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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나왔던 때가 작년이었던가요.
화제가 되기도 했고, 그런저럭 재밌게 봤었습니다. 영상에 분위기가 맘에 들었죠.
만화책이 원작이고 원작이 더 뛰어나다는 평이 많아서 만화도 보려고 했지만 좀체 기회가 없었는데,
마침 친구에게 빌려서 볼 수 있게 되었네요. 어... 사실 만화를 본 지 3달 정도 됐습니다.


왓치맨에 대한 추천평을 적기 위해 여러가지 고민을 했지만 다 소용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사람이 왓치맨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거든요.^_^

처음 왓치맨 만화책을 받았을 때, 책 뒷편에 적혀있던 선전문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소설 100선에 들어간 유일한 그래픽 노벨.
영화로 먼저 접하여 대략적인 스토리를 알고 있었기에 적당히 납득하고 넘어갔었는데,
책장을 넘겨보니 이런, 상상의 범주를 넘어 이해할 수가 없었던 세계가 거기에...

처음 읽었을 때, 먼저 알고 있던 영화의 스토리가 아니었으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고 그냥 좌절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을 몇 번이고 되풀이 해 읽고, 또 읽고...
그러다 마침내 시험 기간의 힘을 빌려 대충 이해가 가는 경지에 올랐지요. 음...

왓치맨은 만화이면서도 소설보다 이해하기 힘든 구조였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작중내내 계속해서 '상징' 이 표현되는데 그게 무얼 의미하는지 곰곰히 생각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죠.
이것이 상징인지는 알겠는데, 무엇을 의미하는지 마지막까지 몰랐던 것이 많습니다.
다만, 이 장면이 없었다면 전체적인 느낌이 달라졌을 거라는 짐작만 있었죠.


이해하지 못하면서, 그러고도 굳이 이 작품을 추천하자면
다 읽은 후에도 끊임없이 사색하게 해주는 힘을 가진 만화였다는 겁니다.
양키센스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사람도 마찬가지고요.
만화 전개 방식이 익숙하질 않아 보기 힘들었지만 읽고 난 다음에 오랫동안 느껴지는 충격과 감동은 좋았습니다.
왓치맨이란 작품이 지닌 강력한 힘을 느껴보고 싶으신 분은 한 번 보시는 것이 좋겠네요.


아래는 감상.

왓치맨은 당시(1980년대)의 미국사회를 반영하여 그린 작품입니다.
다만 패러럴 월드로, 냉전에 대한 공포가 훨씬 깊고 어두운 사회를 그려냈죠. 작품내내 느껴지는 도시의 시궁창적 이미지가 아주 끝내줍니다. 약물, 동성애와 차별, 범죄, 정치혼란 등. 핵전쟁은 막연한 두려움이 아니라 다가올 현실이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말세적 분위기와 절망이 넘쳐 흐릅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히어로가 나오는 작품이지만, 이 역시 피폐적입니다.
그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든 개선하고자 하지만 그럴 힘이 없습니다. 사실 그들도 어두운 사회 바깥 부분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그 사회에서 태어났고 자라며 사는 인간들이죠. 한계에 부딫힌 절망감,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사명감, 그런 모습이 잘 나타났지요.

마지막 그들이 선택한 결론에 대해, 저 어두운 사회를 구하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이 사용됐지요.
그 방법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던 것처럼 묘사됩니다. 세상의 모든 문제를 쌓아두고 있다가 다함께 날려버린 꼴입니다. 뭐랄까요, 마치 청소를 안하고 있다가 먼지가 너무 쌓여서 집채로 날린 것 같더군요.
도시가 날라가기 전, 서로가 서로를 돕는 모습을 보면 더욱 한스럽게 생각되는 결말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제인이 닥터 맨하탄과 화성에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부분.
과거에 겪었던 사건이 조각처럼 맞춰져가며 마침내 진실을 깨닫고 제인이 울부짖는 장면이 계속 기억에 남습니다.
컷 연결과 연상이 잘 안됐던 작품이라 중간의 장면을 상상할 여지가 있었죠.
연출도 좋았고, 왓치맨을 생각할 때마다 그 장면이 가장 감동적으로 느껴집니다.
영화에서는 로어쉐크의 마지막 장면. 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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