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늦은 밤의 일이다.
일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트럭을 타고 아무것도 없는 도로를 느린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원래 운전을 하며 라디오를 듣는 체질이 아니였지만,
그 날은 너무 조용한 밤이였기 때문에 분위기라도 낼 겸 라디오를 틀었다.
조용히 흘러나오는 노래를, 볼륨을 키워 잘 듣고는 깜짝 놀랐다.

가면라이더 류우키, 마지막 화에서 가장 가슴을 울렸던 그 장면─
키타오카 슈이치가 사무실 쇼파에 누워 죽어있는 씬에서 배경으로 깔린 그 노래가 아닌가.

노래를 듣고 좋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무슨 노래인지 알 길이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라디오의 노래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 보통 노래가 끝나면 제목을 말해주니깐.
감미로운 노래자락이 끝나자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DJ가 노래의 제목을 알려 주었다.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



음악이란 듣는 순간의 분위기, 심적 상황에 따라 그 느낌이 크게 달라진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한번 가슴을 뒤흔든 음악은 훗날 심적 상황이 변해도 같은 느낌을 받기 마련이거나,
혹은 심적 상황이든 뭐든, 어떠한 선입견이 없는 상태에서 들어도 가슴을 울리는 음악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그 음악이 굳이 '명곡'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그 사람과 코드가 맞기 때문일 것이다.

이 사람의 경우에는 주로 트롯트 풍의 노래와 코드가 맞았는데,
그 외에 세련된 노래 가운데도 차갑게 외로운 느낌의, 또는 완전히 메마른 감정이 느껴지는 노래가 좋았다.

하지만 그런 음악을 무슨 수로 찾는단 말인가.
'좋아하는 음악'에 대한 확고한 이미지가 있어도 그것을 표현할 길이 없다.

이를테면 夏影(나츠카게)라는 곡을 말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할까.
제목 그대로 여름의 이미지가 있는 곡이라고 해야 할까.
틀린 말은 아니지만, 夏影가 어떤 음악이지에 대해 확고한 이미지는 전혀 잡히지 않는다.

음악을 찾기란 이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가끔, 한번 듣고 잊혀지지 않아 찾아야만 하는 음악이 있기 마련이다.


맨 처음에 소개한 'What a wonderful world'는 워낙 유명한 곡이니깐, 나중에라도 들을 기회는 있었을 터.
하지만 만약 마이너한 곡이였다면 어땠을까?
이 사람이 그 순간의 변덕으로 라디오를 키지 않았으면 평생 찾지 못했을 노래였을지 모른다.

유명한 곡이니깐 그건 그걸로 됐다.
하지만 감정을 찌르는 음악이 언제나 명곡이라는 법은 없다.
적어도 이 사람의 '코드'는 '명곡'에서 반쯤은 빗나갔다.
최악의 경우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봐도 찾을 수가 없다.(그 이전에 뭘로 검색할 건데?)

바로 어제, 만화책을 보다가 등장인물이 흥얼거리는 노래를 보고
오랫동안 제목을 몰랐던 모 노래를 알게 된 일이 있다.(오타쿠의 따님 3권 '라무의 러브송')

80년대 노래를, 그 기회가 아니였으면 달리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신기하게 생각되는 한편, 지금까지 잊혀졌던 많은 노래들이 떠올랐다.

노래가사가 잘 기억나지 않으니깐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없어.
가사가 기억나도 쳐봤자 답이 안 나와.(마이너니깐)

어디선가 흘러나와 이 사람의 가슴을 적셨던 그 노래들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찾고 싶어도 찾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저 기억만 하고 있다가, 이전처럼 기적같이 알게 될 날을 기다린다.



라디오를 듣다보면 가끔, DJ에게 이게 무슨 노래인지 아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무슨 드라마의 배경으로 쓰였고~ 하는 정보를 불러주면 DJ는 귀신같이 그 노래를 틀어주곤 했는데...

가만히 앉아 우연히 답을 알게 될 날을 기다리는 것보단 최소한의 노력으로서,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에게 묻고 싶다.
아마 랴겜의 OP이라고 생각하니 아시는 분이 나오지 않으려나?(웃음)

하나는 '무슨무슨'판매 '어른들의 장난감'이 어쩌구 하는 부제가 달린 게임의 오프닝 곡이였다.
해본 적은 없지만...
상당히 퇴폐적인 이미지의 가사였는데, 기억나는 구절은 'だから抱いて, 私の心'

다른 하나는 가사가 비교적 뚜렷히 기억난다.

