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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 코타로의 소설, 마왕입니다.
꽤 감명깊게 읽었네요.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화를 보고 흥미가 생겨서 독서실에서 소설을 구해 읽어봤는데, 내용이 거의 드래곤 라자 소설판과 만화 만큼이나 차이 나는군요. 만화는 만화 나름의 다른 재미를 추구할 모양인데, 초능력 소년만화 필이 나는 만화보다는 소설판이 더 좋습니다. 강렬한 인상보단 여운이 남는 쪽으로.


사실 이 책을 처음 안 것은 군대에 있었을 때에, 군부대 안의 서점에서 였습니다. 당시에는 서점에서 책을 사다가 읽는 것이 어쩌다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였는데, 이 책이 눈에 띄었던 적이 있었지요. 어떤 책인가 하고 책 뒤를 보자 거기에 간략한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독재자를 지향하는 정치인과 그것을 눈치채고 막고자 하는 초능력자 형제의 이야기 라고.

그것을 보고 대충 내용이 짐작 가더군요. 갑자기 일본 사회에 나타난 카리스마 정치인. 모두의 지지를 받는 그의 정체는 악당. 우연히 그 사실을 눈치 챈 초능력자 형제가 힘을 합쳐 그 정치인과 싸운다는 식이려니~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책은 사지 않았는데, 마침 후에 나온 만화가 딱 그런 내용이여서 실제 읽기까지 그렇게 생각해 버렸네요. 그런데 이게 왠걸, 소설은 전혀 다른 내용이였습니다.

카리스마 정치인이 나오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 본인이 악당인지 아닌지는 잘 알 수 없지요. 다만 주인공인 안도는 그의 강력한 카리스마에서 파시즘을 느낍니다. 정확히는 그 본인이 아닌 그의 추종자들에게서. 그를 지지하는 세력들은 파시즘으로 변화해가고, 대중 전체가 파시즘에 물드는 느낌이 들었기에 안도는 불쾌감을 느끼죠.

안도에게는 '복화술' 이라는 초능력이 있습니다. 다른 이가 무슨 말을 할지 자신이 정하는 능력입니다. 별 쓰잘데기 없지만, 그런 능력을 가지고서도 안도는 딱히 저 정치인과 대적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저 정치인이 대중을 파시즘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늘 그를 불쾌하게 만들지요.


만화를 보면 소년 만화 마냥 액션이 나오고, 초능력을 써서 싸우고, 저 정치인이 명백한 악당으로 나오지만 소설에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소설의 마지막도 스토리 상으로 보면 시시한 결말입니다.(하지만 굉장히 인상적인 결말입니다) 그래도 적잖게 감동적으로 읽었습니다. 내용이 예상되지 않는다는 평범치 못한 점이 재미있네요. 다른 분들도 기회가 있으시면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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