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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CANAAN의 원작이라고 하네요


─클리어 했습니다.
아직 추가 시나리오는 남았지만 그것들 보려면 좀 야리코미를 해야하니. 일단 메인 스토리만.
간단한 감상을 얘기하자면 '오락거리'로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좋았던 이야기.



─주인공은 5명, 작중 진행되는 시간은 10시간.
5명의 주인공이 각자의 스토리를 진행해가며,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면서도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하나의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

각 인물들의 사정이 순수하게 재밌기 때문에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텍스트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다' 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섯 가지의 덕을 실천하는 이로서, 모에모에 그림이 아닌 실사라는 점이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겠는데요
그 대신 어마어마한 장점이 있습니다. 배경 사진이 쉴 새 없이 바뀐다는 점이죠.

이 게임에는 사진이 수 백, 수 천장이 사용되어서 거의 5~6줄의 글당 하나의 사진이 표시됩니다.
에로게(...)로 치자면 문장이 5~6줄이 표시될 때마다 새 CG가 뜬다고 보면 되죠.
수 백장의 CG를 그림으로 그린다면 일러스트레이터가 죽어나가겠지만 사진이니 그런 수고를 덜었겠지요.

그렇다고 제작진이 편하게 갔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수 백장의 사진, 그 사진의 구도, 연출. 섭외한 유명 아이돌이나 가수, 배우. 그리고 배경이나 소품 처리 등등.

엑스트라까지 치면 꽤나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장소도 끊임없이 바뀌기 때문에 쉽게 촬영했다는 생각이 안 듭니다.
게임을 하면서 내내 느낀건데, 드라마를 보는 것 같습니다. 실제 드라마처럼 만들었고.

늘 새로운 사진이 표시되기 때문에 분위기가 정체되지 않고,
사진이 많이 나오니 시각적 묘사를 최소한으로 할 수 있으니 글이 간결해지고 읽기 편해집니다.
추상적인 묘사나 쓸데없이 긴 설명이 없어서 텍스트를 읽는 수고가 적습니다! 비바, 실사!

그리고 등장하는 남자들이 너무 잘 생겨서 보는 것이 즐겁기도 합니다.(...)



─다음은 각 주인공들의 간략한 시나리오 설명과 감상.



카노 신야

시부야의 형사. 처음에는 '애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공무원이니깐' 이라는 이유로 경찰이 됐지만
선배 형사인 '타테노' 의 모습을 보고 열혈 형사의 혼을 깨우친 젊은 형사.
오사와 마리아 납치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사건 당일 시부야 전역을 뛰어다닌다.
그런데 그 때! 결혼을 결사반대하던 장인어른(...)으로부터 '시부야에 왔으니 한 번 만나자' 는 연락이 오는데.
과연 카노는 사건을 무사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또 결혼허락은 받을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이야기.

보면 알겠지만 진지한 형사물이면서
'결혼을 반대하던 장인어른을 마침내 만나서 얘기할 수 있다. 그런데 사건을 내팽겨칠 순 없고...'
같은 코믹한 상황이 겹친 이야기입니다.

전체적으로 일본의 형사 드라마물 같은 이야기. 아치 스토리와 더불어 가장 뜨겁고,
남자라면 주먹을 불끈 쥘 만한 시츄에이션이 끝없이 나옵니다.
'서툴지만 그래도 노력하는, 그래서 모두에게 인정받는' 그런 주인공이 진행하는 이야기.
가면라이더 블레이드의 닷디야나쟝과 비슷한 느낌이네요. 배우도 같고.
그런데 아마노 씨, 분명 그 때보다 나이는 더 들었을텐데 더 젊어진 느낌에 더 잘 생겨 졌습니다. 아하하...




엔도 아치

시부야를 사랑하는 청년. 매일같이 시부야 거리의 쓰레기를 줍고 곤란한 사람을 돕는 등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그 날도 아치는 시부야의 거리를 청소하던 중 목숨을 위협받는 히토미란 여대생을 구해주게 된다.
히토미를 위협하는 악당들과 싸워나가며 우연히 아치는 거대한 사건에 휘말려 들게 되는데...


...라는 스토리.

딱 보면 알겠지만 뭔가 라노베틱한 스토리입니다. 고교생은 아니지만.
우연히 여자아이를 구해주고 사건에 휘말리고 종국에는 만인을 구하게 되는 영웅이 되는 스토리를
무리없이 잘 풀어냈습니다.

아치 스토리에서 가장 볼 만한 점은 '실제로는 우연이지만 스토리적으론 필연' 인 상황을 잘 표현했다는 거죠.
사건의 핵심에 다가갈수록 그런 점이 잘 느껴집니다.

배우 인상이 처음 봤을 땐 뭔가 나쁘다는 느낌이었는데... 보다보면 점점 호감가는 청년입니다.
바보지만, 쓸데없는 잔머리를 굴리기보단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몸을 던지는 모습이 멋졌습니다. 




오사와 켄지

납치당한 오사와 마리아의 아버지. 유명한 바이러스 연구자.
바이러스에만 관심이 있고 사람을 대하는 것은 불편한 타입.
딸이 납치되어 불안한 와중에 의문의 협박메일을 받는 등, 그의 신상에 사건이 벌어진다.


