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야카의 브레이크 댄스는 아무리 생각해도 웃겨요. 멋지게 나와서 확 반해버리긴 했는데 그래도 왴ㅋㅋㅋ 브레이크 댄슼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요즘 막 갑자기 저거 떠올라서 혼자서 막 웃곤 한다니깐요.


─마마마 극장판을 본 지 몇 일이 지나고, 인터뷰도 보고 하니 다시 다른 감상들이 스멀스멀 떠오르더군요.
그래서 다시 극장판 이야기를...


─사실 마마마 극장판에 대해 지닌 가장 큰 불만은 TVA에서 완벽하게 끝난 이야기를 왜 또 이런 식으로 헤집었는가 하는 것이었죠. 그만큼 TV판이 워낙 잘 끝났고. 그래서 홀로 좀 투덜투덜하던 차에 제작진 인터뷰를 보게 되었는데, 만드는 입장에서도 같은 생각을 했다는 모양이네요. 당연하겠지만.

특히 우로부치의 경우 "아니, 다 끝난 이야기를 또 뭘 해?" 같은 입장이었다고 하죠. 그 외의 사람들도 끝난 이야기에서 속편을 만든다고 해서 부담을 많이 느꼈다는 거 같고. 그 고뇌의 결과물이 어째서 저것(...)인지 모르겠지만 변명을 듣자하니 TVA는 그 자체로 완결, 그리고 총집편이었던 극장판과 신편 극장판은 TVA과 다른 일종의 패러럴 월드 라고 하네요. 냐루호도, 스핀아웃으로 코믹스랑 드라마CD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패러럴 월드라 이 말이군요. 그렇다면 납득 못 할것도 없다는 느낌입니다. 다만 "패러럴 월드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앞선 두 편의 극장판이 필요했습니다." 라는 말은 암만 봐도 거짓말. 총집편으로 돈 더 벌려고 했던 거잖아!!← 퀄이 높아서 좋긴 했지만요ㅋ

사실  인터뷰를 보면 말이죠, 나이트메어와 싸우는 5명의 마법소녀에 대한 이야기에서 감독은 "마미 씨의 취향이 아닐까" 라고 말하고 각본가는 "호무라가 무의식 중에 원했던 세상" 이 그랬다고 하는 등, 제작진 사이에서도 늬앙스가 미묘하게 차이가 나는 모습을 보이죠. 블리자드의 스타2에서도 스토리를 두고 제작진들이 서로 이건 이거다, 저거다 싸웠다는 것을 보면 공식 설정이나 세계관이라 하는 것도 절대적인 공신력을 가졌는지 의문입니다. 뭐, 패러럴 월드라고 했겠다, 팬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대로 믿고 즐기면 되는 거겠지요. 언제나 그랬듯이. 참고로 저는 푸에라 마기~ 어쩌구 하는 마법소녀 팀 이름이나 애들이 전원 필살기 이름 외치는 것은 마미 선배가 강요한 것이다, 라는 설을 지지합니다.

달리 극장판에 불만을 지녔던 요소는 제대로 완결이 나지 않았다는 점이죠. 따지고 보면 TVA도 속편을 만들 여지가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그 자체로 더할 나위없이 좋은 완결이었습니다. 남은 떡밥도 거의 없었고. 아까 말한 스타 크래프트2의 스토리도, 테란, 저그, 프로토스 세 편으로 나눠지는 속편 방식이지만 각 편마다 거의 완벽하게 이야기를 완결짓고 있습니다. 그에반해 이건 뭔가요, 빨리 속편 내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같은 상태로 몰아넣다니요. 그나마 끝이라고 느껴지는 부분은 사야카가 브레이크 댄슼ㅋㅋㅋㅋㅋㅋㅋㅋ 사야카갘ㅋㅋㅋㅋㅋㅋㅋㅋ 비보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아니, 브레이크 댄스가 아니라 사야카가 호무라에게 말한 "네가 악마라는 사실을." 이란 대사와 마도카와 호무라의 마지막 대화 정도가 이야기의 여운을 남기며 끝을 나타내는 효과가 있었죠. 하지만 기승전결 형식으로 보면 그 극장판은 결말 부분이 엉망이에요. 꼭 그런 서사적 구조에 집착할 필요야 없겠지만... 그래도 막판 전개는 초반부와 기승전결 측면에서 연결이 전혀 안되는 느낌이 옵니다. 그러니깐 그 부분이 완결이라는 느낌이 없고 오직 속편을 위한 마무리란 생각이 들죠. 우로부치가 원래 결말로 지으려 했던 부분은 호무라가 마도갓이랑 만나는 부분이었다 하니, 그 쪽은 기승전결에 맞겠네요.

