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붓그리기에는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라는 일화가 있습니다. 쾨니히스베르크에는 프레게르라는 강이 있고, 그 강에 놓인 일곱 개의 다리를 모두 꼭 한 번씩만 건널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하는 이야기입니다. 유명한 이 일화는 한붓그리기에 대한 모든 서적에 수록되어 있는데, 수학자 오일러에 의해 불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진다는 결말이지요.

헌데 최달수 선생이 그린 '만화로 배우는 교실 밖의 수학'에서 이 만화의 마지막 부분에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모든 해법을 안 아이들이 '안 되는 걸 되게 하는 것이 유능한 거지, 못 한다고 못 박는 게 잘난 거니?' '그래,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어야 창조적인 학문이지' 하고 오일러를 흠잡는 소리를 하자 오일러가 호통을 치며 말합니다. '되지도 않는 일에 매달려 많은 인력과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막아 준 것이 왜 창조적이 아니라는 거냐?!' 그 말이 맞습니다.

창조란 관점을 달리하면 참 다양한 것입니다. 상용의 예를 들 것도 없이 비판도 창조의 하나라고 하지요. 불가능을 가능이 아닌, 불가능이라 못 박는 일도 창조적 행위라 한다면 비슷한 논리를 우리의(...우리?) 취미생활에 적용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단적인 예지만, 보통 애니나 게임에서 나오는 성우 패러디를 볼까요? 이 사람은 성우에 대해 잘 모르지만 주위에 잘 아는 괴물대단하신 분들을 봐 왔습니다. 솔직히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 성우가 어떻고 하는 외적인 요소는 순수한 의미로 방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이전에 했었지만 그래도 하나라도 아는 것이 좀 더 즐길 수 있는 방법이겠죠.

애당초 그런 성우 장난은 제작 측에서 즐기라고 만든 것일 겁니다. 하지만 그것도 즐길 사람이 있기에 성립되는 이야기입니다. 성우를 알고, 즐기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러한 수요가 창조되고, 결국엔 이와 같은 현상을 이끌어 내는 요인이 되는 겁니다.

TRPG에 대한 광고 문구 중 '가장 오래 되었고 가장 새로운 RPG'라는 것이 있습니다. 매번 플레이할 때마다 새로운 모험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따지고 보면 다른 게임, 애니, 책도 다 같은 맥락이 아닌가 싶습니다. 작품을 받아들이는 마음은 사람마다 다를 테고, 그마다 새로운 수요를 창조하겠지요. 어쩌면 그 이상의 일을 할 테고... 여하튼 즐기는 입장으로도 새로운 것의 창조에 일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라는 굉장히 낙관적인 생각이지만, 좋지 않습니까. 긍지를 가지고 노는 겁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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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공사할 부분이 많지만 대충 형태가 완성되었네요.


반갑습니다, 리엽입니다. 구구절절 자축하고 싶은 얘기는 앞으로 글을 쓰는 것으로 대신하지요.
좀더 느긋하고 평범하게, 블로그 생활이나 즐겨볼 생각입니다. 스스로 여러가지를 즐기며 운영해 나갈 생각이니 심심하진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많이들 들려주시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아, 이 이미지도 당분간 쓸 일이 없을 듯 합니다. 뭐, 오래 썼지만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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