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어디서 들어봤다 했는데 스타리그.(...)


─최근에 이 만화를 다시 보고 있습니다.
일전에 드래곤볼과 슬램덩크도 다시 봤던걸 생각해보면,
명작은 적당한 주기로 자주 보고싶어지는 법인듯 합니다.


─타이의 대모험에 대해서는 특별히 생각나는 추억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챔프(만화잡지)에서 연재하던 것을 1화부터 봤고
꾸준히 보지는 못했지만 내용을 알 정도로 마지막화까지 죽 봤었기 때문이겠죠.
그래서인지, 각 장면들을 보면 잡지나 부록으로 만화를 읽던 옛 시절이 떠오릅니다.


─여러가지 골치아픈 단점을 많이 지닌 만화이기도 하지요.
특히 죽은 애 다시 돌아오는 것은 진짜... '사실은 살아있었다' 를 후반에 너무 남발해서 빈축을 샀었죠.
어찌나 심하면 타이의 대모험을 가지고 '좀비들의 향연' 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정작 타이가 마지막에 부활을 못했...)

그리고 정의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과 그에 관한 고뇌가 없다는 것도 문제.
애시당초 악역인 버언은 나쁜 짓을 하는 악당이라는 이미지보다,
믿고있는 신념이 틀린 적, 이라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그걸 그냥 악이라고 족치는 모습을 보면 참...

그런데 이러한 단점들을 차지하고서라도 이 만화는 끝내주게 재밌습니다.


─제대로 만들어진 장편 판타지 만화(사실은 DQ)가 희귀하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초반의 자그마한 모험에서 시작해, 순서에 맞게 레벨업을 하고
마지막 보스와 싸우는 단계를 제대로 밟았다는 점이 은근히 감동적입니다. 중간에 늘어지는 부분도 적고.
거기다 검사, 마법사, 격투가 같이 직업분배도 좋...
아니, 솔직히 말해서 기억나는건 전사계인 타이와 흉켈, 마법사인 포프 뿐이군요.
크로코다인도 좋았지만 후반에 너무 잉여라.

판타지 만화라고 했지만, DQ라 그런지 소년만화라 그런지, 정식 판타지라는 느낌보다
필살기로 승부보는 무협물같은 느낌이었죠. 그래서 애들에게 인기가 좋았었죠.


─등장인물도 개성적이였지만 사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필살기입니다.
그 전설적인(...) 아방 스트랏슈를 비롯해서 메드로아, 초마폭염패같이
DQ에 얽메이지 않는 고유의 필살기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아방 스트랏슈는 초반에 최강기였고, 후반에 좀 밀렸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위력을 자랑했었죠.
보통 에스컬레이터 방식의 만화라면 초반 필살기는 금방 묻히기 마련인데,
타이의 대모험에선 별로 그런 일이 없었던거 같네요.
아방 스트랏슈와 더불어 포프가 사용하는 극대소멸주문 '메드로아' 역시 아직도 회자되는 최강마법.

하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필살기는 버언의 천지마투의 자세군요. 그 자세는 잊을 수 없습니다.
원래 버언이라는 캐릭터가 좋은데, 필살기들이 하나같이 매력적이라서요.
카이저 피닉스, 피닉스 윙, 카라미티 월, 카라미티 엔드, 그리고 천지마투의 자세.


─버언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정말 안습하다고 생각합니다.
출연작을 잘 만난건지, 잘못 만난건지.

(첫등장시)노인의 모습이었지만 근엄한 것도 아니고, 악랄한 것도 아닌
특유의 카리스마가 최고였습니다. 지금봐도 놀랄 정도.
버언과의 첫 대전에서 한 방에 타이를 날린 장면을 연재로 본 기억이 생생하네요.

버언의 목적은 지상을 없애고 마계에 태양빛 좀 쐬어주자는 건데,
스케일이랄지, 이상이라고 할지 굉장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한 것도 아니고, 최후반에 보면 목숨을 걸고 지상을 파괴하려던 모습은
아무리봐도 '악당' 이 아니라 강한 신념을 지닌 영웅이지요.
타이 일행으로선 막아야 했지만, 대마왕이라고 그냥 '악' 으로 지정되서 공격당한 걸 생각하면 눈물이...
타이가 이기면 뭐합니까. 마계는 그냥 죽으라는 거죠.

이 이야기가 나오는 '태양을 내 손에' 에피소드를 제일 좋아합니다.


─사실 타이의 대모험 이야기를 하면서 포프 이야기를 빼놓을 순 없지요.
인기도 많고, 이 사람도 좋아합니다.
그럴 것 같지 않으면서 엄청 활약이 많은 캐릭터죠.

예전에는 용기에 각성하는 모습이나 해들러와의 최후(...)가 가장 맘에 들었는데
다시보니 가장 눈물나는 장면은 메칸테를 쓰는 부분.
"너와는 산전수전 다 겪었지만 즐거웠다. 하지만 내 모험은... 여기까지야." 이 부분이 찡하더군요.
지금이야 다시 살아 돌아온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몰랐을 때에는 어떤 느낌으로 읽었을지...


─예전에 두 번이나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읽으니 전혀 기억이 안나는 부분이나
새롭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음, 그런데 제목이 '타이의 대모험' 인게 지금 생각해보면 재밌네요.
요즘 같았으면 좀더 간지나는(=중2병스런) 제목이었을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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