결국 불만은 이겁니다. "네놈들은... 그렇게도... 그렇게도 속편을 원하느냐? 그리도 마마마 컨텐츠가 탐나더냐? 팬들이... 단 하나 품어왔던 소원마저 짓밟고서도... 네놈들은! 한점 부끄럼도 없는거냐!? 용서못해.... 결단코 네놈들을 용서하지 않겠다! 돈에 홀려 TVA의 감동을 더럽힌 망자놈들! 그 배를 내 돈으로 채우도록 해라! 감독에게 저주 있으라! 각본가에 재앙 있으라! 언젠가 지옥의 가마에 떨어지면서 큐베의 분노를 떠올리거라!"


─아무리 곰곰히 생각해봐도 호무라는 워크래프트의 아서스를 닮았단 말이죠. 이건 저 혼자서만 주장하는 거지만.(...) 둘 다 너무 순수했고 지키고자 하는 대상이 있었죠. 아서스는 왕국의 왕자로 백성들을 지키기 위해 싸웠지만 '백성을 지켜야 한다' 는 강박관념이 되려 그를 타락시켰습니다. 호무라도, 처음에는 누구보다 순수하고 마도카를 위해 싸웠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마도카를 지킨다' 는 행동지침이 강박관념이 되어 섹시컨셉의 악마가 되었지요. 그리고 마침내 "뭐하는 거야, 호무라!" "신을 계승중이야, 마도카."(...) 아서스 이야기의 주제가 거대한 운명 앞에 무력한 개인의 신념이라 하는데, 호무라의 처지가 실로 그렇습니다. 

아서스 타락이 워3 전체를 걸쳐 세세하고 설득력있게 진행된 바에 비해 호무라의 타락은 별 조짐이 안 보였죠. 아직 팬들 기억 속에 남아있는 호무라는 강가에서 카나메 일가를 만나 마도카 동생과 이야기를 하던 그 훈훈하던 호무라의 모습이니깐요. 그래도 극장판에 딱 한 번, 호무라의 타락을 이해할 수 있는 대사가 있었습니다.

「…まどかの思い出はあたしが勝手に作り出した絵空事じゃないかって、自分自身さえ信じられなくなって…」

진짜 이 대사 하나만으로, 호무라의 급변화를 용서할 수 있겠다 싶었지요. 이번 극장판에서 가장 절절하게 다가온 대사였습니다. 동인에서 농담삼아 '마도카는 호무라가 키우는 뇌내애인' 이라고 주변에서 받아들여 진다는 설정이 있는데 그 부분이 기억나기도 하고... 저 대사는 마도카가 떠난 이후 혼자서 그녀를 기억하며 싸워나가길 결심한 호무라와 타락한 호무라, 이 둘을 잇는 유일한 고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근데 좀 미묘한게, 호무라가 악마가 되어 재편성 된 세상은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단 말이죠. 신편 극장판을 해피엔딩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주로 저 부분을 들지요. 확실히 악마 호무라가 되서, 그래서 뭐?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모두 해피해피 하잖아요?ㅋ 사실상 마법소녀 5명 전원이 살아 돌아오게 되었고, 큐베는 낙동강 오리알이 되었고, 원환의 법칙은 유지되었고. 원래 마도카의 가장 친한 친구는 유치원 때부터의 친구인 사야카지만 이번 번혁으로 그런 일 없어지는 불상사가 벌어졌... 지만 마도카 독점권을 원한 호무라의 애교 정도로 봐주죠. 여하튼 모두 나쁘지 않다고 할까, 되려 확실히 좋아졌습니다. 다만 마도카 본인 없이 원환의 법칙이 제대로 작동할 것인가, 극장판에 나오지 못해 분노한 마수들은 괜찮은가 같은 걱정거리가 여전히 남아있는데다, 그 행복들이 기억을 지우고 세계를 조작하면서 얻은, 어떤 의미론 기만된 행복이라는 점이 걸리죠. 적어도 마도카가 사실을 전부 알고 그런 것을 원할 것 같진 않은데...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대상의 기억을 조작하고 주변 환경도 청소한다, 훌륭한 Yan의 영역이군요. 어째 호무라가 큐베같은 일을 했다는 느낌이. 아니, 그 전에 호무라는 마녀의 결계 안에서 사야카가 브레이크 댄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야카갘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사야카가 "이게 그렇게 잘못 된 건가?" 라고 말했을 때 호무라가 마법소녀의 의지와 마도카의 희생을 말하며 이런 기만된 행복을 용서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을 보면 호무라가 저지른 일은 참으로 미묘합니다. 뭐, 그런 짓을 해서 악마인 거겠지만요.

