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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하늘의 소리' 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다름아닌 저 전화기였습니다.
저 전화기의 존재가 바로 하늘의 소리의 배경과 설정, 분위기를 대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수도와 유일하게 연결되는 핫라인. 그렇기에 이것이 울릴 시에는 비상사태.
세상의 끝이라고 불리는 곳에 위치한 시골마을 세이즈.
군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중앙의 명령과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부대.
세상의 굴레에 걸쳐저, 세상사에 자유로우면서 또 자유롭지 못한 성채.

배경이 좋았고, 캐릭터도 나쁘지 않았고, 허접했던 군대 이야기도 좋아했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위와 같은 특유의 분위기, 설정이네요.
이러한 활동배경 만으로 뭔가 에피소드가 떠오를 것 같은 느낌입니다.
캐릭터가 중심인 작품이라면, 어디를 가던 주연들이 있음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하늘의 소리는 왠지 뭐랄까, 다른 캐릭터가 와도 저 장소에서 하늘의 소리다운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군요.

그 느낌이 가장 좋았습니다.



─하늘의 소리 이야기를 하면서 배경 이야기를 자주 했던것 같네요.
캐릭터 이야기를 하자면, 이쪽도 꽤나 괜찮았습니다.
성격이 좋다던가 하는 것이 아닙니다.
케이온의 리츠처럼 막 끌리는 캐릭터는 없었네요.

다만 5명의 소녀들이 각자 나름의 과거를 가지고 있어서 보다 입체적인 개성을 느낄 수 있던게 멋졌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리오.
리오의 기본성격을 보자면 남자같고, 진지하면서, 의외로 헤타레고, 그래도 제대로된 선배 노릇을 하고...
다만 리오의 에피소드들을 보면 그런 성격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언행이 보이죠.
누군가에게 지켜졌기 때문에, 자신도 지켜야겠다고 결심하는 것 같이
이야기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그런 과거를 가지고 있었다는 듯이 행동하고 있었습니다.
폭풍우가 불던 날(9화) 애들은 싫다고 짜증내는 모습은 언뜻보면 성격이 급해서 그런 걸로 보이지만
사실은 과거, 어린애들 때문에 소중한 사람을 잃은 일이 있었기에 보인 행동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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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인 왕가슴녀도 반품(...)하려다 말았던 것이, 과거 이야기가 너무 좋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의 모습만 봐서는 도무지 좋았던 점을 꼽을 수 없었지만
그런 과거를 지니고 현재에 도달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한참을 달리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러한 점들이 참 좋지 않았나 합니다.



─과거, 라고 해서 말인데 이 애니가 의외로 떡밥투척이 자주 있었죠.
감상을 보아하니 사람들이 꽤 많이 낚였던거 같은데 이 사람 생각은 그게 뭐이리 중요하나 싶었군요.

하늘의 소리에 나왔던 떡밥들은 마지막 반전이나 전개를 위한 결정패... 라는 느낌보다
작품의 중심이었던 리오의 고민, 결심을 순차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장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일단 리오와 그 사람(이리아)의 관계는 3화 정도에서 대충이나마 눈치챌 수 있죠.
누군가를 동경했고, 지금은 동경받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일을 해나가야 할지...
그것을 순서대로 나타났고, 그 과정에 맞춰 모자이크를 맞추듯 과거 이야기가 밝혀졌습니다.

리오의 성장에 맞추어 드러났던 과거들. 떡밥은 이 성장 이야기를 위한 것이라고 봅니다.
꽤 괜찮았다는 느낌을 받았네요. 으음, 그 악마 이야기는 상당히 미묘했지만.



─좋았던 기억이 꽤 많았던 하늘의 소리였지만 마지막 두 화는 폭풍처럼 까여도 할 말이 없군요.
위에 말했듯이 이 애니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변경이라는 설정이기도 했는데, 갑자기 세상의 중심이 된 듯한 이 이야기는 뭐랍니까?
개인 취향일지도 모르지만, 이런 이야기를 해서 대체 누가 기뻐한다고.

전쟁을 막기 위해 왕가슴녀가 반란 비스무리한 행위를 하고 그것을 위해 활약하는 것은 좋습니다.
그녀가 과거에 겪었던 전쟁을 생각하면 죽는 한이 있어도 막아야 겠다고 결심해도 이상하진 않겠죠.
다만 연출과 설명이 부족해서 '그냥 별 개념없이 맘대로 행동하는' 모습으로 비춰진 건 심히 유감입니다.

막판의 타케미카즈치가 움직이는 모습은, 작중내내 고철덩어리였던 탓인지 감동적이긴 했지만
애들이 전차를 타고 나간 이유가 꼭 그런 것이여야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연주로 전쟁을 막(히)다는 것은 심히 유치한 발상이 아닌가 싶네요.

막판 타케미카즈치의 활약이 꼭 그런 상황에서 나오지 않아도 됐을 겁니다.
'노란 손수권'(책)에서, 2차 대전에서 독일군과 연합군이 산속에서 만나 서로를 돕는 실화가 나옵니다.
같은 군법위반이라도 이쪽은 끝없이 감동적이거늘...

스토리도 문제였지만 연출이 가장 큰 문제였죠.
"모두가 이 세상은 끝났다고 말하지만... 저는 이 세상이 좋아요." ←작품과 잘 어울리는 대사였지만
12화는 그 정도의 감상도 느낄 틈을 주질 않아서... 쳇.
마지막까지 분위기는 제대로 이어나간듯 하지만 전개가 허접한걸요.
원작이 있는 작품이었다면 마무리가 이렇게 허접하지 않았을까요. 애니메의 힘, 이기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하여간 끝났습니다. 이 애니에 대해 품은 아쉬움은 나름 재밌게 봤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 생각해야겠죠.
막판에 대차게 망친만큼 끝이 안 좋지만, 좋았던 점은 확실히 좋았습니다.
특히 캐릭터가 하는 사소한 행동이 그 인물의 과거와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 계속 기억에 남겠네요.

재밌게 봤던 화들은 대충 포스팅했던 이야기들이네요.(안 했던 화는 재미없었...)
5화와 9화가 특히 재밌었고, 8화는 기적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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