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Gtao)랑 피씨방에 갔는데 마인크래프트가 있더군요.
그래서 오랜만에 해봤습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놀아볼 생각이었는데, 이게 의외로 대박 재밌는 판이 되어서...

한 번 플레이 일기를 적어 보겠습니다. 으음, 스샷을 좀더 많이 찍어놨다면 좋았을텐데 그렇질 못한게 아쉽네요.



평화롭던(?) 시작의 섬


─처음 마인크래프트를 시작하면 시작지점으로 떨어집니다. 거기서부터 자원을 모으고 집짓고 노는거죠.
이 시작지점이 무척 중요한데, 이상한 곳에 떨어지면 자원도 부족하고 해서 플레이에 애로사항이 꽃피거든요.

그래도 시작지점이 그렇게 이상하게 정해지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별 걱정없이 시작했습니다.

시작하는 순간은 언제나 두근거리죠. 이번엔 어떤 건물을 만들까? 자원은 풍부하게 얻을 수 있을까?
나도 마인크래프트 고수들처럼 멋진 건물을 함 만들어보고 싶다, 마을 하나는 무리여도 지난 번처럼 멋진 감시탑 정도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같은 생각을 하며 시작합니다.

그리고 처음 정해진 시작 포인트는... 위와 같이 아무 것도 없는 섬이었습니다.(...)


─우리의 시작의 섬은, 전부 둘러보는데 1분도 안되는 작은 섬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나마 나았어요. 주변에 보이는 다른 섬들은 발붙일 땅만 살짝 있는 수준이었으니깐.;

마인크래프트를 하다보면 자주 죽는데, 그 때마다 아이템을 떨구며 시작지점에서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즉, 저 섬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매우 적었습니다; 헤엄을 치려고 해도 뭐 눈에 보이는 곳에 다른 땅이 있어야지;

게다가 마인크래프트에서 나무는 초반에 매우, 매우 중요한 자원인데 시작의 섬에는 나무가 두 그루정도 밖에 없었습니다.
완전히 망한거죠.(먼산) 컴텨 IP로 생성한 맵이라 바꿀 수도 없었습니다;


─하여간 시작지점을 보고 신나게 웃은 후, 일단 있는 나무부터 다 벌목했습니다.
나뭇잎도 열심히 부시면 묘목이 나와요. 그걸로 섬 이곳저곳에 묘목을 심고...

그나마 있는 섬도 바다에 가라않을 것 같았는데, 그래도 좀 넓고 마른 땅을 찾아서 토굴을 지었습니다.
그러다 해가 져서 그 날은 종료. 횃불을 못 만들어서 하릴없이 어두운 동굴 안에서 보냈죠.

그러다 화가 나서 집 안에서 땅굴을 파봤는데 은근히 넓은 지하 동굴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석탄이며 철같은 자원이 풍부해서 곧바로 횃불을 만들고 자원을 캐며 조금은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었죠.


─그 때부터 낮에 해가 뜨면 밖에 나가 나무를 베고, 묘목을 심고,
밤에 해가 지면 지하 동굴로 들어가 석탄과 돌, 철과 같은 자원을 캐는 플레이를 계속 했습니다.
무슨 섬으로 귀양 온 두 사람 같네요.

지하동굴은 의외로 깊고 넓어서 어마어마하게 깊히 들어가게 됐네요. 몬스터도 많았고.(...)

나무는 처음에 압도적으로 부족했지만 묘목이 의외로 빨리 자라서 곧 섬 전체를 뒤덮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낮에는 햇빛에 죽는 몬스터들이 나무그늘 아래서 생존하는 사태가 발생.
결국 바오밥나무를 제거하는 어린왕자의 기분으로 섬의 나무와 묘목을 전부 제거, 묘목만 상자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 심기로 했습니다. 나무는 그 시점에 풍부해서 더이상 구하지 않았지만요.


─주로 지하동굴을 탐험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어느 순간부터 더이상 나가기가 꺼려지더군요.
동굴이 너무 깊어서 사실 내려가면 살아 돌아온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져서리;

그래서 동굴에서 나와 밖을 둘러 봤습니다.

우리는 얼마 안되는 나무로 배를 만들었지요.
타오가 배를 타고 섬 밖으로 나가 바다 건너 편의 큰 섬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그 섬도 흙으로 된 산 밖에 없었지요. "여긴 아무 것도 없어!!" 라고 타오가 절규한지라 우리는 그 섬을 절망의 섬이라 불렀습니다.(...) 거기다 타오는 그 섬에서 배 부셔먹고 헤엄쳐 돌아왔지요.

우리는 섬에 만든 공중정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대체... 이 세상은 어떻게 된걸까? 봐도봐도 바다에 잠긴 육지 밖에 안 보여."
"대재앙이라도 일어났나 보지. 워터월드(영화)같다..."

그렇게 바다를 바라보다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맞아, 바다에 땅이 전부 잠겼다면 바다보다 낮은 땅을 만들면 되잖아!!


국책사업 작업중;;; 화면 가운데서 일하고 있는 타오


─아이디어는 이랬습니다.

1. 바닷물을 가둘 댐을 만든다.

2. 댐 안쪽을 흙으로 전부 메운다.

3. 메운 흙을 파낸다. 그렇게 하면 물이 안들어오는 영토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름하여 네덜란드 작전. 땅이 없으면 땅을 만들면 되잖아, 라는 발상의 역전환이었죠.


─우리는 당장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처음에 작은 땅을 만들어서 이 아이디어가 통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축구장처럼 넓고 바다보다 낮은 땅 파내기 위해 노가다를 시작했지요.

중간에 흙이 부족해서 배 타고 절망의 섬까지 가서 산 하나를 부수고 흙을 싣고 돌아오기도 하고.
타오가 작업 중에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거 만들어서 우리 뭐 할건데?"
"그건... 이제와서 물어보면 안 돼. 국책사업이라구."



완성된 네덜란드 땅!


─여하튼 말도 안되는 노가다 끝에 우리는 마침내 바다 보다 낮은 땅을 얻을 수 있었죠.
ㅋㅋㅋㅋ 그야말로 네덜란드 땅.

근데 진짜 만들어 놓고 할게 없더군요.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원래 있던 토굴 위에 모뉴먼트나 만들고 놀았습니다.


잘보면 저 넓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타오가 보입니다;


─원래는 농사 지으려고 만든 공중농장이었는데, 입가에서 물을 뿜게 만들고,
뒤로는 설사가 났다는 설정으로 물과 용암을 동시에 뿜게 만들었지요.ㅋㅋㅋ

마인크래프트는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게 가능해서 자주 저 입에서 나오는 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놀기도 하고.ㅋ


그러다 용암을 가지고 노는게 너무 재밌어서 섬 이곳저곳에다 용암 분출구를 만들다가 그만 섬 전체를 태워먹고 끝냈습니다. 국책사업으로 만든 네덜란드 땅은 몬스터들의 축구장이 되어버려서(...) 을지문덕 놀이라고 댐을 무너뜨려서 다 수몰시켜 버렸죠. 대체 무엇을 위한 국책사업이었나...


─하여간 평화롭던 시작의 섬은 그렇게 흥망성쇠를 겪고 용암에 불타 사라졌습니다.
진짜 인류 최후의 낙원이었는데....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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