 뒷걸음질을 쳤습니다)

놀란 가슴 진정하고 자세히 보니 하얀무늬를 한 검은털의 고양이.
깜깜한 밤중에 확실히 알 수 있을 정도로 메말라 있더군요.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그 녀석이 이쪽을 한참 쳐다봅니다.
이 사람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는데, 곧있어 고양이는 다른 곳으로 열심히 뛰어가더군요.


...해서, 한밤 중의 모험 이야기는 이걸로 끝.
처음에 문 밖에 있던 갈색털 고양이는 이 고양이를 구하려고 한 걸까요.(아니면 가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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