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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티리온 폴드링이라는 은둔자가 세상을 등진 채 살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가 명예를 저버리고 추방되었다 말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였다.
티리온 폴드링은 명예를 위해 모든 것을 버렸기에 추방당한 것이였다.

티리온은 스스로 그 사실을 잘 알았기에 세간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으니...


티리온이 추방당하던 날, 그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과도 떨어져야 했다.
티리온은 가족을 깊히 사랑했기에 떨어져서도 그들을 지킬 수 있기를 바랬고,
무엇보다 자신의 어린 아들이 올바르게 성장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그의 아들, 탤런 폴드링은 성장하여 붉은십자군의 대영주가 되었다.
붉은십자군은 본래 언데드에 맞서 싸우던 정의로운 집단이였으나 어느 사건을 계기로 광신자 집단이 된 상태.
티리온은 아들 탤런이 그런 집단에 몸을 담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다.

티리온은 탤런이 잠깐 잘못된 길에 들어선 것이라 생각하고 잘못을 깨우치길 원했다.
그러나 추방당한 몸으로, 더군다나 가족에게 죽었다고 알려진 티리온이 직접 찾아가 설득하기란 어려운 일.
힘든 사정에 고민하던 티리온은 우연히 알게 된 한 친구에게 부탁하기로 했다.

탤런에게 과거의 기억을 일깨워 옳은 길을 알려주기 위하여
티리온과 그의 친구는 아버지와 아들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모았다.
탤런의 7살 생일 선물, 과거 탤런이 몸을 담았던 은빛성기사단의 깃발, 그리고 가족의 초상화...
티리온은 친구가 이 물건들로 탤런을 이끌어주길 바라며 친구를 탤런에게 보냈다.

대영주 탤런을 만난 친구가 탤런에게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건내자, 탤런은 바로 모든 상황을 알아챘다.
잊어버렸던 아버지와의 추억, 무의식 중에 자신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된 그 추억이 생생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탤런은 언제나 꾸었던 꿈을 기억해 낸다. 아버지 티리온과 함께 사악한 무리와 맞서 정의와 명예를 위해 싸우는 꿈을. 그리고 지금의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며 후회한다. 아아, 나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어.

잃어버렸던 꿈을 되찾기 위해 탤런은 붉은십자군을 빠져나와 친구와 함께 아버지를 찾아 갔다.
그러나 붉은십자군은 그의 탈주를 용서하지 않았고 곧 추적대가 쫓아왔다.
탤런은 마지막으로 과거와의 결별을 위해 추적대의 대장, 이실리엔과 승부를 벌이지만, 그의 힘을 꺾지 못하고 그만 죽임을 당하고 만다.

그 때, 멀리서 티리온이 말을 타고 달려왔다.
아들과의 재회를 기대하며 달려온 티리온이 목격한 것은 옛 친구 이실리엔이 자신의 아들을 죽이는 장면이였다.
티리온은 아들의 죽음에 분노했다. 그러나 이실리엔은 그런 티리온을 상대로 모욕만을 던져 줄 뿐이였다.
티리온은 이실리엔과 추적자 붉은십자군을 상대로 홀로 싸워 물리쳤다.

이후 티리온은 아들의 주검을 끌어안고 울며 맹세한다.

"너의 죽음이 헛되이 하지는 않으마, 탤런.
세상을 오염시키는 악을 멸하기 위해 헌신할 준비가 된 새로운 기사단이 창설되고 있단다.
어떤 술책이나 웃음으로도 숨길 수 없는 악을 제거하기 위해서 말이야."

이런 맹세와 함께 티리온은 다시 어디론가 떠났다.



2.

리치 왕 아서스가 자신에게 대항하는 모든 이들을 섬멸하기 위한 전쟁을 벌였을 때,
죽음의 기사, 다리온 모그레인이 그 선봉에 서서 싸웠었다.
다리온은 언데드 스컬지의 군대를 이끌고 싸우며 붉은십자군을 괴멸시키는 등의 혁혁한 전공을 올리고,
그 기세를 몰아 은빛여명회도 쳐부수기 위하여 그들의 본거지인 희망의 빛 예배당으로 돌진하였다.

죽음의 기사를 앞세운 스컬지 군대와 은빛여명회의 싸움.
1만이 넘는 스컬지 언데드 앞에 200명 안팍의 은빛여명회는 무너질 것이 뻔해 보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언데드들이 일방적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강력한 빛의 힘에 다리온은 자신의 힘이 서서히 빨려나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쓰러지기 직전, 빛의 힘 한 가운데에 있는 자를 마침내 찾아내었다. 티리온 폴드링...

