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선전용 영상을 올리려고 했는데 좀 스포일러가 있어서 못 올렸음;;;

─어느 날, 친구가 재밌다고 휙 던져준 게임.(한글판이었음)
"예전에 네가 하던 게임(=Forget me not 파렛트)과 비슷해." 라고 말하길래 해봤습니다.
실제 플레이한 감상은 메멘토와 비슷했지만... 비슷한 것은 게임 시스템이더군요.

나중에 안 사실인데 인디 어드벤처 게임으로 2011년 각종 상을 휩쓸며 최고의 게임 중 하나로 선정된 작품이라고 하네요.

 

 

─RPG 쯔꾸르95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만든 게임... 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래픽은 저 정도 수준.
그래도 아기자기한거나 저런 그래픽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좋겠지만요. 일단 스토리와 음악, 연출에 모든 것을 건 게임입니다.
플레이 시간은 3시간 가량으로 시작한지 15분 정도부터 몰입해서 3시간 후딱 보낼 수 있습니다.
연출에 가장 큰 점수를 주고 싶고, 또 OST도 좋아서 저도 구매했네요. 금액의 절반이 자선사업에 쓰인다고도 하고.


─아래는 스포일러 없어요ㅎ

게임은 기억 여행 전문가인 두 주인공을 조작하며 플레이하게 됩니다.
그들은 죽기 직전의 사람에게 의뢰를 받고 그 사람의 기억을 조작하여 '지금 가장 원하는 꿈' '어린 시절의 자신' 에게 심어 '꿈을 이룬 새로운 인생' 이란 새 기억을 얻게 해주는 일을 하죠.

간단히 말해 사람의 기억을 조작하여 그 사람의 소원을 이루어주는 일입니다.
의뢰인인 조니의 소원은 '달에 가는 것'. 두 주인공은 조니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어린 시절의 조니를 만나고,
어린 조니에게 '달에 가고 싶다' 는 소원을 심어서 그의 미래(의 기억)에 달에 가게 되어있겠끔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뭐...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주인공들은 조니의 기억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게 됩니다.
현실의 조니는 숨을 거두기 직전... 그들은 조니가 죽기 전에 그의 기억을 어떻게든 되살려보려고 애쓰는데...

 

 


─보면 알겠지만 딱 메멘토 구성입니다. 노년기의 조니, 중년기의 조니, 청년기의 조니, 소년기의 조니 순으로 거슬러 올라가죠.
그러다보니 결말을 먼저 알게되고 그 과정을 살피는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이런 이야기의 관건은 '과거의 어떤 숨겨진 진실이 있는가!' 하는 식이지만...
뭐, 스릴러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닌데 딱히 스릴러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반전이 없는 것은 아닌데 '충격적 반전이 준비되어진 작품' 이라고 선전하기엔 한참 부족하고.

 

조니: "완성됐어, 리버.
이젠 나도 당신처럼, 매일 그녀를 볼 수 있어.
...이제 그녀는 더이상 외롭지 않아.

난 평생 그 이유를 모를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당신의 바람은 절대 어기지 않을께.
아냐도 당신한테 고마워 할 거야. 꼭. 

그렇지만 나도 세상을 뜨게 되면...
...누가 우릴 지켜봐주지?"

게임 초반에 나오는 위 대사. 뭔가 아리송한 말이지만 숨겨진 의미같은건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의미죠.
하지만 게임을 끝까지 플레이하고 나면 '숨겨진 진실' 은 없을지 몰라도
저 말을 하는 조니의 심정이 더없이 애절하게 느껴집니다.

이 이야기의 모든 부분이 그래요. 누군가의 말, 누군가의 의미불명의 행동이
사실은 얼마나 큰 사랑과 슬픔으로 이뤄져 있는가를 알아가는 과정이죠. 그런 것을 보는 게임입니다.

 

─게임을 하면서 소소하게 재밌던 점은 두 주인공. 전형적인 착한 주인공처럼 보이지만 뭔가 매력있는 로잘린 박사와
까도남을 지향하는 듯한 와츠 박사.

난 처음에 이 게임이 일본 노벨류 게임이겠거니 싶었는데 서양에서 만들어진거 같더군요.
그걸 알게 된게 두 주인공의 만담 센스가 한국이나 일본 것이라기 보단 너무 이질적이여서;;
게다가 캐릭터성도 일본 쪽에선 전혀 볼 수 없는 성질의 것입니다. 특히 와츠 박사의 살짝 짜증나면서 어딘가 끌리는 점이.

두 주인공이 조니의 과거를 여행하면서 이런저런 행동을 하고 또 의견을 나누는 것이 제법 인상깊습니다.
보통 어드벤쳐 게임이라고 하면 플레이어는 이야기의 주인공을 조종하며 감정이입을 하는 편이 많은데,
이 게임에서는 '관찰자' 인 두 주인공을 조종하면서 플레이어를 이야기의 관측자 입장에 서게 만들죠.
플레이어는 조니보단 두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게되고 조니의 이야기는 한 발 물러선 입장에서 보게 됩니다.
오히려 중반에 조니의 기억을 어찌할 것인가를 두고 다투는 두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죠;

조니의 이야기는 결국 감정이입을 하기 힘든 다른 사람의 이야기.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중반 이후에 이야기가 빛을 발한다... 라고 생각합니다. 엔딩을 보고나선 가슴 따듯한 감동과 동시에 굉장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 또한 이런 구성 덕분이죠.


─조니의 기억탐험이 끝난 이후의 전개는 약간 전형적이라 볼 수 있습니다.
스토리의 의외성보단 감동을 살리기 위한 것 같더군요.
전형적인 이야기가 계속 내려오는 이유는 거기서 가장 큰 감동을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들게 해줍니다.

여러가지 인상깊은 장면이 있었지만 이 사람이 꼽는 장면은 중년의 조니가 부인과 미래를 꿈꾸며 행복해하는 장면.
그 장면을 보며 로잘린 박사가 말합니다. "좋은 이야기야." 그러자 와츠 박사가 반박하죠. "기분 나쁜 농담으로 밖에 안 들리는데...? 열차추돌직전을 보는 느낌이야. 이 이야기가 어떤 결말을 맞이하는지 너도 봤잖아?"
그러자 로잘린 박사가 말하죠. "결말은 중요하지 않아. 결말에 도달하는 과정이 중요한 거지. 지금 저 둘이 행복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야..."

미래에서 과거로 여행하는 두 사람과 플레이어이기에, 저 대사가 강하게 와 닿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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