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즈사의 독백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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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지금까지 쌓아온 노력과 바라던 미래가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일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책임자에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책임자는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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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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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당시 초롱초롱한 고교 신입생이었던 내 눈 앞에는
장밋빛 캠퍼스고교 라이프를 향한 문(=서클 활동)이 무수히 열려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미 사전에 마음을 굳힌 바가 있었다.
재즈 밴드를 하시는 부모님의 영향에 따라 나도 음악을 좋아하였고,
고교 서클 활동이라면 당연히 연주를 하리라 정해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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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마침 운명처럼 내 마음을 사로잡은 서클이 있었다.
'사쿠라자오카 고교 경음부' 라는 다소 평범해 보이는 부지만
신입생 환영회 때 멋진 연주를 보여주어 어린 나이에 깊은 감명을 받았었다.
특히 기타가 좋았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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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경음부에 들어 고교 3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능숙한 선배들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선배들을 따라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보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좀더 실력을 키워 저 선배들과 함께 저런 연주를 해보고 싶다.

분명,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연습과 열정으로 청춘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것도 나름 멋진 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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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당시의 나는
어찌 할 도리가 없는...
바보...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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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음부라는 것은 허울.
그 실체는 음악 서클을 핑계로 음악실을 점거하고 티타임을 여는 테러리스트들.
처음에는 연습5:티타임5 비율이었던 것이
점차 4:6, 3:7 로 변해가며
마침내는 0:10의 티타임 완승을 거두게 되었다.

지칠 때까지 연습하며 열정을 불태우고
서로의 기량을 뽑내던 청춘의 한 페이지는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이래서야 그저 잉여한 고교 생활이 아닌가...

그리고 그 잉여로운 생활에 중심에는
반드시 그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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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들러붙은 이 사람의 이름은 히라사와 유이.
보는 사람의 열 중 여덟은 미소녀라 말하고
나머지 둘은 '내 마누라' 라고 말한다.

풍문에 의하면 본래 나머지 경음부원들은 나름 건실했으나
이 잉여퀸에 의해 잉여로운 분위기가 전염되어 하나씩 잉여롭게 변해갔다고 한다.
처음에는 리츠 선배, 다음은 무기 선배, 미오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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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되지 않은 것은 나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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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상황에 절망하기는 아직 일렀다.
나는 천천히 잉여로운 경음부를 개혁해 나가기로 결심했다.

먼저 새학년이 되고 나서 신입생을 일부로 받지 않았다.
모처럼 들어온 신입생에게 저 선배들의 잉여로움이 옮는다면
이 악몽은 내가 3학년이 된 후에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선배들에게 우리가 경음부임을 자각시키고
좀더 연습량을 늘려야 한다고 계속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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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음부의 잉여로운 공기를 빼기란 쉽지 않았다.
무엇을 숨기랴, 나도 유이 선배의 기행에 휘말려 든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솔직히 말해서, 재밌고 즐겁기는 했다.
살짝 정신을 놓고 이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이 선배에게 휘둘리며 점점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
결코 이게 옳은 길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곤 한다.

하여간 유이 선배는 강적이었고
경음부 개혁의 길은 멀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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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길을 가다 한 점쟁이 노파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당신은 현재의 상태에 불만을 안고 계신 듯 하구먼.
당신은 대단히 성실하고 재능도 있군.
어쨌든 호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
호기는 언제나 당신 눈 앞에 아른거리지요. 호기를 붙잡도록 하세요.
자, 복채 100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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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 일지는 모르겠지만 짐작가는 것이 하나 있었다.
얼마 전에 어떤 사람이 내 것이 아니냐며 가지고 온 악세사리.
그것은 분명 이전에 미오 선배에게 들은 적이 있는 물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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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내가 교토에 갔을 때 산 걸로 모두 합쳐서 5개야.
모아서 '케이온부' 라는 글자가 되는데
마지막 '부' 자를 잃어버렸지 뭐니."

이건 분명 미오 선배가 잃어버렸다는 마지막 글자다.
나는 찾아보겠다고 말하고선
이 악세사리를 어영부영 미오 선배에게 돌려주는 것을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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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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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순간의 방심이었다.



결코 오염당하지 않으리라 여겼던 내 강철같은 정신은 작은 빈틈을 허용했고,
경음부의 잉여로움이 나를 통해 외부로 유출됐을 때,
나 또한 그 공기에 오염되었음을 깨달았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지금까지 쌓아온 노력과 바라던 미래가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혹시 2년 전에, 신입생 때에
다른 서클을 선택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진 않았을 것이다.
좀더 장밋빛이고 청춘이라 말할 수 있는 고교 라이프를 보냈을 것이 틀림없다.
무엇보다 유이 선배를 만난 것이 최대의 패인이다.

다시 2년 전으로, 신입생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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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는 사람은 케이온!! 16화와 '다다미 넉장 반 세계일주' 를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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