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내용은 군후반부터...


STAGE 4. 트럭 운전

이병장이 제대하고 윗 선임이 새로 보충되고 나서(쳇),
부대에는 트럭을 운전할 줄 아는 병사가 필요했다.

병사가 세 명이라 골라잡을 것도 없이 거의 전원이 운전하게 됐는데
가장 먼저 면허가 나온 것이 나였던 탓에 운전은 주로 내가 했다.
트럭은 주말에 밥 먹으러 갈 때도 타고 갈 정도로 내 발이 되었는데,
처음에는 운전을 가르쳐주던 선임하사가 '사회 나가면 운전하지 마라' 라고 말했을 정도지만
2년동안 하루도 빼먹지않고 하다보니 뒤를 돌아보지 않고 차 뒤와 벽 사이를 1cm 떨어뜨리고 주차할 정도의 실력을 익혔다.(단, 자가용이 적용이 안된다!!)

트럭을 타고 부대 한바퀴를 돌면 30분이 걸리기 때문에,
1시간 땡땡이를 칠때면 두바퀴 돌면 됐다.(...)


BONUS STAGE. 직감실 생활

관리처에서 일하던 윤일병이 지구대에 들어온 후에, 직감실에 비디오가 생겼다.
비디오좀 보자며 윤일병이 어디서 훔쳐구해온 것이다.
툭하면 영화 빌려다가 간밤에 셋이서 맥주(창고에 널렸다)와 과자(마찬가지)를 먹으며 보곤 했다.
후에는 영화는 거의 안보고 셋이서 과자 먹으면서 고스톱을 쳤는데,
점수를 계산해서 꼴찌가 과자 값을 계산하는 형식이였다.

언젠간 탁구를 치다가 내가 대박으로 깨져서 거의 약과 한박스 어치를 모두 나눠먹은 적이 있는데,
계산을 까먹고 안하고 있다가 몇 개월 후에 재고조사에서 나와 두고두고 놀림거리가 된 적도...
뭐, 취미도 별로 안 맞는 세 명이서 지낸것 치고는 재밌게 놀았다.

직감실은 처음에 추레한 방이였지만, 두 차례의 공사를 거쳐 굉장히 좋은 방이 되었다.
기름 만빵으로 겨울에는 언제나 따듯했고, 365일 온수에, 에어컨까지 달렸다.(여름이 간 후라 써본 일은 없다)
매트는 나중에 침대 매트리스로 바뀌었는데, 개인적으로 따듯한 온돌효과를 못 봐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화장실도 창고에 따로 비치되어 있는데 나중에 비데가 달려서 처음 써보기도.

쉬는 날이 되면 창고 카운터의 컴퓨터를 직감실로 옮겨놓고 하루종일 플레이.
대박은 5일연휴에 클리어한 워크래프트3와 셋이서 같이 한 삼국지11.

그 이외에, 바로 앞에 장교 식당이 있어서 거기 사병과 밀거래를 해서
연초와 밥을 물물교환했던 적이 무진장 많았다.(...)


레벨업!

입대한지도 어연 1년이 가까워져 상병이 되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나는 막내로 청소를 했고, 이대로라면 2년동안 청소해야 하는 운명이였던터라
보다못한 선임하사가 아침청소에서 해방시켜주고 전원 동일시간에 기상할 것을 결정했다.

회계병은 2기수마다 한 번씩 뽑는데 왕고가 357기, 그 밑이 359기, 내가 361기. 즉 연달아 있었다.
결국 셋이서 거의 대등하게 놀 수 밖에 없었다.
서상병은 그 때 매장을, 윤상병은 창고를 담당했는데 당시의 나는...


STAGE 5. 골프장

당시 골프장 카운터를 보던 누나가 출산휴가를 얻게 되어 자리가 비고 말았다.
휴가이기 때문에 사람을 고용하기도 뭐한데다 고용한다 쳐도 시간이 너무 걸린다는 이유로,
내가 골프장으로 보내졌다.