...이런 이야기.

다른 캐릭터들은 하루종일 시부야를 돌아다니는데 이 인물은 하루종일 집에만 있습니다.
딸이 납치당한 와중에 어딜 쏘다니겠냐만.
덕분에 활발하게 움직이는 이야기는 없지만 대신 인물의 심리묘사가 매우 상세하게 나옵니다.
인간을 마주하는 것이 서툴렀던 그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다시 깨우치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전체적으로 소설같은 이야기.
게임내내 자책하고, 반성하고, 괴로워하다 마침내 일어서는 모습을 보면 감동을 아니 받을 수 없네요.
(일부로 분장한 거겠지만)지저분한 외모가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 왠지 멋지게 보일 정도로 인상이 바뀝니다.




미노리카와 미노루

열혈 프리라이터. 사건 당일 아침, 신세지던 출판사 편집장으로 부터 자살할 거란 전화를 받고 출판사로 달려간다.
사정인즉, 편집장의 실수로 회사가 파산위기에 처했다고.
파산을 면하는 유일한 방법은 다음 호 가쉽잡지를 무사히 출간하는 것!
그러나 남은 페이지는 12페이지에 직원은 도망쳤고 인터뷰는 하나도 안 되있고, 마감 시간은 10시간 후!
미노리카와는 편집장을 위해 이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데.


...영화같은 이야기. 가장 뜨겁고 재밌던 시나리오입니다. 설정도 간단하면서 재밌지 않나요?
이 시나리오를 읽다보면, 사회에서 인간이 1분 1초를 얼마나 아껴가며 최선을 다할 수 있는지 느끼게 됩니다.

원고마감까지 몇 시간 남지 않았는데 원고를 쓰던 노트북이 다운된다던가(...), 고쳐놓으니 도둑을 맞는 다던가,
인터뷰하러 갔다가 싸움에 휘말리고, 길가다 폭파테러에 휘말리고,
중간에 편집장은 다시 자살하겠다고 난리를 치고...
이런 생각만해도 끔찍한 일들이 쉴새없이 터져나가지만, 또 그만큼의 행운이 따르면서 일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저렇게 열혈로, 최선을 다 해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깐, 시나리오를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응원하고, 힘을 내고 싶게끔 만들어주는 힘이 있지요.
개그도, 감동도, 재미도, 어느 것도 놓치지 않은 베스트 시나리오입니다.
(또 다른 의의로는, 여기서 가장 많은 복선이 뿌려집니다. 이 시나리오에서 아무렇지 않게 툭툭 던져지는 복선이 다른 시나리오에서 멋지게 회수되지요)

이 미노리카와라는 캐릭터는 애니메이션 카난에도 등장한다고 하네요.




타마

급히 돈이 필요해서 알바를 시작한 타마. 그런데 알바를 위해 입고 있던 고양이 인형 옷이 벗겨지지 않는다?
사기꾼 사장을 따라다니며 다이어트 식품을 팔게 되는데. 맘에 드는 일은 아니지만 돈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그냥 개그 시나리오.

사실 본편 사건과 꽤 연관성이 깊지만 그건 중반 이후의 이야기고, 중반 이후는 별 재미가 없어집니다.
그래도 마침 재미가 없어질 쯔음에 시나리오가 끝나서...
음, 모든 시나리오는 각자의 얘기가 있지만 이 시나리오만 중반 이후에 본편과 연관성이 높아져서 재미도가 떨어지는 것일지 모르겠네요. 이 게임의 장점은 모든 이야기가 각자의 스토리를 가졌다는 점이니깐.

그래도 개그는 엄청납니다. 보면서 몇 번을 웃었는지 몰라요.
특히 베스트 개그는 미라클 스톤. 미노리카와 배드 엔딩과 연관해서 보면 기절할 정도로 웃깁니다.



─이 게임은 재밌습니다.
그런데 보면 철저하게 재미만을 추구했다고 볼 수 있네요. 어디까지나 오락거리라고 할까요.
마치 영화관에서 오락용 영화를 보고 나온 느낌? 엔딩을 보면 특히 그런 생각이 들고.

나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재밌습니다.
다만 슈타게나 괭이갈매기처럼 훔뻑 빠져들어 허우적거리게 되는 현상(...)은 없지요.
주인공이 계속 바껴서 감정이입이 힘든 면도 있지만.

위에 말했듯이 비쥬얼 노벨이라기 보단 드라마 한 편을 본다는 감각으로 생각하면 될 듯 합니다.
실제로도 작중 한 시간이 흐를 때마다 드라마처럼 예고편이 나오고요,
결정적인 순간에 '다음 주에 계속' 같은 느낌으로 이야기를 끊으니깐요.
↑실제 일주일을 기다릴 필요가 없어서 저런 장면이 나와도 짜증은 안 납니다.

이 게임의 강점은 '잘 만들어진 텍스트 게임' 이라는 점.
이 점만으로 패미통 만 점을 받은 것인가 생각하면 대단함을 알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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