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얼마 전에 제로의 사역마를 봤어요.
재미있던데요?

마실트: 아, 그래?

Q: 뭐니뭐니해도 주인공과 루이즈의 관계가 보기 좋았다고 할까요...
끝에 가면 역시 두 사람이 맺어지는 걸로 끝나겠지요?

아,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늘 이런 식이네요.
작중 내내 맺어지지 않고 줄다리기만 하다가 엔딩에서 맺어지고 끝나는 건.
참 너무하네요. 그러면서 뭐가 연애 만화고, 뭐가 연애 게임인 걸까요?

연애 게임이라고 하면 당연히 연애를 해야하는데 게임내내 솔로로 지내다가,
마침내 솔로탈출하고 연애를 시작할라 치면 스탭롤이라니.
개그라고 생각하기엔 너무 일상화된 이야기에요.

소위 할렘물이라는 것도 진짜 할렘이 아니라 이 여자 저 여자 집적대는 수준이잖아요.

마실트: ...진짜 다 건드리는 놈도 있어.

Q: 게임(&만화)처럼 치면 뭡니까, 그...
사귀는 것은 아니지만 만나는 여자들은 다 애인후보들이고, 그런 남자들은 다 연애 중인건가요?
뭔가가 잘못되도 단단히 잘못됐어요.

마실트: 아니지, 진짜 그런 사상에 입각해서 그런 작품들을 만들 리가 있나. 그건 진짜 사이코지.
'진짜 연애' 를 주제로 사용하기 꺼려하는 것은 단순히 재미가 없기 때문인 거야.

Q: 재미가... 없다?

마실트: 여기 단팥빵 하나가 있어.
맛있어 보이는 단팥빵을 집어들고 한입 크게 물었지. 하지만 문 부분에 팥이 들어있지 않았어.
다만 단맛이 조금 밴 담백한 빵맛이 느껴질 뿐이야.

그것만으로도 나쁘진 않지만 역시 팥의 단맛을 원하기 때문에 다시 한입을 물지.
또 꽝이기 때문에 다시 한입. 다시 한입. 그러다 마지막에서야 팥이 든 부분을 먹을 수 있었던 거야.

Q: ......

마실트: 만약 팥만 들어있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물려서 못 먹겠지.
빵만 있던 거라면? 역시 물리지만 그래도 팥만 있는것 보단 나을거야.
팥이 적당히 들었다면? 그것도 나름 좋지만 위와같은 카타르시스는 느끼지 못해.

아마 연애의 재미도 이와 같지 않을까?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사귀기까지의 과정이고, 절정은 사귀게되는 그 순간인거야.
그때까지의 '친구이상 애인미만' 의 관계야말로 참을 수 없는 미묘함이지.
마치 목 아래를 간지르는 듯한 그 미묘한 감각이야 말로 연애물의 진정한 재미가 아닐까?

Q: 그래서, 사귀고 난 다음은 재미가 없다, 라고 하는 건가요?

마실트: 바람을 피우는 것 같은 새로운 갈등이 없는 한은 그렇지.
아무 문제없는 원만한 연애에 무슨 재미가 있다고.

Q: 또 엉뚱한 소릴...
그러면 지금 있는 커플들은 다 뭐에요.
그네들은 다 재미없게 지내고 있는건가?

마실트: 몰랐냐!
그 녀석들의 행복지수는 계속 하락세라고!!


Q: 뭐... 뭥미!!??

마실트: 기껏해야 현상유지지.
설마 모르고 있었던거냐!!

Q: 우... 웃기지도 않....
............
아니, 잠깐. 반박할 논리가 떠오르지 않아??

마실트: 어떤 게임도 엔딩을 향해 가는 법이지만 정작 엔딩을 보면 끝인 법이지.
남은 것은 추억뿐.

Q: 아... 아니야... 이건 아닐텐데...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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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이야기의 주장은 이 사람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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