골프장 근무는 티켓팅을 하는 거였는데 역시 돈 받는 일이라 여러모로 골치가 아팠다.
무엇보다 오는 손님이 매번 '예비역 장군' 급이여서 행동을 조심해야 했던게 참...
가끔씩 축구선수나 가수도 왔다.

골프장 근무할 때는 군복이 아닌 셔츠에 넥타이였는데, 이 복장은 골프장 근무가 끝나고 매장에 와서도 계속됐다.
밥도 점심은 골프장 밥인 갈비탕이나 육개장 등등...
하지만 일이 힘들었던 터라 골프장 근무를 별로 좋아하진 않았다.


BONUS STAGE. 호텔

언젠가 휴일에 대장님이 놀다 오라며 지구대 소속의 호텔에 보내준 일이 있다.
거기에 군인들은 한술 더 떠 웨이터 복을 입고 근무를 하는데,
우리야 일하러간게 아니라 놀러 갔으니 호텔에 있는 피시방이나 노래방에서 놀았다.
호텔이 24시간 영업이다보니 정말 쉬는 시간이 없는 것 같지만, 부대 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우리보다 더 군인같지 않았던 사람들...

나중에 한번 더 간 적이 있는데 그 때는 술마시고 바로 뻗어버려서 뭘 했는지 기억이 영...(웃음)


BONUS STAGE. 잡다한 사건들

예전에 태풍이 와서 창고가 물에 잠긴 사건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태풍경보가 왔을 때, 태풍 대비를 철저하게 하고 밤에 대장과 선임하사도 창고에 남아 밤을 샜었다.
뭘 했냐 하면 역시 고스톱.(...)
(지구대 친목 2대 스포츠: 탁구와 고스톱)

태풍이 불던 날에, 잠깐 일이 있어서 대장님 우의를 훔쳐빌려서 정문 앞까지 트럭을 타고 나갔다.
(계급장은 중사, 알맹이는 상병)
그러나 돌아갈 때는 물이 불어서 트럭 운행이 금지되었던 터라 걸어서 돌아갔는데,
태풍에 나무들이 싸그리 뿌리 뽑히는 와중에 참 재미난 모험을 했다.
비 때문에 몸에 구멍이 나는 줄 알았음.

여름이 가고, 아이스크림 냉장고를 닦아서 밖에 말리던 중에 그것을 도둑맞은 사건이 있었다.
대장이 불같이 화를 내서 온갖 수단을 동원해 찾아야 했는데,
나에게는 '각 부대를 돌면서 탐문을 해라' 는 특명이 떨어져서 하릴없이 부대순찰을 했던 기억이...
내가 찾지는 못했지만 냉장고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을 가장 먼저 발견하긴 했다.

겨울에 한밤중에 눈이 내려서 눈 치우라는 전화가 왔었다.
알겠다고 하고 다시 잤다. 어차피 지구대는 티도 안나는걸 뭐.

휴일에 매장 근처를 지나가다가 심심해서 매장 문을 따고 들어가보니 냉장고가 꺼져 있었다.
당시 다 휴가를 나가고 혼자였기 때문에 녹은 냉동식품 정리하는데 무진장 고생했었다.
그래도 정말, 내가 안하면 누가 하나, 하는 심정이여서.

휴게실의 전자렌지가 고장났다는 제보가 있어서 대장이 전자렌지를 사무실에 갔다 놓았다.
당시 할 일도 없던 내가 분해해보고 간단한 장치로 고친 일이 있다.
이때 기세를 살려서 나중에 직감실 텔레비젼이 고장났을 때도 윤병장과 같이 분해한 일이 있었는데 그 때는 손도 못 댔다.(그러고보니 나중에 윤병장이 고쳤던데, 어떻게 고친걸까)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그 때는 정말 응변력이 뛰어났었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LAST STAGE. 지구대 대재앙

날이 가고, 날이 가서,
지구대에는 세 명의 병장이 있었다.