티리온 앞에 무릎끓은 다리온은 패배를 인정하였다.
티리온은 그런 다리온의 한심한 꼴을 보고 그를 꾸짖었다. 다리온은 한때 성기사 지망생이였다.
아니, 그 뿐이 아니라 그의 아버지 알렉산드로스 모그레인은 '파멸의 인도자' 라 하여 최강의 성기사 중 한 명이였다.

알렉산드로스 모그레인은 과거, 티리온 폴드링과 이실리엔, 페어뱅크스 등의 동료들과 함께 악에 맞서 싸우는 붉은십자군의 사령관이였다.
그는 전쟁 중 사악한 힘을 가진 보석을 손에 넣었는데, 그 강대한 악의 존재를 보고 오히려 빛의 존재를 확신했다.
빛이 있기에 악이 있고, 악이 있기에 빛이 있다. 그렇게 생각한 모그레인은 동료들과 힘을 합쳐 그 보석을 정화하고 가공하여 새로운 성검을 만들어냈다.

그것이 최고의 성검, '파멸의 인도자'.
모그레인은 그 성검으로 수많은 언데드를 이름 그대로 파멸로 인도하였고, '파멸의 인도자' 는 그의 칭호가 되었다.

그의 힘은 막강하여, 스컬지의 함정에 빠져서도 결코 죽지 않았다.
그의 죽음은 의외의 것이였는데, 그의 아들 르노 모그레인이 그를 배신하고 등 뒤에다 칼을 꽂은 것이다.
모그레인은 사망하고, 파멸의 인도자는 사악한 정신의 영향을 받아 타락하고 말았다.

그 이후, 여러 일이 있은 후 알렉산드로스 모그레인의 둘째 아들, 다리온 모그레인은 죽음의 기사가 되었고
그의 손에는 타락한 파멸의 인도자가 들려 있었다.


티리온은 말했다. 알렉산드로스의 위대함과 다리온의 어리석음을.
티리온에게서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자, 순간 다리온의 앞에 환영과도 같이 아버지와의 추억이 떠올랐다.

전장에서 돌아온 아버지. 청년이 된 다리온은 아버지와 함께 전장에 나가 언데드들과 싸우기를 바랬다.
그러나 알렉산드로스는 다리온이 죽거나 다치는 것을 두려워 하여 그가 전장에 나가는 것을 반대했다.

다리온은 그저 위대한 아버지처럼 정의와 빛을 위해 싸우기만을 원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죽어도 좋았다.
그런 다리온에게 알렉산드로스는 말한다. 언젠간 네가 나를 대신하여 파멸의 인도자를 휘두르는 날이 올 것이라고.
그로인해 정의가 실현되고 영광이 찾아 올 것이라고... 하지만 아직은 그 때가 아니라 말했다.

환상이 사라지고, 다리온은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며 오열했다.
그토록 아버지처럼 되기를 원했는데, 지금은 아버지의 적이였던 존재가 되어 싸우고 있는 자신.
타락해버린 파멸의 인도자를 휘두르며 악을 실현하는 자신.
아아,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어.

그 순간, 리치 왕 아서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서스에게 있어 이 모든 싸움은 단지 티리온 폴드링을 끌어내기 위한 미끼였던 것이다.
마침내 기회를 잡은 리치 왕은 티리온 폴드링을 공격했다.
리치 왕 아서스의 습격에 티리온은 무력해지고 절체절명의 위기!

다리온이 정신을 차리고 리치 왕을 공격해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은빛여명회의 전사들이 힘을 합쳐 공격해 봤지만 리치 왕의 강대한 힘 앞에 튕겨 나갈 뿐이였다.
다리온은 그 위기의 순간에, 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아직은 그 때가 아니다.

다리온은 타락한 파멸의 인도자를 티리온을 향해 던졌다.
파멸의 인도자는 티리온의 손에 넘겨졌고, 그 순간 엄청난 빛의 에너지가 폭발하였다.
빛의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는... 티리온 폴드링과 정화된 성검, 파멸의 인도자가 있었다.

파멸의 인도자를 손에 쥔 티리온은 리치 왕 아서스를 공격했다.
아서스조차 그 자리에서 티리온을 쉽게 이기지 못할 것이라 여기고 후퇴하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티리온은 그 싸움으로 다리온 모그레인을 포함한 수많은 죽음의 기사를 리치 왕의 손에서 해방시키고,
그 자리에서 은빛십자군의 결성을 선언했다. 오랫동안 억압되었던 빛의 반격이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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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래프트3부터 우째 빛의 세력은 줄어들고 악만 득실되는 세상이였는데
거의 백만년만에(...) 빛이 두각을 보이니 감회가 새롭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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