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늦게까지 TV를 보고있던 어느 날.
자정을 넘어 1시인가 2시가 되어가던 때에 재미난 심야방송(...)도 대충 끝나가고,
수많은 케이블 채널에서도 볼 것이 떨어져가던 때에 우연히 보게 된 영화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일본어가 나와서 보게되었는데... 산만한 분위기랄까, 인물이나 사건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배경 전체를 담아내던 화면이 어쩐지 새벽 분위기에 어울려 드러누운채 죽 보게되었죠. 시작부터 본 것은 아니지만 거의 처음부터 봤었습니다. 다만 제목만을 몰랐는데, 키워드만을 가지고 인터넷 검색을 하니 금방 나오더군요. 히로스에 료코의 연애사진(戀愛寫眞)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마추어 영화인줄 알았는데 의외로 제대로 된 영화였군요]


프로 사진가를 꿈꾸는 '마코토'와 그의 연인 '시즈루'.
마코토를 보고 카메라에 흥미를 가진 시즈루는 마코토를 따라 사진을 찍기 시작합니다. 불행히도, 시즈루는 사진에 대해 마코토보다 더 뛰어난 소질을 가지고 있었고 그 일을 계기로 둘은 헤어지게 되지요. '마코토가 훌륭한 프로가 되는 날, 다시 만나자'라는 약속과 함께 미국으로 떠난 시즈루는 간간히 마코토에게 편지와 사진을 보내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학 친구로부터 시즈루가 죽었다는 소문을 듣지요. 편지를 받던 마코토는 절대 그럴 리 없다는 생각에 뉴욕으로 시즈루를 찾아 갑니다...


헤어진 연인을 찾아 뉴욕으로 간 마코토.
마코토는 시즈루가 남긴 사진을 토대로 그녀를 찾아 헤맵니다.
카메라로 그녀가 찍은 풍경을 찍으며, 그녀와 같은 관점으로 풍경을 바라보게 되지요.
현재 그녀는 그의 곁에 없지만 그녀와 같은 풍경을 보며, 자신과 그녀가 겹쳐지는 느낌을 체험합니다.

이 대목이 정말 재밌었습니다. 여기서 '재밌다' 하는 것은 오락적인 의미가 아니라...
뭐랄까요. 완벽하게 전파가 맞았다고 할까요?(웃음)
결국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닙니까.

겨울 풍경이나 빛을 비추는 영상이 새벽의 느낌에 좋았고, 그때는 뭔가 강력한 것보다는 천천히 음미할 것을 원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바랬고 애절한 마음과 극복을 보고싶었죠.
영화를 보며 대충 이런 것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영화 자체가 뛰어났다기 보다는 당시의 감성을 파고들었다고 할 수 있지요. 본디 아무 생각없는 액션영화를 선호하는 편이지만 이런 영화가 남는 것이 더 많은 듯 합니다.

영화 중반의 우연이나 후반의 억지 등, 비판을 받는 구석이 꽤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달리 비판의 여지가 없는 궁극의 작품같은 것을 추구하며 사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컴퓨터같은 냉철한 머리로 작품을 이리저리 뜯어 분석하는 것보다,
어떤 사람들에겐 안 좋을지 몰라도 나에게만은 좋았던 작품을 찾아 헤매이는 인생인 것이겠죠.

마지막, 마코토가 오열하던 모습과 그 뒤의 엔딩이 너무 맘에 들었습니다.
한참 전에 본 영화인데도 문득문득 생각이 나서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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