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 작가(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책을 막 찾아서 읽고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책장 사이를 지나가다가 '밀실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라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진짜 아무 생각없이 책을 꺼내 봤지요. 그런저럭 재밌었기 때문에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몇일 후, 서점에서 위 책을 읽었는데 꽤 재밌더라구요.
이 사람은 심심하면 서점에 가서 추리소설을 서서 읽는 것이 취미인데 저 책은 워낙 재밌던터라 사 버렸습니다.
다 읽고, 큰 만족감을 느끼며 역자 후기를 읽는데, 아니 글쎄 이 책과 전의 그 책이 같은 작가의 작품이네요!


─그 사실을 알고 '아아, 어쩐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추리소설임에도 개그를 멈추지 않고 글에 위트가 넘치고
어딘가 마다오같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이 흡사 라노베를 읽는 공통된 느낌이 있었는데 그제야 이해가 갔습니다.

그렇다 쳐도, 아무 생각없이 도서관에서 꺼내든 책과 서점에서 서서 읽은 책, 양 쪽 다 만족하고 보니 같은 작가라니.
자연스레 작가에게 관심이 생겨서 책들을 찾아서 연거푸어 읽는 중이지요.
작가 데뷔는 2002년에 했다는거 같지만 인기를 얻은 것은 최근이기 때문인지 국내정발도 대부분 2012년에 한거 같네요.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재벌 집 아가씨이지만 집안 회사에 들어가기 싫었던 호쇼 레이코 양. 자기 능력으로 출세하고 싶어서 공무원(=형사)이 되어 그 후 다양한 사건들을 접하는 단편 모음집입니다. 대충 패턴은 레이코가 살인사건을 맡게 된다→사건이 미궁에 빠진다→집에 돌아와 저녁식사를 하며 집사에게 불평을 하는데 집사는 얘기만 듣고 사건을 해결한다, 는 식.

이 작품이 엄청난 인기를 타서 작가도 흥했지요. 드라마 화도 됐다고 하죠.


─트릭은 간단하면서 기발합니다. 또 어렵지 않아 눈치 좋은 사람은 여러 단편 중에 절반은 해결할 수 있을지도...
그보다 문제는 캐릭터죠. 재벌가 딸이면서 형사의 길을 건 레이코나 정중하면서 언제나 을의 입장이지만 추리력은 뛰어난 집사의 콤비가 꽤 재미납니다. 특히 집사는 충성스레 보이면서 '그 정도 사건도 해결 못하시다니... 아가씨는 멍청이입니까?' 라고 폭언을 일삼는데 그게 악의가 느껴지거나 짜증나기 보단 살짝 통쾌한 느낌이 드는게 좋죠. 아마 평소에 레이코가 집사를 갈구는 관계이기 때문인거 같은데...

추리소설의 재미는 잘 짜여진 트릭보단 탐정의 개성이 중요하다! 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 터라, 이 작품이 꽤 맘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재벌 집 형사' 나 집사라는 기묘한 설정에서 나올 수 있는 갖가지 재미난 장면들을 자연스레 연출하고 있습니다.


─트릭에 대해서는... 음, 맨 처음 사건이나 중간 결혼식 사건은 아이디어가 기발했습니다. 그 점이 괜찮았네요.
단편이라 한 마디로 뭉뚱그려 뭐라 말하기 힘드네요. 으...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

─오징어 잡이로 흥한 어느 어촌 마을. 그 마을을 오징어 잡이의 전통 탓에 '이카가와 시' 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는데...
뭐, 일본어 아시는 분들은 '이카가와시' 가 무슨 의미인지 아실테죠;
이건 썰렁한 개그지만, 대충 이런 센스로 글을 재미나게 쓰는 작가입니다. 읽다가 개그가 뻥뻥 터진다기 보단 계속해서 히죽히죽 웃으며 볼 수 있다고 할까요.


─이 작품은 작가의 데뷔작.

영화학과에 다니던 대학생 도무라 류헤이는 감독의 길을 포기하고 취직을 결심합니다.
선배의 도움을 받아 중소기업에 취직하게 됐지만 '꿈이 없다' 는 이유로 애인에게 헤어지고 비참한 신세가 되고 말죠.

취업 축하 및 마음의 위로도 할 겸 선배의 집에서 영화를 보게 되는데,
집 밖에서는 애인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집 안에서는(밀실!!!) 선배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틀림없이 범인으로 몰리게 될거라 생각한 류헤이는 경찰의 눈을 피해 도망쳐 나와 자형인 탐정, 우카이 모리오에게 몸을 의탁하게 되는데... 이런 식의 이야기.


─사건 구성이 굉장히 간단하고, 그 사건을 이루게 만드는 트릭이 꽤나 기발해서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작품.
 이 작가의 작품은 캐릭터성이 굉장히 강하고 가볍게 읽히는 문체를 써서 라노베같은 느낌이 드는데,
첫 작품은 사건이 중심이란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등장인물들도 그렇게 까지 마다오는 아니고.
(하지만 이들은 후속작에서 마다오가 됩니다. 개성이 강해진 만큼 사회쓰레기가 된다는 느낌)

후속작들 처럼 개그가 대놓고 나오지는 않지만 우스꽝 스러운 상황이 여러 번 연출됩니다.
역시 읽으면 즐겁고, 추리소설 특유의 '수수께끼에 대한 궁금증' 도 계속해서 증폭시키는 작품.


─이 트릭 말인데요... 모든 트릭이 그럴 지 모르지만 딱 하나의 고리만 찾으면 풀리는 구성입니다.
그런데 그 하나의 고리를 정말 기묘하게 감춰두어서 난 마지막까지 찾지 못했었죠.
게다가 자잘한 힌트를 주기보단 딱 필요한 정보만 줘서... 하지만 그만큼 사건이 너무 단순합니다.
"밀실인데 사람이 죽었다. 자살이라 하기엔 동기가 전혀 없다. 문은 잠겼고 수상한 사람이 사건시간 즈음에 오가는 것도 전혀 목격되지 않았다. 범인은?" 이런 느낌.

왠지 트릭을 알고나니 상쾌한 기분이 들더군요. 원체 유머 미스터리를 표방하니 그런 것일지 모르겠지만요.


─────────────────────────────────────────────────

음, 쓰고 나니 이야기가 길어져서, 나머지 두 권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서 계속!

'요즘의 이것저것' 카테고리의 다른 글

6월 말 근황  (4) 2012.06.29
최근에 읽은 추리소설들  (2) 2012.06.02
아... 아직 살아 있어!!!!!  (0) 2012.05.11
진짜 타코야키를 먹어보았습니다  (12) 2012.04.09
2011년 나는 무엇을 했는가  (6) 2011.12.3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