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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스-리치 왕의 탄생을 다 읽었습니다.
상당히 읽을만 하군요. 적어도 와우를 하는 사람이나 아서스 팬들에겐 좋은 즐길거리가 될 수 있을겁니다.

책의 내용은 워크래프트3와 확장팩(프로즌 쓰론)을 기반으로 쓰였습니다.
그래서 게임 본편의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상당수. 그 부분은 적당히 줄여가며 설명했지만요.
그보다 아서스 왕자의 어린 시절이나 게임에서 표현하지 못했던 세세한 감정표현이 두드러졌네요.


─무엇보다 소설의 오리지널리티로 유명한 것은 역시 아서스의 애마 '천하무적' 에 대한 이야기죠.
이 천하무적의 존재가 소설 내에서 굉장히 비중있게 다뤄지는데, 기존의 아서스의 이야기와 연계해서 읽어보면 꽤 재밌습니다.


소설은 천하무적이 탄생하는 순간부터 시작합니다. 아서스는 그 탄생의 순간을 지켜봤지요.
아서스는 그 망아지를 '천하무적' 이라 부르며 자신의 말로 굉장히 아꼈습니다.
(로데론의 기사들은 말에게 훌륭한 성품을 나타내는 단어를 이름으로 붙여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천하무적이 자란 후, 어린 아서스는 자주 천하무적을 타고 놀았지요.
하지만 겨울 빙판에서 아서스의 실수로 인해 천하무적은 그만 크게 다치고 맙니다.
두 다리가 부러지고 피를 철철 흘리는 천하무적을 보고 아서스는 오열하지만 도와줄 방법이 없었죠.
결국 아서스는 천하무적을 자신이 직접 보내주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사건이 굉장히 의미가 깊은데,
이 일로 아서스는 자신의 무력함을 깨닫고, 소중한 존재를 지키기 위해서는 앞으로 뭐든지 하겠다 맹세합니다.
이후 그의 모든 행보의 근간에는 천하무적을 잃었던 기억이 있었던 겁니다.

이후 아서스는 성인이 되었고, 성기사가 되었습니다.
훌륭한 인품을 가진 왕자로 자랐지만 그는 때때로 초조한 모습을 보였지요.
자신이 이대로 성장하여 왕이 됐을 때, 과연 훌륭한 왕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자신의 실수로 천하무적을 잃은 것처럼
그저 아무 생각없이 왕이 됐다가 또 실수로 소중한 것을 잃게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가온 역병 사건.
로데론 왕국의 수많은 백성들이 역병을 통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아서스와 그의 연인 제이나는 역병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만방으로 뛰어다녔죠.

여기서 아서스는 무모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천하무적을 잃었던 것처럼, 자신이 무능력함으로 소중한 존재를 잃고싶지 않다는 생각이 사람을 극단으로 몰았죠.
결국 스트라솔룸에서 아서스는 역병에 걸린 백성들을 학살했고, 제이나는 그에게 등을 돌렸습니다.

그의 극단적인 행동은 왕의 명령도 무시하고 군대를 움직이기 까지 했으며,
서리한을 손에 쥐고 종국에는 타락했습니다.
더이상 살아있는 인간의 왕자가 아닌 죽음의 기사로 다시 태어났지요.


아서스는 왕국을 배신하고, 자신의 아버지를 죽여 왕위를 빼았습니다.
언데드로 변한 아서스를 모든 인간들이 혐오했고, 그 냄새에 살아있는 말들도 도망쳤습니다.

아서스는 먼 옛날, 천하무적이 묻힌 장소로 가서 강령술로 천하무적을 살려냅니다.
지금까지 자신의 실수로 천하무적이 죽었다는 생각에 떠밀려 행동했지만, 그 순간에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자신을 친밀하게 대하는 천하무적을 보며... 자신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틀리지 않았다고 말이죠.


가볍게 몸을 떨며 아서스가 언데드 말에게 손을 내밀자, 말이 뼈뿐인 주둥이를 손바닥에 문질렀다. 7년전, 그가 이 말을 죽였다. 7년 전, 꽁꽁 언 뺨 위로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검을 들어 사랑하는 이 말의 용감한 심장을 찔렀다.

