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

책 제목은 일단 저러하고, 원작(?)은 신유한의 '해유록' 입니다.
1719년, 조선통신사의 제술관으로 일본을 방문한 신유한이 일본에서 보고 들은 것을 상세히 적어 놓은 책인데, 이 책은 그 책에 해설까지 첨부하여 옮긴 것이죠. 상당히 보기 좋게 엮어 놓았습니다.

신유한은 조선 서얼 출신으로 시(詩)에 매우 능했다고 합니다. 제술관이라는 직책이 높은 글재주를 요구했다고 하니 알 만 하죠. 서얼 출신이라 높은 관직에는 못 있었고, 왜(倭)땅에 가는 조선통신사에 차출되었지만 꽤 인망이 높았던 사람이었던 듯 합니다.

원래가 글쓰는 사람이 되어서 그런지 꽤 재미나고 생생하게 글을 썼습니다. 특히 재미난 점은 화(華)사상의 선비로서 일본을 오랑캐로 취급하는 반면에 문물이나 문화, 풍경을 굉장히 높게 쳐줬다는 것이죠. 특히 후지산 등은 더없이 멋진 강산이라고 크게 칭찬하며 '어떤 오랑캐가 이렇게 좋은 강산을 차지했는가' 하고 서글퍼 하더랬죠.



여러모로 책이 참 재미납니다. 당시 일본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재밌을 듯 하네요.
당시의 상황을 생생히 그리고 있기 때문에 장면장면이 눈에 훤하고요.
당시 일본에 간다 함은 전쟁을 했던 천리길 땅을 가는 것이여서 모두 무서워 했는데,
지금으로 치자면 화성과 전쟁한 후, 화해차 외교관으로 화성에 떠나는 심정일까요.(웃음)

해유록은 조선에서 일본 에도까지의 여행기이며 문물을 적은 글입니다.
사람들에게 일본을 소개하는 대목도 더러 있는데 재미난 글이 많네요.
특히 해유록의 백미는 일본의 성 풍속도와 남창 문화를 소개한 40여 편의 시.(...)

제술관의 일이란, 일본에 가서 사람들에게 시를 적어주고 하는 문화교류인 듯 합니다.
(원래는 보다 공적인 일이 있다지만)
당시 일본인들이 조선통신사가 오면 글을 청했다는데, 그 수준이 '잠을 잘 새가 없고 먹은 것을 토할 정도'.
재밌는 것은 신유한 일행이 에도로 가는 길에 적었던 글이 돌아올 때에는 이미 책으로 출판되어 있었다고...

중간에 다양한 에피소드도 적혀 있고, 본 책에서 해설이 붙어 있어 읽기에 좋네요.
다음은 인상적이었던 일본 음식문화에 대한 소개입니다. 이건 해유록이 아니라 문견잡록이지만.(역시 신유한 저)

"찬품(饌品)은 삼자(衫煮)를 맛있다 하는데 어육과 채소 등 갖가지 재료를 섞어서 술과 장을 타서 오래 달인 것으로 우리나라의 잡탕 등속과 같은 것이다. 옛적에 여러 왜인들이 삼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던 중 배가 고파 먹을 것을 생각하다가 각기 가진 바 재료를 가지고 한 그릇에 집어넣어 삼목을 가지고 불을 때어 달였는데 그 맛이 매우 좋았으므로 삼자라 하였다. 왜인의 방언에 삼나무를 승기(스키)라 하므로 풍속에 이 음식을 승기야기(勝技冶技-스키야키)라 하니, 야기는 굽는다는 말의 와음(訛音)이다."


그 외 당시의 농담도 여럿 적혀있는데 9할을 못 알아 듣겠습니다.
아니, 무슨 말인진 알겠는데 웃음이 안 나와...OTL

하여간 재미난 교양 서적이었습니다. 흥미가 있으신 분은 찾아서 한 번 보시길.

PS. 보니 일행이 나가사키에서 온 카스테라도 먹었다는 군요. 1719년인 점을 비추어보아 참 흥미롭습니다.

'요즘의 이것저것'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잌후, 중간고사  (10) 2009.04.17
오늘의 급뿜  (8) 2009.03.28
나는 오덕이다  (10) 2009.03.06
내가 오덕이라니!!  (8) 2009.02.19
요즘의 이것저것  (8) 2009.01.2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