'人はおもちゃを捨てて
そして今を生きていく
でもいつかあの人と声を会わせ
この(その?)歌を歌うの'

그럼, 부끄러워 하지말고
부디 구원의 손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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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 온라인

마피아 온라인이라 해서 플레이어가 마피아가 되어 활동하는 '느와르'라는 온라인 RPG를 생각했지만,
이런, 정말로 그 '마피아 게임'일 줄이야.

사람 머릿수가 많이 모이면 하던 '마피아'라는 게임이 있죠.
다수의 시민과 소수의 마피아가 서로의 정체를 숨기고 마주 앉아,
상대방에게 뭔가의 트집을 잡아 재판으로 몰아 죽이는 게임... 으로 꽤 유명합니다.
사람 한명을 마피아로 몰아 죽이는 일이 다발해서 참 웃기지요.


'마피아 온라인'은 그 마피아 게임을 온라인으로 하는 것인데...
거의 채팅방 수준이지만 일단 기본 시스템은 갖추어져 있어서 몇번이고 해봤는데 재밌더군요.
게임이 막장방이면 시시하게 끝나버리지만, 밸런스가 한번 잘 맞아떨어지면
벼라별 촌극이 다 발생하기 때문에 기가 막히고 유쾌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몇 판 게임을 해보니 초보에게 불친절한 전문용어가 존재해서 몇 가지 소개삼아 적어볼께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피아 하나가 발각되어 처형당하는 장면]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포메이션'이란 것을 정합니다.
참가자 중에 마피아, 경찰, 의사를 몇 명씩 설정하느냐 하는 것이죠.
사람 수가 적을 경우 212로 가는데, 이 경우엔 마피아2, 경찰1, 의사2이란 의미입니다. 나머지는 심심한 시민.

밤이 되면 마피아는 서로 의논해서 누군가를 암살하고, 의사는 치료를 하고, 경찰은 '스캔'을 합니다.
스캔은 경찰이 누군가를 조사해서 마피아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작업인데,
여기서 누군가가 시민으로 판명나면 '인증', 마피아로 판명나면 '경크'라고 하더군요.
(경크는 '경찰 크리티컬'의 준말같은데 솔직히 뭔 소린지...)

보통 게임을 시작할 때, 밤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암살당하는 것부터 진행됩니다.(이것을 초킬)
의사가 치료하기로 결정한 사람이 암살대상이였다면 '화타'가 뜹니다. 이 경우엔 마피아의 암살시도가 무효화.
간혹 머뭇머뭇하다가 초킬을 안하는 마피아들이 있는데 이런 마피아를 보통 '똘마'라고 하지요.(웃음)


누군가가 암살을 당하고(초킬당한 사람은 시작하자마자 관전입니다. 불쌍하게도)
보통 경찰이 '내가 경찰이요~'라고 나오는 것이 순서입니다.

경찰이 '스캔'을 통해 누가 시민이고 누가 마피아인지 말해주고 그걸 근거로 마피아를 처형해야 하는데,
보통 마피아인 사람이 신분을 속이고 '내가 경찰이요~'하고 나옵니다.
게임에서 경찰을 자칭하는 사람이 한 명이면 '홀경', 두 명 이상은 '맞경'이라고 합니다.
맞경의 경우, 누군가가 가짜 경찰(=마피아)이지만 홀경은 100% 진짜 경찰입니다.

...물론 경찰이 초킬당하고 마피아가 경찰행세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왠만하면 마피아가 이겼다고 봐야죠.

이후로 인투(인증투표)를 하며 여론을 조작하는 싸움이지요.
마피아를 몇 번 해봤는데, 정말 얼굴에 철판을 깔고 거짓말을 해야 합니다.
거짓말 잘하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더군요. 세상을 믿지 못할 수준으로.(웃음)


원래 마피아 게임이라 하면, '너, 왠지 얼굴이 웃고 있어!'같은 이유로 사람을 몰아 처형하는 재미도 있지만,
채팅창을 이용한 이 게임은 그게 불가능하더군요. 왠만하면 감으로 찍으려는 시도는 안보이고.
그래도 역시나, 상황이 엉키면 뒤집어지게 웃기더군요.
사람들이 모여 하는 게임이 묘미가 이거겠죠. 매번 다른 재미...

온라인 채팅으로 하는 게임이기에 간혹 말이 험한 사람들을 보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만, 넷상에 그런 일은 원래 부지기수. 심한 편은 아닙니다.

하루에 두, 세판씩 간단히 즐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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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보시는 바대로 PSP판입니다]


이전에 코드기어스 1기를 단번에 몰아본 후에 한참 트랜스 상태(...)에 놓여 있을 때입니다.
코드기어스 게임이 존재한다는 소식을 듣고 살짝 알아보다가,

"오리지널 주인공으로 코드기어스 세계를 체험한다!"

