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찌 저렇게 센스없는 제목일까.
글의 얼굴이 되는 제목을 정할 때, 쉽게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암만 생각해도 좋은 제목이 안 떠오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러가지 패러디 제목을 생각해 봤지만...
좋은 패러디가 생각나지 않아서 별 어울리지 않는 제목으로.

군대 이야기입니다!
이 사람의 군대생활은 일반 사람들과는 초큼 틀리기 때문에 그런저럭 이야기거리가 될거라 생각합니다.
실제 친구들이 재밌게 들어주기도 했고요.
비교적 간략하게 적을 생각이니 한번 재밌게 읽어주세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단 공군이니깐]



프롤로그

2005년 여름, 친구와 함께 2주짜리 일본 여행을 다니던 날.
마침내 긴 여행이 끝나고 귀국을 해야하는 날이 다가왔다.
집에 돌아가기 전날 밤, 집으로 전화하여 내일 돌아가겠노라 얘기하는데 대화 중에 어머니가...

"아, 그리고 너 군대 오란다."

...꿀꿀한 마음으로 귀국.


10월 입대였기 때문에 2달간 죽자살자 놀다가 입대 전날밤 한없이 자고
10월 10일(통칭 모에의 날)에 입대했다. 음, 이때까지 이야기는 쓰지 않아도 되겠지?


튜트리얼-훈련소

참 도움이 안됐던 튜투리얼.
실제 본편(...) 진행에 도움이 됐던 것은 열에 하나였나. 자대배치 후 훈련은 전부 열외였으니.(사격 훈련 제외)
공군 훈련이였다는 것 이외에 다른 훈련소 생활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듣는 얘기로는 공군 훈련이 육군 훈련보다 그나마 널널하다고 한다.
다만 10월의 진주는 일교차가 심했기 때문에 감기에 걸려버리고 말았고 결국 어마어마한 고생을 했다.

공군의 훈련소 생활 중 특이한 점이 있다면 훈련소 성적으로 특기와 자대배치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대충 특기 시험(필기)으로 특기를, 훈련 성적으로 자대배치를 결정짓는데, 성적이 좋을수록 본인 희망을 따른다.

특기 시험 전에 각 특기의 TO(...빈자리)가 몇인가 알려주는데, 역시나 인기있는 특기는 구멍이 좁다.
내 친구가 육군부대에서 PX병이라 하여 부러웠던 차에 회계병의 TO를 알아보니 12명.

1100명 중에 12명.(나중에 안거지만 그 중 실제 BX병 TO는 4명)
1지망에 회계병을 신청한건 대체 무슨 배짱이였는지 기억이 안나지만... 붙었으니 다행인가.
아마 경쟁률이 너무 치열해 보여서 많은 사람들이 1지망에 가망없는 특기는 적지 않은듯 하다.
이렇게 특기는 원하는대로 됐지만, 감기 탓에 훈련소 성적은 나빠서 결국 머나먼 강릉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7주에 가까운 훈련소 기간을 마치고, 특기 훈련을 받았는데 이땐 거의 놀았지.
11월이 되어 엄청 추웠고, 또 새로받은 군복 맞추느라 시간을 다 보냈던 기억이 난다.
지내던 곳 앞에, 멀리 찜질방이 보였는던 것이 생각난다.(웃음)


NOW LOADING...

자대배치 직전, 복지단 본부에서 2주간 대기.
부모님이 면회를 오시고, 눈이 와서 가끔씩 눈 치우러 다니던 것을 제외하면 한 일이 없다.

주로 아침에 일어나→대기실에 가서 자고→점심 먹고→자고→저녁 먹고→잤던 기억.

지겨워서 '아아, 빨랑 자대배치 받고 일이나 배우고 싶어~' 생각했지만 나중에 후회했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STAGE 1. 사무실

마침내 자대배치를 받고 온 강릉 18비 지구대.
지구대는 부대의 복지를 맡은 부대로, 18비 소속이 아닌 서울의 복지단 소속이다. 즉 파견부대.
18비 지구대는 호텔, 골프장, BX, 술창고를 담당하고 있다. 이런저런 특수성때문에 다른 부대와 틀린 점이 많았다.

가장 먼저, 총 인원.
지구대 대장, 선임 하사, 사병 3명. 지구대 총 병력 5명.
(호텔 쪽에 더 있긴 하지만, 말이 같은 소속이지 거의 따로 지냈으니깐)

총 인원이 5명이다 보니 각종 행사, 훈련에서 지구대는 슬그머니 빠진다. 티도 안난다.
언젠간 교회에 가서 출석체크를 하는데 지구대는 불러주지도 않더라.

