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그 녀석이 애니뿔러스 공짜 쿠폰을 어디서 구해서 큰 TV로 온갖 애니를 보고 있더군요.
같이 이런저런 애니를 보다가 '사무라이 플라멩코' 라는, 별로 들어본 적 없는 신작 애니가 눈에 띄었습니다.
음? 이건 뭐지? ←이러면서 시청 시작.

(시작부분)
응? 뭐지? 이 진한 BL향은?

(오프닝)
어라? 히어로 물인가?

(진행)
어라라... 첫 기대하고는 많이 틀린데...

(결말)
...야! 이거 재밌다!!!

...해서 보고 있습니다. 사무라이 플라멩코.



주의: 이런 애니는 아닙니다;


─사무라이 플라멩코는 히어로물이 아니라, 히어로가 되고 싶어하는 청년의 이야기.
그래서 히어로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재밌게 볼 수 있겠지만...

역시 히어로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 재밌게 볼 수 있겠죠. 중간에 감정이입이 엄청 잘 되기도 하고.ㅋㅋㅋ

'꽃이 피는 이로하' 처럼 드라마성을 믿고 보고 있습니다. 깨알같은 개그들도 있고.

드라마라고 해서 말인데, 이 애니는 이야기의 흐름이 굉장히 좋단 말이죠.
전형적인 흐름을 착실하게 밟으면서 재밌어야 할 포인트를 놓치지 않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그 흐름을 연결하는 소재 배치가 인상적입니다.


2화의 우산같은 경우가 특히 그랬죠.
법을 지키는 것이 꼭 정의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룰은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하자마.
하지만 작중 인물이나, 시청자들이나 작은 룰은 여겨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산 가져가기나 쓰레기 버리기 같은 사소한 것이라면.

하지만 룰을 어기는 사람에게 있어 사소한 것이라도 당하는 입장에선 결코 사소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무라이 플라멩코 2화는, 고토의 (애인)우산을 소재로 사용하여 하자마의 주장에 설득력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이전까지 하자마를 세상물정 모르는 바보라고 봐왔던 고토나 시청자들의 생각이 바뀌게 되는 겁니다.
이런 식의 연출로 인해, 작품의 백미인 마지막 설교씬이 꽤 뜨거워지죠.
기본적으로 옳은 소리 늘어놓는 거지만, 그 화의 하야마의 행적을 죽 지켜보다 보면 말이죠. ㅋㅋㅋㅋ

이렇게 이야기의 흐름에 적절한 소재 선정이 좋습니다.
3화의 도전장 보내는 장면이나, 하자마의 매니저가 계속 가지고 놀고 있는 도끼 장난감이라던가.




─하자마는 뭐랄까, 철없는 청년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확실히 보통 근성이 아니긴 합니다.

히어로를 동경해서, 히어로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사무라이 플라멩코로써 활동하며
사회의 작은 악들과 맞서 싸우는 견습 히어로의 길을 걷고 있지요.

하자마가 겪는 갖가지 고생을 보면, 저게 왠 사서 고생인가, 제 정신인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히어로를 동경한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저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솔직히 우린 못하잖아요.ㅋㅋ


이상과 현실의 갭은 누구나 가지는 것이겠지만,
저런 식으로 그 갭을 "세상이 잘못된 거다!" 라고 외치며 고치려 하는 사람은 얼마 없죠. 동경하게 되버....

3화에 나온 카나메의 말처럼 힘이 없는 정의는 무력하고, 그런 의미에서 하자마는 무력한 히어로지만
그래도 근성과 정신력 하나만큼은 한 사람분의 히어로로 보이네요.ㅋㅋㅋㅋ 

그 외에 고토나 다른 등장인물들도 꽤나 좋은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자마같이 과장된 면이 없는데도 꽤나 뚜렷한 개성과 역할을 지니고 있어서 이야기 흐름에 잘 녹아들고 있네요.


─뭐, 하여간 재밌어요. 사무라이 플라멩코.
히어로를 동경하는 마음이 있다면 꼭 보시길 추천합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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