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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공마술사는 예전에 완결된 만화책이지만 이제야 읽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권까지 읽고 이렇게 충만한 느낌이 드는 만화는 오랜만이었던 듯 합니다. 아, 재밌었다.

이 만화가 1권부터 나올 적부터 읽어보긴 했지만, 그때는 그렇게 재밌다는 생각도 안 들었고
나중에 여러모로 바빠서 5권 이후로 읽지 못하고 있었지요.
그러다 완결이 난 것을 알고 다시 읽어봤는데 어머나, 재밌어라.
5권까지는 적당한 수준이었지만 그 이후로는 재미가 점점 가속화되어 훌훌 읽히는 기분이었습니다.


기공마술사는 악마와 계약을 한 공학도들의 이야기로 이과계열판타지 만화입니다.
인간이 악마와 계약하여, 악마의 힘을 받는 대신 다양한 마도구를 악마들에게 만들어주는 직업이지요.
주인공인 하루히코도 우연히 악마의 힘을 받아 그 계열로 정진하게 되는데...

재미있는건 주인공과 히로인의 설정입니다.
주인공 하루히코에게는 좋아하는 소꼽친구 누나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하루히코에게 나타난 악마 유우카나리아는 그 누나와 똑같이 생겼고,
유우카나리아에게는 하루히코와 똑같이 생긴 남자친구가 있지요.
(죽어서 영혼만 남았기 때문에, 유우카나리아는 틈만 봐서 하루히코의 육신을 뺐으려고 합니다)

결국 주인공은 히로인의 남친과 똑같이 생겼지만 다른 사람이고,
히로인은 주인공이 사랑하는 사람과 똑같이 생겼지만 다른 사람이죠.
이 설정이 작품의 재미와 전체 방향을 결정합니다.


5권 정도까지는 일반 학원 판타지물과 별로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다른 점이라면 굳이 싸우는 주인공이 아니라 만드는 주인공이라는 점이지만, 적잖게 싸웠죠.

하지만 멜크리오 편으로 넘어가면서부터 작품이 점점 어려운 주제를 다루기 시작합니다.
인간의 몸을 빼았은 악마 멜. 하지만 악마는 무진장 착하고, 그 인간은 성격이 개차반.
마지막에 둘 중에 하나가 사라져야 하는데, 하루히코는 악마 멜이 남고 인간 쪽이 사라지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모든 죄는 악마 멜에게 있고, 인간은 성격이 아무리 나빠도 피해자에 불과하죠.

이런 식으로 기공마술사는 결론을 내리기 아무 애매한 주제들을 내놓습니다.
후루카넬리가 말했던 '윤리의 증명' 도 그렇고,
무엇보다 마지막 이야기인 '완벽한 가짜가 있다면 굳이 진짜가 필요한가' 에 대한 논쟁.

단순히 어려운 주제를 선택했기 때문에 재밌지는 않지요.
이런 주제를 던져놓고 작가가 마지막에 '이것이 답이다~' 라고 내놓기보단
작중의 인물들이 고뇌하고 나름대로의 답을 찾기 위해서 애쓰는 과정이 멋집니다.
고민하는 청년, 하루히코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잊기 힘든 대사도 나왔고요.
"정론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쉬워. 하지만 그래선 상처입으니깐." 이었나?
그리고, "세상에서 한가지, '옳바른 것' 이 있는데 그것은 '그 사람' 이 '당신만을' 위해 한 사랑의 말이다."
이 두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하나의 주제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가진 인물들에게서 캐릭터성이 확실히 느껴지지요.

캐릭터들의 매력도 한없이 높은 편입니다. 저는 벨이 좋더군요. 귀여워서.(웃음)
쉽지않은 주제로, 게다가 이과 계열의 만화를, 계획연재도 아니고 돌발연재로 이렇게까지 잘 만들어낸 작가의 기량이 감탄스럽습니다. 정말, 만화책 처음부터 보너스 작가 근황, 담당자 통신, 속표지 만화까지 재밌었던 적은 처음.
게다가 매번 판치라에 야하게 그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눈물겹더군요.

17권으로 완결된 만화인데, 이 뒤로 외전이 한 권 더 나온다고 합니다.
...만, 못 봤네요. 아직 안 나온건가.
외전이든,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이든 그저 기다려 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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