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서 이 만화 광고를 주구장창 하던데, 하두 광고를 보다보니 점점 끌려서
결국 결제하고 다 봤습니다.
평범하게 재밌네, 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은근히 보고 난 후에 캐릭터들이 계속 생각이 나더군요.
뭔가 감상을 남겨보고 싶어서 좀 적어봅니다.
다소의 스포일러 있어요~
─광고에서는 하드얀데레물이라던가 삼각관계라던가를 강조하던거 같은데,
뭐 비비가 얀데레가 아닌건 아니지만 그게 중요한 점은 아니였던거 같습니다.
캐릭터의 매력은 갭에서 오고, 이야기의 재미는 서스펜스에서 온다는 말이 있죠.
캐릭터 부분을 보면 개성과다인 요즘 시대에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극단적 설정을 가진 캐릭터가 참 많습니다.
이게 심하다보니 캐릭터가 정신병자처럼 보인다는 말도 나오곤 하죠.
그에 비하면 비비와 에이미는, 분명 현실적으로 보면 문제가 많지만 서브컬쳐 캐릭터로 보면 다소 평범한 편입니다.
비비는 애정결핍으로 인해 사랑을 찾고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에이미는 과거의 트라우마로 성격이 완전 쭈구리가 되서 일상에 큰 고통을 겪고 있죠.
이 자체만으로 두 캐릭터는 큰 매력이 없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을 붙어놓으니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관계에서 매력(갭)이 발생합니다.
또다른 주연인 카밀라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미인인 카밀라지만 옛 친구인 에이미 앞에서 한없이 약해지는 모습은 매력적이죠.
개인적으로 저 위의 장면을 무척 좋아합니다.
상대에게 폐를 끼칠거라는 선언이지만, 이는 "너를 남으로 생각하지 않겠다" 라는 애정표현이기도 하죠.
모두가 음침한 에이미와 완벽한 카밀라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정작 카밀라는 옛 친구인 에이미 앞에서 어린애같은 모습으로 자신이 얼마나 에이미를 좋아하는지 표현합니다.
카밀라가 에이미 앞에서 애정어린 모습으로 변하는 갭이 아주 매력적입니다.
음침함, 얀데레, 다혈질 같은 캐릭터성은 얼마나 자세히 묘사하는가 보다는
얼마나 절제해서 묘사하는가가 핵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저 요소들을 묘사할 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적정선에서 컷하고
그 이상은 묘사하지 않는 기술이 돋보이더군요.
─만화는 전체적으로 잘 깎은 조각상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등장인물, 서스펜스를 위한 몇가지 에피소드, 개연성 스택을 차곡차곡 쌓는 전개...
캐릭터 묘사에 절제를 한 것처럼 스토리 전개도 적정수준에서 절제를 하여 길지도 짧지도 않게 완결.
보면서 감정소모가 크진 않았는데 보고 난 후에 여운이 길게 남는 만화입니다.
아마 캐릭터들이 가진 문제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 전체가 따스하게 느껴지기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스스로 정신병자라 칭할 정도로 정신적 고통을 받아왔지만, 마침내 그 고통을 애정으로 극복하는 전개가 아름답습니다.
최근에는 뭔가 무협물이라던가, 회귀물이라던가 하는 것들만 보고 있었는데
그런것들은 흥미롭게 보다가 쉬이 잊혀지는데에 반해 이 만화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단행본 안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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