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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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의 피뉴라는 만화를 보면 귀여운 여학생들이 가득 그려져 있다.
그러나 그녀들 중 그 누구도 가슴이 돋보이는 캐릭터는 없다.
최근의 트렌드를 무시하고 있지만 캐릭터가 모에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그렇다면 이 모에함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작가는 아직 채 발육이 되지 않은 작은 가슴을 제쳐두고,
아름다운 다리와 무릎을 그려냄으로서 만화의 모에도를 올리고 있다.
환상적인 각선미와 건강한 허벅지, 참을 수 없는 무릎의 그 묘사야 말로 진정한 미의 정점.

그렇다, 애초에 여성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무릎에 있던 것이다!!
밀러의 비너스가 가슴은 부끄럼없이 드러내면서 무릎은 신비의 영역으로 감추어 둔 이유.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하는 이는 가슴이 아니라, 무릇 무릎을 그릴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물론 아름다운 가슴 역시 존재할 수는 있다.
그러나 최근의 작태를 보면, 그저 여성에게 커다란 가슴을 간단히 그려넣는 것으로
캐릭터의 매력을 완성시켰다 말하는 둥의 천박한 사고방식만이 만연하고 있다.
아름다운 가슴의 형태는 단순한 원 형태로 표현될 수 없다.

무릎의 묘사는 그보다도 더 심오하다.
무릎을 중심으로 하여 위 아래로 뻗은 다리의 형태는 좌우비대칭에 직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허벅지서부터 시작해 치마 안쪽을 걸쳐 몸으로 연결되는 그 형태나,
무릎 아래로 내려와 바깥 쪽에서 안 쪽으로 살짝 휜 형태의 다리의 묘사엔 정답이 없다.
직선이나 좌우대칭을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을 거부한 그 배덕적인 아름다움이야 말로,
미와 모에를 추구하는 자가 도달해야 할 경지인 것이다.

그리고 무릎은, 다리에 생명을 불어넣는 화룡점정.
어떤 잔기교를 요구하지 않고 선만으로 아름다움을 묘사해야 하는 다리에,
2차원에서 3차원으로 이어지는 입체적인 돌출부가 그려지면서 허벅지와 종아리도 마침내 입체감을 얻는다.
매끄러운 여성의 다리에 옥에 티와 같은 이 무릎이 있느냐 없느냐는 큰 차이를 보인다.


양지의 피뉴 2권 중반에 미나토가 무거운 짐을 들고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무심결에 모에사(萌死)해버릴 것만 같은 충격을 받았다.
무리하게 길지 않고 아름다운 휜 다리를 묘사한 '양지의 피뉴'.
인상깊은 무릎의 묘사로 진실한 모에의 길을 가르쳐 준 '히토히라'.
건강한 허벅지와 종아리의 묘사가 돋보이는 '개구리 중사 케로로'.
이 세 권의 만화를 무릎 모에의 바이블로 삼아 왜곡된 아름다움의 세계를 헤쳐나가야 할 것이다.

이 세계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다리는 장식이라니깐요. 높으신 분들은 그걸 몰라요." 하지만 그들이 높으신 분인 이유가 다 있다.
진정한 미의 가치는 왜곡된 채 제대로 전해내려 오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의 모에 인생은 무릎을 눈치챘느냐 채지 못했느냐, 그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 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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