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이어서 최근에 읽은 추리소설에 대한 썰입니다.ㅎㅎ

 

밀실을 향해 쏴라


─이카가와 시 시리즈의 두번 째 작품. 사건구성이나 트릭은 전작이나 후속작에 비하여 간단한 편이지만 아주 재미납니다.
무엇보다 캐릭터의 개성이 왠만한 라노베를 훌쩍 뛰어넘었으니깐요.

형사들은 그렇다 치고, '우카이 탐정 사무소' 일동을 보면 개성적이면서 각자 맡은 역할이 분명하기 때문에 보기 좋습니다.
가끔 이야기를 보다보면 '이 캐릭터는 왜 등장한 걸까?' 라던가 '필요한 존재이긴 한데 개성이 부족해' 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인데 우카이 탐정 사무소의 삼인조는 배역이 딱딱 맞으면서 그 배역에 맞게 개성이 있단 말이죠.

탐정인 우카이 모리오는 자칭 명탐정으로 약간 허세끼가 있고 엉뚱한 짓도 하지만 기본적인 추리력은 있는 탐정.
제자인 도무라 류헤이는 언제부턴가 탐정의 제자가 됐으면서도 스승에 대한 존경은 눈꼽만치도 없고, 얼빠진 인상이지만 의외의 추리력과 남녀를 가리지 않고 페르몬을 뿌리는 마성의 남자.
조수(?)인 니노미야 아케미는 부잣집 성인 여성으로 빚을 받아내기 위해 우카이 탐정을 닥달하는 한편, 두 사람을 은근히 걱정도 해주고, 신경도 써주는 츤데레.

이 삼인조가 사건이 터진 곳을 들쑤시고 다니면서 형사들과 부딪치고, 주변 인물들에게 착각을 받아 명탐정이 되기도 하는 이야기가 재미나게 펼쳐집니다. 시리즈 2권이긴 하지만 진정한 시리즈는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느낌이죠.


─추리물이라고 하지만 작가의 성향때문에 이 시리즈 2권은 거의 만담 개그집처럼 되었습니다. 살인 사건이 있긴 하지만.
요즘 라노베를 많이 읽어서 개그라고 하면 패러디물 밖에 기억에 남지 않았는데 패러디에 의존하지 않고 개그가 되는 모습을 보니 괜히 신선한 느낌이 들더군요. 예를들면...

아케미: 지금까지 12개월 동안 쌓여온 임대료 어서 갚도록 하세요.

탐정: 12개월이라니! 거의 1년이잖아?!

아케미: 정확히 1년이거든요?

탐정: 어느새 이렇게?!

아케미: 1년 동안요.

탐정: 으음... 12개월 밀렸으면 얼마지?

아케미: 바보 아녜요? 12 곱하기 10만엔도 암산으로 못해요?

탐정: 120만엔 인가... 그럼 약 100만엔이군.

아케미: 정확히 120만엔이지요. 어디서 멋대로 반올림이에요?

 

이런 대화가 작중 내내 펼쳐집니다. 보다보면 아주 유쾌해져요.

추리물이라고 하면 살인사건이 나고 피가 튀기고 어두운 분위기라는 인상이 강하죠.
괭갈에서도 '내가 왜 추리물을 싫어하는 줄 알아? 해피엔딩이 없기 때문이야. 언제나 질질 짜기만 하지.' 라는 대사가 있었는데 이 작품에선 그런 얘기도 적당히 흘려버리는 융통성(...)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사건이 대충인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다른 작품에 비하면 비중이 좀 낮을진 몰라도
그래도 추리소설이다보니 작중비중의 50% 이상은 사건에 할애되어 있습니다.
트릭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지만 무엇보다 도무라 류헤이가 사건의 동기를 맞추는 과정, 그 논리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이였던 걸로 기억하네요. 작중 전개된 힌트가 논리적으로 딱딱 맞아 떨어져가는 쾌감이 있습니다.

 

완전범죄에 고양이는 몇 마리 필요한가


─이카가와 시 시리즈 3편. 이전 두 편에 비하면 훨씬 본격적인 추리물입니다.

어느 날 고양이 찾기 일을 맡게 된 우카이 탐정. 애완동물 찾기 같은 일은 하기 싫어서 100만엔을 불렀었는데 의뢰인이 '뭐, 그 정도야.' 라고 답하는 바람에 류헤이, 아케미를 동원해서 고양이 탐색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 의뢰인이 갑자기 살해를 당하고...

10년 전 사건과 동일한 방법으로 죽은 의뢰인. 고양이 광이였던 의뢰인과 마네키네코에 얽힌 갖가지 사연, 전설.
도무지 틈이 보이지 않는 알리바이 트릭. 잃어버렸다는 고양이의 정체. 10년 전 사건과 이번 사건의 동기.
여러가지 이야기가 모여서 마지막에 하나로 정리되는 구성으로 짜여져 있습니다.


─이전 작품들은 단순하게 사건이 있었고, 트릭이 있었다고 한다면
이번 작품은 위에 말한 것과 같이 사건의 배후에 마네키네코에 대한 전설이나 잃어버린 고양이 사연 등, 사건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트릭, 동기 어느 쪽으로 파고들어도 사건의 전체 모습을 짐작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생각하며 읽기에' 좋은 작품입니다.

개그도 죽지 않아서, 언제나처럼 사건의 첫 발견자가 되어 의심을 받는 류헤이라던가
아케미의 심기를 건들여 따귀를 맞는 탐정이라던가...
그 중에 제일 압권은 왼쪽 에서는 범인이, 오른쪽에서는 100만엔 짜리 고양이가 달려와서 우왕자왕하는 아케미의 모습이 그야말로 우스꽝스럽게 묘사되어 있지요. 아, 한참 웃으면서 봤네요.

특히 또 트릭이 괜찮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음, 개인적으로 1편의 트릭이 제일이였지만 이번 트릭도 굉장히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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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시리즈가 5권까지 있는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아직 3권까지 밖에 정발되지 않아서...ㅠㅠ

이상하게 재미없는 라노베나 주구장창 수입하지 말고 빨리 이카가와 시 시리즈나 마저 다 정발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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