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왕에도 가끔 이런 모에한 카드가 있습니다!!




능력자 배틀물도 어느 새 하나의 장르로 굳건히 자리잡은 시대입니다.

능력자 배틀물, 참 재미있죠.
기묘하면서 신기한 초능력을 가진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서로 자기 솜씨를 뽐내며 싸우는 거 말이에요.
주어진 능력을 어디까지 효율있게 써서 싸울 수 있는지,
새로 등장한 강력한 적의 능력은 대체 무엇인지,
왠지 상상하기 좋은 세계관이니깐요.
(그래서 중2병의 대표적 장르기도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재미난 것은 역시 '주요 인물의 능력이 대체 무엇이냐' 생각해보는 것이죠.
이를테면, 주인공이 아직 능력을 개화하지 못했다고 했을 때
주인공의 능력이 무엇인지 추측, 혹은 상상하는 것이 그렇게 재밌을 수 없지요. 중2병틱하지만.
반대로 최종보스의 능력이 무엇인지 상상하는 것도 좋습니다.
거기서 더 나아가 팬들은 자기가 상상한 설정으로 팬픽을 짜기도 하는데 그게 툭하면 먼치킨.(먼산)



음, 생각해보니 말이죠. 요즘 유희왕이 능력자 배틀물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카드 게임이니 만큼 강력한 카드 한 장, 한 장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40장이 넘는 카드 덱을 만들다보면 그 덱에 일종의 테마가 정해지곤 합니다.

몬스터를 대량전개하여 힘으로 밀어부치는 비트 다운 계.
락(lock)을 걸어서 상대 행동에 제약을 걸고 자기 페이스로 유도하는 락 계.
상대의 행동을 보고 그 행동에 따라 카운터를 날리는 퍼미션 계.
상대의 덱을 파괴하여 승리한다는 변칙적인 전략 위주의 덱 말살 계. 등등...
(유희왕 5D's의 주인공, 유세이의 덱은 카드 하나하나는 약하지만 모이면 큰 힘을 발휘하는 테마로
작품의 주제인 '유대' 를 강조하는 장치 역할을 하기도 했죠.)

마치 원피스의 자연계, 초인계 같이 이런저런 테마로 나눠지고
그 안에서 또 여러가지 카테고리로 나눠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덱을 가진다는 것은 능력자 배틀물마냥 하나의 능력을 가진 것이 되고
자신의 능력(덱)으로 상대방 능력(덱)에 맞서 싸운다는 구조가 비슷하죠.
특히 게임 초반에는 카드를 덮어놓은 상태로 세트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 카드가 뒤집어지기 전 까지 상대방 덱, 전략을 모른다는 점이 재밌습니다. 알게 됐을 땐 상대방은 이미 콤보를 시전.

참고로 이 사람의 덱은 비트 다운 계의 언데드 덱입니다.
무덤으로 몬스터를 보내서 언데드로 부활, 몬스터를 대량전개하는 수법이죠. 히히.


위와 같이 말했지만 유희왕 온라인을 하다보면 승률덱을 굴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뭐, 누구라도 뒤떨어지는 능력을 가지고 싶지 않겠죠. 그러다보니 천편일률적으로 강한 덱들만 보이는 실정입니다.
검투수 덱, 라이트 로드 덱, 블랙 페더 덱... ←이 사람이 제일 싫어하는 덱들. 이기질 못 하겠어요.
오프라인이라면 장난삼아 희안한 테마의 덱을 짤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친구인 타오 말입니다.
애가 온갖 잡다한 카드를 모으다보니 흑화(?)해서 점점 이상한 테마의 덱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이름하여 '상대방 말려 죽이는 덱'. 테마는 퍼미션+락+큐어번.

잠깐!

퍼미션 이란? 상대방에게 카운터를 날립니다. 몬스터를 소환하면 소환취소하고, 마법을 쓰면 마법취소 시키고, 함정을 쓰면 함정 취소시킵니다. 당하면 매우매우 열 받습니다.

락 이란? 상대방이 공격하지 못하도록 락을 거는 겁니다. 대세인 비트 다운 계는 이걸 당하면 할 일이 없고 똥줄만 탑니다. 매우매우 짜증납니다.

큐어번 이란? 자기 라이프는 회복하고 상대방 라이프는 효과 대미지(번)로 깎는 겁니다. 당하면 속이 부글부글 끓습니다.

물론 이런저런 테마를 섞었기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진 않지만 하나같이 상대방 말리는 테마이기 때문에
어찌저찌 돌아가는 덱입니다.

이 덱의 가장 큰 문제는, 듀얼에 제한 시간이 있는 유희왕 온라인에서 진가를 발휘하죠.
게임 한 판을 하는데 보통 10분이 걸린다고 치면, 저 덱을 상대로 싸우려면 이겨도 30분입니다.
제한 시간이 있기 때문에 시간만 질질 끌다가 타임 아웃으로 이기거나(......) 종언의 카운트 다운으로 승리하죠.

잠깐!

종언의 카운트 다운 이란? 라이프 2000을 째고 발동합니다. 20턴 후 승리합니다. 다만 '버티기' 를 해야해서 그런지 많이 쓰이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대세는 비트 다운!)

...하지만 타오의 저 덱을 상대로 싸우면 50턴은 훌쩍 넘어가기 때문에 저게 먹힙니다.
원래 저렇게 쓸려고 만든 덱이겠지만.


아, 엇그제 타오가 저 덱으로 영국인 상대하는 모습을 보니깐 정말 토 나오더군요.
상대방은 굉장히 강력한 비트 다운 계로 초반에 질풍처럼 몰아쳐서 타오의 라이프를 350까지 깎였습니다.

타오: 아, 한 방만 더 맞으면 죽네.

리엽: ...차회 예고나 해.

잠깐!

차회 예고 란? 유희왕 애니를 보면 여러 화를 걸쳐서 듀얼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강적이 나오면 초반에 주인공을 막 밀어부치고 주인공 라이프는 개피가 됩니다. 그런 상태로 위기감을 조성하고 그 화는 끝, 다음 화부터 폭풍같은 역전이 일어나지요.(비단 유희왕만의 특색은 아니지만) '차회 예고나 해' 라는 말의 의미는 "아앗! 타오의 라이프가 순식간에 350으로!! 과연 타오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다음 화에 계속!" 을 하라는 의미입니다.(...)


그 이후에 락이 걸리고, 또 회복하기 시작해서 결국 듀얼 시간은 1시간 가까이, 턴은 60턴이 되어서 타오가 승리했습니다.

타오는 신나서 저 덱을 막 쓰고 다니는데, 싸우는 모습을 보니 왜 저런 덱이 인기가 없는지 알겠더군요.
보통 유희왕은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인데, 현실에서 저런 덱을 썼다간 분명 체어샷을 맞고 실려갔겠죠.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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