그날 이후 아서스는 늘 그 행동에 대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나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모두 운명이었다. 말을 죽이지 않았다면 지금 되살릴 수도 없었으리라. 이 말이 살아 있었다면 그를 두려워했으리라. 정체불명의 리치 왕 덕분에 알게 된 강령술로 몸은 뼈뿐이고 눈 대신 불꽃이 타오르는 언데드로 되살아난 지금에야 비로소 아서스와 다시 만날 수 있었다. 7년 전 그 사건은 실수가 아니었다. 아서스가 잘못한 것도 아니었다. 그때도, 지금도.

앞으로도.

이것이 그 명백한 증거였다.



결론은 어린 시절의 애완동물 기르기는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퍽)


─그 외에도 재미난 얘기가 많습니다. 흥미있으신 분들은 어떻게든 구해 읽어 보세요.
초중반분의 재미에 비해 후반부(타락후)는 약간 재미가 떨어지는데 역시 이미 잘 아는 얘기이기 때문일까요.
게다가 아서스의 심리묘사 표현이 게임 본편을 하면서 느꼈던 것과 상당히 틀려서 이질감같은 것을 느낍니다.

본디 아서스는 타락한 후에 양심이고 뭐고 없이 사악한,
그래도 약간의 감정적인 면이 있는 것으로 인식되어진데에 반해,
소설의 아서스는 타락 후에도 인간적인 면이 좀더 부각되어 있습니다. 나약해요.(...)

예를들어, 아서스가 아버지의 유골이 담긴 유골함을 강탈하러 우서 경 앞에 나타났을 때의 이야기가 있죠.

"이 항아리엔 자네 아버지의 재가 들어 있다네, 아서스! 아버지의 왕국을 무너뜨리고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유해에 오줌이라도 갈기고 싶은 겐가?"

거기에 아서스는 게임에서 이렇게 대답합니다.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몰랐습니다. 하지만 알게 되었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지요."

쿨시크(...)한 이런 반응에 비해 소설에서는 같은 대사를 해도,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에 고통받는 것으로 묘사되는군요.


─아, 그러고보면 우서 경의 죽음은 소설 내에서 상당히 잘 다룬거 같습니다.
게임에서는 너무 허약하게 죽어버려서리. 이게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설정 상으로는 정말 대단한 인물... 이라는 것을 와우를 하면서 알게 되었죠.

우서 경이 타락한 왕자를 보며 하는 말이 슬프네요.

"자네가 어리석고 이기적이었을 때는 그저 어린아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했지. 그 후에 자네가 철없이 고집을 부렸을 때에는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젊은이의 욕구라고 여겼다네. 그리고 스트라솔룸, 빛이시여, 그래, 스트라솔룸 사건 이후에도 난 자네가 자신만의 길을 찾아 실수를 깨닫게 해달라고 기도드렸네. 군주의 아들에게 맞설 수는 없었어."

"네놈의 자비심에 매달려 목숨을 건지느니 그 약속을 지키다 명예롭게 죽겠다. 네 아버지가 죽어서 차라리 다행이다. 네놈이 어떤 존재가 되었는지 보지 않고 죽어 다행이란 말이다!"



─후반에 리치 왕을 구하러 캘타스, 일리단과 싸우는 장면도 꽤 볼만 했지만
역시 아서스가 몸이 약해졌다고 심리적으로 약해진 묘사가 있기에 불만이네요.
나의 아서스는 이렇지 않았다능! 힘이 약해졌어도 필사적으로 싸우는 '영웅' 의 모습이 좋았는데요.

그래도 설정이 워3보다 와우에 맞춰져있기 때문에 와우 유저로서 이러저런 재미를 많이 찾을 수 있을겁니다.
특히 스트라솔룸에서의 대화가 게임 그대로 나오기 때문에 대사를 다 외운 사람들에게 데자뷰를 일으키죠.(..)

하여간 팬으로서 시원하게 지르고, 즐겁게 봤습니다.
워3를 즐기던 옛 추억이 강렬하게 떠올랐네요. 멋진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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