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어떤 게임에 대해 알고 난 이후 어쩐지
"아아, 이 게임 해보고 싶어. 왠지 끌려~" 같은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동안 그 게임에 대해서 생각만 하게 되고 해보지도 않았는데 이미 내 마음 속에서는 명작 반열에 들어가 있고...

구체적으로 어떤 사고과정을 거쳐 이렇게 되는지 모르겠는데요, 여하튼 이 '옥상의 백합령씨' 가 그랬단 말이죠.
게임 개요를 읽어본 것 만으로 하고 싶어 견딜 수 없었던 게임이네요.


─게임의 개요는, 주인공인 토오미 유나가 여학교 옥상 위에서 두 유령을 만나게 됩니다.
두 유령은 바람직하게도(?) 백합 커플! 두 유령은 자신들을 볼 수 있는 유나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지요.
두 유령이 성불하기 위해선 첫경험을 해야겠는데 하는 방법을 모르니 다른 백합 커플들을 만들어서 하는 방법좀 알려달라는 것.

유나는 어찌저찌 그 부탁을 받아들이게 되고 학교 안에 숨어있는 백합녀들을 찾아내 훌륭한 커플들로 성장시킨다는 스토리입니다. 물론 자신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몰래.

 

─사실 주인공인 유나가 굉장히 취향의 여자라서 꽂혔습니다.
사람들과 적당히 거리를 두며 지내는 쿨한 인상의 여고생. 실제 작중에서 쿨하다는 표현이 몇 번이나 나오고.
게다가 능력도 좋아서 요리도 척척, 온갖 작업도 척척.
음, 주인공인 만큼 이런저런 만능인으로 나왔네요. 단, 운동은 못한다는 듯.

게다가 성격도 좋아서 주변 사람들을 도와주며 다닙니다. 하지만 원체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타입이라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던 것이, 유령들을 만난 것을 계기로 남몰래 사람들을 돕고 다니게 되지요.
이전에는 한 명뿐인 친구나, 한 살 아래의 소꼽친구(女)만 돌봐주고 있었는데... 그 소꼽친구에게 매일 밥 차려주고 도시락 싸주는 모습이 왠지 모에합니다. 하악.


─이야기는 말한대로 유나가 백합령들의 도움을 받아 학교 내의 숨겨진 백합들을 눈띄우는 일을 한다는 내용.
작품에 여러 명의 커플이 나오고 그 커플들의 사랑 이야기가 각각의 시선으로 죽 전개됩니다.
미처 고백하지 못했던 여학생들이 유나의 눈에 보이지 않는 도움으로 하나 둘 커플이 되어가고,
그 과정에서 유나 자신 또한 과거의 상처를 씻어내고 스스로 백합의 길을 걷게되는 과정이 잔잔하고 달달하게 묘사되네요.

요즘 원체 자극적인 내용만 보다가 이런 소프트 백합물 스토리를 봤는데 이게 어찌나 좋은지!
가장 좋았던 스토리는 친구가 학원제 라이브 때에 고백을 하려고 하는데 긴장이 도져서 스테이지 위에 오를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어르고 달래고, 같이 스테이지 위에 서달라는 부탁을 받고 서둘러 옷도 갈아입고
결국 스테이지 위에까지 쫓아가 달래서 라이브를 멋지게 성공, 고백에도 성공하게 되었던 이야기였네요.
무대 못 오르겠다고 우는 친구나, 엉겹결에 야한 의상을 입고 무대 위에 올라야 했던 유나의 모습이 재밌었지요.


─종국에 모든 커플들은 행복해졌고, 백합령들도 못다한 소원을 다 이루게 되고...
유나는 모든 것이 끝난 가운데 자신의 지난 반 년간을 돌이켜 보는 장면이 무척 좋았습니다.
사실 게임을 하면서 감동이란 것을 느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말이죠.

사람들을 피하던 유나. 하지만 우연한 백합령과의 만남으로 사랑의 큐피트가 되어 학교 이곳저곳을 바쁘게 뛰어다닌 반 년.
그 과정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여름 합숙에도 참여하게 되고, 학원제도 의미있게 보낸 반 년.
그 시간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며 '즐거웠어' 라고 회상하는 유나의 모습을 보면 정말 감회가 새롭습니다.

모두가 행복해지고 유나도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예쁜 애인도 생긴 마당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간 시간이 너무나도 즐거웠기에 현재보다 과거를 떠올리며 쓸쓸해 하는 유나의 모습이 가슴 아련하게 다가오네요.

 

─게임을 오래 하다보면 각 캐릭터들에게 정이 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런 기분이 강하게 들었던 것이 테일즈 오브 디 어비스 할 때였네요. 게임 끝냈을 때, '뭐야, 더 이상 이녀석 들이랑 모험 못하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들어서 쓸쓸했는데.

그렇게 긴 게임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작품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왠지 강하게 정이 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에 쓸쓸해 하던 유나의 모습에 동감을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게임이 끝나도 질릴 정도로 어나더 스토리가 많아서 캐릭터들의 다른 얘기를 한참 볼 수 있지만...
전부 과거의 얘기들이여서 그 쓸쓸함을 메우기엔 좀 힘드네요.


─여하튼 정말 좋은 게임. 소프트 백합의 달달함을 원하시는 분들에게 추천!
백합에 대해 모르셔도 됩니다! 유나도 처음에는 몰랐고, 사실 이 사람도 백합물은 처음이에요!!
그냥 '고교생의 풋풋한 연애' 라는 측면에서만 봐도 굉장히 좋은 작품입니다.

그리고 에로게지만 에로씬은 기대하지 마세요. 에헷☆ 어디까지나 연애의 달달함으로 승부보는 게임이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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