...는 설정에 낚여 생각도 안하고 샀었습니다.(저런 설정에 약해가지고선, 젠장)


기억상실의 주인공(이름은 라이)이 애니메이션 스토리에 끼어들어 이런저런 사건을 체험하는 것이 주된 내용으로, 100% 팬 서비스용 게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코드기어스를 보지않은 사람들은 이 게임을 사지않을 거라는 판단 하에 만들어 졌지요. 주요 스토리도 다이제스트 식으로 간략하게만 나오고.

어드벤쳐 형식으로 루트에 따라 흑의 기사단에 들어가 활약하던가, 브리타니아의 기사가 된다던가, 아니면 그냥 학원에서 친구들과 편안히 지낸다거나 할 수 있습니다. 각 인물들과의 자유로운(?) 회화를 통해 애니에서 부족했던 이야기를 보충하는 식이지요. 코드기어스를 보면서 '아아, 왜 저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는 왜이렇게 적은 거야?' 하는 불만이 있었다면 그저 이 게임을 해보라고 추천.
(다만 주인공에게 이입된 상태로 다른 캐릭터를 대하다 보면 2기 애니를 보며 괴리감도 느껴지더군요.(어이))

하지만 그 외에는 별 특징은 없네요. 팬 서비스 게임이니깐요. 주요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질 못하고 1기 내용만을 다루기 때문에 중요한 떡밥은 나오질 않습니다. 음, 친구 말을 빌리면 '수박 겉 햛기' 게임이라네요.

그래도 주인공이 활약하기 시작하는 시점부터는, 겉햛기라도 그런저럭 흥미로운 진행을 보여줍니다.
웃기는 것은 이 주인공이 그야말로 희대의 초인이기 때문에 어느 루트를 가나 크게 성공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주인공의 스펙을 간단히 말하자면,
지능은 루루슈 급, 운동신경&나이트메어 조종실력은 스자쿠 급, 얼굴은 환상의 미남(...), 성격은 조용하고 차분하며 어른스러운 성격, 평판은 매우 높고, 정체는 전 브리타니아의 황제
거기다 기어스를 가지고 있습니다.(청각을 통한 절대명령)

우리는 이런 주인공을 '먼치킨'이라고 부릅니다...
나쁘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그런 난세에 힘없는 주인공이 나서봤자 뭐가 되겠나요.

'유피가 죽지 않는 엔딩' 등 여러모로 팬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 주던 서비스 성이 강한 게임입니다.
팬이라면 주저없이 구입! ...인데 이미 살 사람들은 다 샀겠네요.
다른 유저는 고려하지 않고 오직 팬을 위한 게임이라는 점이 새삼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런 게임도 나오는 시대구나.


게임에서 엄청 웃었던 대화 하나를 보자면...
주인공과 나나리의 대화 중에서,
(기억에 의존해서 적습니다)


라이: 나나리, 나나리는 혹시 눈과 다리가 자유롭다면 뭘 하고싶어?

나나리: 예?!

라이: 아, 너무 경솔한 질문이였나...

나나리: 아니에요. 그저, 마침 상상하고 있던 것을 말하셔서 속마음을 들켰나 하고...

라이: 상상하고 있었다니, 눈과 다리가 나으면 하고싶은 일을 말야?

나나리: 예, 부끄러운 일이지만.

라이: 그래... 그럼 뭘 하고싶은데?

나나리: 음, 눈과 다리가 자유로우면 말이죠...
나이트메어를 타고 싸우고 싶어요!

라이: ?!?!

나나리: 그것도 제가 타는 나이트메어는 보통 나이트메어가 아니라 제 전용기에요.
위력은 보통의 약 50배. 그것을 타고 전장을 누비며 대활약하는 거에요.
어떻게 그러는지 아시나요?

라이: 아, 아니...

나나리: 그건 말이죠...
저에게는 미래를 볼 수 있는 초능력이 있기 때문이에요! 굉장하죠!
그 능력으로 세계의 평화를 위해 싸우는 거에요!


참고로 위 대화가 나올 때에 배경CG는 바로 '나이트메어 오브 나나리'의 나나리 전용기입니다.(...)
그러고보니 '반공의 스자쿠'에서 나오던 란슬롯 갑옷도 한번 나오는군요.



*나이트메어 오브 나나리

신주쿠 사변에서 루루슈가 행방불명되고, 나나리가 계약으로 미래를 읽는 기어스를 얻어 싸운다는 내용.
'반역의 루루슈', '반공의 스자쿠'의 패러럴 월드로 위에 적은 것 같이 공식 스토리.
괴작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무지 재밌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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