결국 한 병장이 제대하고, 한 병장이 말년휴가를 나가게 되었으나
그 때까지 지구대에 결원보충은 없었다.
엎친격 덥친격으로 오랫동안 있었던 대장도 다른 곳으로 가게 되었고 새로운 대장이 오게 되었다.

때는 바야흐로 지구대 총 병력, (초보)대장, 선임하사, 병장. 이렇게 3명.
선임하사에게 그만의 일이 있던 탓에 사실 대부분의 일은 나 혼자서 맡아야 했다.
선임하사가 해줬던 말이 생각나는데, "네가 계급은 사병이지만 노동력은 간부급이다." 라나.

그제서야 깨달았다. 지금까지 내가 업무를 익혀온 것은 오늘을 위한 레벨업이였다고.
사무실 업무를 익히고, 매장 업무를 익히고, 술창고 업무를 익히고, 골프장 업무를 익히며 배운 것을 한 순간에 쏟아내는 느낌이랄까.(웃음)

결국 그 시절에는 혼자서 매장 관리를 하고, 술도 팔고, 창고에 물건도 채우고, 지구대 온갖 장부는 다 썼던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 사무실 책상 위에는 온갖 서류를 늘어놓았고, 나를 찾는 전화는 쉬지 않고 울려댔다. 그 시기에는 아플 수도 없었고 휴가도 나갈 수 없었다. 그저 복지단을 원망하는 수 밖에.

그래서 그런저럭 재미난 일도 많았는데, 내 신세를 불쌍하게 여긴 대장과 선임하사가 대우를 잘 해줬었다.
고생하는 것을 아니깐 다소 병사답지 못해도 눈감아 줬는데, 언젠간 대장이 직감실을 둘러보다가 충전중인 PSP를 발견하고 하던 말이 "들키지 않게 조심해라."

선임하사에게는 관사 열쇠를 빌려서 툭하면 문따고 들어가 인터넷과 게임(서든어택)을 했다.
(그외 밥도 많이 사줬다. 오므라이스랑 짬뽕, 피자)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던 중에, 제일 잘 돌아가는 컴퓨터가 대장 컴퓨터다 보니 자주 이용했는데, 대장이 앉아있을 경우에는 내쫒고(...) 내가 앉았다. 거기서 앉아 일을 하다보면 사무실에 들어오는 간부들이 인사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선임하사가 옆에서 그 모습 보고 매번 웃었다.

이런 일도 있고, 더군다나 내가 부대의 모든 술과 담배를 쥐고 있던 탓에 부대 내에서 거리낄 것이 없었다.
심심하면 매장 문 닫고, 담배 안 팔고, 술 안 팔고. 간부가 따지면 정론
(실제 부대 안에 사병과 간부, 민간인 통틀어 나를 모르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같이 일하는 민간인 형들과 누나, 그리고 선임하사가 장난삼아 '민중장' 이라고 불렀다지.
'지구대 민중장은 준장 이하는 전부 커버할 수 있다'


엔딩

다행히 그런 시간은 한달 남짓 되었고, 후임이 왔다.
그 때가 내 제대가 한 달 남은 시기였기 때문에 나는 잽싸게 모든 것을 맡기고,
순식간에 뒤에서 농땡이나 치는 말년병장으로 변신했다.

그 후임은 불쌍하게도 처음부터 혼자서 해야 했지만
내 노하우를 그런저럭 전수해줬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었던 듯 하다.(다만 불만은 많았던 듯)

남은 기간에 인수인계를 다 못할 것 같아서 친히 농땡이 치는 시간을 투자하여
지구대 업무 메뉴얼을 작성해서 남겨주었다. 도움이 됐으려나 몰라.

그렇게 추운 겨울에 제대 이틀 전까지 업무를 보다가 하루 전에 간신히 열외되어 제대하게 되었다.
뭐랄까, 그저 매일이 반복되던 도중에 휴가 나가듯이 나가는 기분이랄까.
창고는, 일하던 곳인 동시에 2년 동안 지내던 곳이여서 그런지 자주 생각이 난다.
뭐, 그때 이미 생각날 것 같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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