호텔은 부대 밖에 있고, 골프장은 민간인&예비역이 운영하니
실제 근무지는 사무실, BX, 술창고였다.
BX와 술창고는 두 선임이 맡았고 나는 처음에 사무실 업무를 배웠는데 배우기만 하고 실제로 별 일도 안했다.
사실 별 일을 하기도 전에 BX로 보내진 탓이지만.

생활은 생활관이 아닌 술창고의 자그마한 방(직감실)에서 했는데 3명이서 지내기 딱 좋았다.
다만 막내인 내가 새벽 5시 20분에 일어나 청소(이게 무진장 힘들다)를 해야 하는데 민간인들 불러서 새벽 2시까지 고스톱을 치는건 좀...


STAGE 2. B.X

지구대에는 5명의 군인 이외에 민간인이 다수 존재했다.
그 중 BX에서 근무하던 누나와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누나가 연달아 그만둔 탓에 새로 인원을 고용해야 했고,
나는 일이 급한 BX쪽으로 보내졌다.(그래봤자 사무실에서 걸어서 2초)

거기서 제대를 앞둔 이병장에게 BX업무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는데,
매장의 물건 수량을 조절하는 일이 가장 골치가 아팠다.

매장의 크기는 일반 편의점의 두배 크기인데, 꽤 넓은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점심, 저녁에는 사람들로 꽉 찼다.
어마어마하게 큰 비행장에 매점이라곤 거기 하나 뿐이였으니.

한가한 시간에도 1분에 한 명씩은 손님이 왔고, 아침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제대로 앉아있을 수 없고,
매점을 둘러보면 유통기한 지난 것은 있나, 부족한 물건은 있나 늘 검토해야 하며
정해진 시간에 오는 유통업체 아저씨들을 상대하며 그런저럭 고생하며 보냈다.

사실 이 BX의 업무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본래 6명이서 하던 일을 TO가 줄어 3명이서 하게 되니,
아무리 쉬운 일도 사람 손이 부족하면 괴로워지기 마련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2년 후에 나는 생각하게 된다. 3명도 많았다고.(젠장)

BX업무에서 제일 괴로웠던 것은, 매번 정산이 안 맞는다는 것이다.
영업을 마치면 아무리 돈 계산을 잘해도 꼭 얼마가 비고, 남는다.
천원, 이천원이면 상관없는데 잘못하면 5만원이 사라지고, 10만원이 사라지고.
그런 일이 생기면 대장의 귀에 들어가기 전에 무슨 수를 써서든 찾아내야 한다.
거의 저녁 9시, 10시까지 돈을 세거나 컴퓨터 회계시스템과 장부를 들여다 본다.
돈 문제는 책임이 막중하기 때문에 무척 스트레스를 받는다.
육체적으로 별 힘은 안들지 몰라도 이 정신적 고통이 장난이 아니다.
괴로운 나머지 자기 돈으로 비는 돈을 해결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난 안그랬지만... 심정은 이해가 간다.


BONUS STAGE. 술차

술차가 온다. 술을 나르는 차다. 몇 톤인지 모르는 커다란 트럭... 이 아니라 화물차가 와서
소주 100박스, 맥주병 500박스, 맥주캔 800박스, 맥주PT 300박스 정도 내리고 간다.

아니, 내리는 것은 우리다. 한 명이 화물차 위로 올라가서 소주 1박스를 들고 밑으로 던진다.
아래 사람이 받는다. 옆으로 던진다. 옆의 사람이 받는다. 다시 던진다. 마지막 사람이 받으면 예쁘게 쌓는다.
중간에 이 흐름이 깨지면 술은 깨져요, 사람은 다친다.

양주 박스를 던지는 때도 있는데 그 때는 정말 재밌다. 잘못 던지면 한방에 50만원.(웃음)
이런 작업은 8시부터 2~3시까지 한다. 이 날은 술창고 영업중지.

끝나고 몇 일간은 근육통으로 시달린다.