근데 가장 받아들여지기 힘든 것은 그 훈훈했던 TVA 마지막의 호무라와 타락해서 어딘가 눈빛이 하치만마냥 썩은 호무라의 갭입니다. 호무라가 타락하는 순간은 정말 무섭게 그렸더군요. 제가 티켓팅하며 본 호무라 사인지 받고 깡총깡총 뛰며 좋아한 여자애와 극장판 초반부에 호무라 모습을 보고 심장이 나빠져서 실려갔다던 팬이 악마호무를 보고 어떻게 반응했을지 심히 궁금해 지네요. 이 부분은 갭을 크게 느끼는 만큼 묘사가 잘 되었다고 칭찬할 수 있겠지만... 어쩌면 호무라가 모두를 위해 악마가 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희생적 정신으로 모두를 구했다는 식으로 묘사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아, 이건 개연성이 전혀 없나.


─그 외에 쿄코와 사야카의 이야기도 꽤 재밌게 봤습니다. 사실 두 커플은 그냥 좋아하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았는데, 그래도 꽤 와닿는 점이 있을 정도로 좋은 장면이 나왔었어요. 쿄코가 사야카와 등을 지며 "네가 죽는 꿈을 꿨다" 말하는 장면. 어디서 말마따라 둘이 언제 그렇게 친했냐 싶기도 하지만 아무려면 어떤가요. 굉장히 좋은 장면이었습니다. 사야카는 죽고 쿄코가 산 자이기 때문에 미련이 많은 쿄코가 대사를 하며 우는 모습이 안타깝고 귀여웠죠. 이번 극장판에서 쿄코가 많이 좋아졌다능.

마미 선배는 여러 번 말했듯이 정말 최고. 아마 마미 선배 본인도 감동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대활약이었지요.ㅋㅋ 마미 선배가 그렇게나 꿈꾸던(?) 마법소녀 5인전대와 모두가 필살기 이름 외치는 세계선! 거기다 소녀다운 마무리까지! 나중에야 눈치챈건데 5명이 푸에라 마기~ 외치면서 포즈를 잡을 때, 마미 선배가 센터더군요. 럽라는 안 봤지만 원래 인기 제일 좋은 애가 센터였죠!? 거기다 극장판 최고의 명장면인 호무라와의 대결 씬도! 그 호무라는 수 많은 루프를 걸친 호무라인데 그러고도 마미를 못 이기다니, 호무라가 약한건지 마미가 강한건지 모르겠네요. 호무라가 머리를 쏴서 빈틈을 끌어내는 장면에서 과연 노련하다 싶었는데 마미 선배는 뭐...

마도카는 마도갓이 된 이후로 지금까지 죽 이어져 왔던 마도갓의 이미지가 이번 극장판에서 좀 추락한 느낌이 들어 좀 아쉽네요. 사실 TVA의 마지막에 변신한 마도카의 모습에 굉장히 큰 감동을 받았던 지라. 원래 마도카가 그 전까지는 맨날 쟤 "히도이요~ 안마리다요~" 같은 말만 한다고 까이는 안 좋은 이미지였다가 마지막 화로 인해 그야말로 여신이 되었는데 말이죠. 덕분에 본래는 나올 일 없었던 마도카가 다시 나와서 활약할 수 있는 무대는 만들어 졌지만요. 전 진짜 TVA 마지막에 마도카가 보여준 용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그걸 미묘하게 만든 막판 전개가 맘에 안듭니다. 예, 호무라 타락은 이해가 가요. 근데 마도카가... 마도카가... 큭, 별로 안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아이지만, 그래도 좋은 점은 있구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어라? 나 혹시 엄청 마도카 좋아했나?? 야이 내 마도카 내놔아아아아아~!!!!!!!


─그런 겁니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요즘 마마마 극장판 내용이 떠올라서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적어봤네요. 역시 감상은 좀 숙성키시는 편이 좋을까요. 생상할 때 건질 수 있는 감상도 있기 마련이지만요. 어쨌든 이런저런 충격이 컸던 극장판인건 확실한 거 같습니다. 시간도 좀 흐르면 이런 전개 받아들일 수 있게 되겠죠. 제대로 완결지어지는 후편이 나올 때까지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겠지만... 그동안 동인 작품이나 보면서 노는거죠! 그것이 오덕이 노는 방법이니깐요. 원래는 저도 그림 잘 그려서 이것저것 생산해내고 싶지만요. 아아, 지금부터라도 연습해야 하나~←늘 이러면서 안함.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