STAGE 3. 술창고

어느 날, 갑자기 대장님이 술창고에서 근무하라 했다.
아무래도 나와 선임인 서일병에게 매장과 창고의 업무를 다 익히게 하려는 취지인데,
덕분에 나름 편하던 매장에서 쫒겨나고 말았다.(어디까지나 창고에 비교하면)
게다가 당분간 내가 선임을 가르쳐야 하는 상황도.(이건 이후로도 죽 계속되었다)

술창고에는 손님이 간부들만 오기 때문에 귀찮은 점이 많다.
나중에야, 간부들이 와서 나에게 굽신굽신하고 갔지만(뻥) 초기에는 내가 일이 익숙하지 못해서...
그냥 곱게 술을 사가면 되는데 꼭 무리한 요구를 하는 간부들이 하루에 5명은 있기 때문에 처치곤란했다.
그래도 매장에서 돈문제 생기는 것보단 훨 낫지만.

그 외 창고 업무에는 물건을 주문하는 일이 있다.
오리온, 롯데, 크라운, 해태, 한국코카콜라보틀링, 동아 오츠카, 대아상사, 동이상사, 롯데칠성 등등...
수많은 업체 사람들과 만나고, 정해진 기일에 맞춰 전화하고 스케쥴짜고, 안부 인사도 하며 친해지고,
이러다보니 내가 군대에 온 건지, 취직을 한 건지.

창고 업무는 매장보다 손님이 적어서 비교적 한가했지만, 바쁘게 움직일 때는 매장보다 심했다.
특히 술은 면세상품으로 군부대에서 중요한 사항(?)이다보니 골치아픈 일이 몇 개고 일어났다.
웃기는 것은 일어나는 일이 매번 틀리다는 것인데. 덕분에 응변력이 좀 늘었으려나.

반복적인 매장 일에 비해 머리쓰고 스케쥴을 잘 짜야 하는데다 힘쓰는 일도 많아서 나는 창고 일을 싫어했다.
특히 장부를 쓰는데 매장 장부는 2개인데 비해 창고는 7개.
11시까지 쓰다가 순찰돌던 장교가 불쌍하게 봐준 적이 있다.


BONUS STAGE. 오락

지구대의 오락거리는 탁구!(사실은 고스톱이지만)
인원이 적은 지구대로서 축구나 농구는 불가능. 탁구만이 유일한 스포츠!
지내는 창고 안에 탁구대와 공, 라켓이 비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주말마다 쳤다.
실력차가 있었지만 압도적인 것은 아니여서 꽤나 즐겁게 쳤는데,
제대할 때쯤 되자 모두 마구 하나씩은 터득했다는 이야기가...

그리고 업무를 위해 꽤나 좋은 컴퓨터가 직감실 바로 옆의 카운터에 비치되어 있었는데,
인터넷은 안되지만 거기다가 게임을 깔고 하곤 했다.
처음에 선임들의 꼬임에 넘어가 발더스 게이트2를 가져와 설치했는데, 덕분에 이병장과 많이 친해졌고...
나중에 말하기로는 '게임하는데 도움을 주니 도저히 갈구질 못하겠다' 라고.
새벽 2시경, 이병장 게임하는데 옆에서 구경하면서 개그콘서트에 나온 유상무 흉내를 내곤 했는데(심심해서)
이병장이 게임하다가 중간중간에 막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이후 민간인 형들이 도움도 많아 드라마도 많이 보고, 게임도 많이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10번도 넘게 한 발더스 게이트2, 워크래프트3, 삼국지11.
선임들은 축구팀 운영하는 게임(제목이 생각 안나네...)를 좋아했다.

언젠간 민간인 형이 플스1과 게임들을 갔다줘서 한 명은 휴가, 한 명은 컴퓨터로 게임, 한 명은 플스1이라는 꿈같은 환경을 구축한 시절이 있지만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서일병이 바보같이 박살을 낸 탓에. 서일병은 이때 일로 나에게 오랫동안 구박받았다.


1장 끝, 레벨업!

일병이 되고, 왕고였던 이병장이 제대하는 날이 왔다.
이병장 제대가 못내 아쉬웠지만 이젠 후임도 오고 아침 5시 기상도 안녕이라 생각해서 기뻤는데,
복지단에서 신병을 못 보내 주겠다네요?
대신 관리특기로 가 있는 윤일병(나보다 선임)을 지구대로 보내준다네요?
내 후임은 서일병(나와 4개월 차)이 제대한 다음에야 온다네요?

...1년 반 후에 찾아올 지구대 대재앙(...)의 전조였다.

'요즘의 이것저것'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험이 끝났습니다  (8) 2008.12.19
Q, 레벨업!(2)  (4) 2008.11.29
과제 크리!  (11) 2008.11.24
포스팅 거리  (12) 2008.11.15
Q의 나날  (9) 2008.10.3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